추억과 미련

그리고 후회

by 반향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 앉아 멍하니 핸드폰을 뒤적인다. 영화는 집중이 안될 듯하고, 음악이나 유튜브는 새로울 것이 하나 없다. 늘 핸드폰을 끼고 사니 그럴 수밖에. 인스타그램은 가끔 스토리나 올릴 뿐,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인생을 남에게 보여줄 여유는 없다.



결국 돌고 돌아 종종 글을 올리던 부계정에 들어간다.




망설이기 좋아하고 걱정하기 좋아하는 내게 모든 처음은 큰 의미(어쩌면 부담)로 다가온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첫 글을 올리기 까지도 수많은 시련이 있었다. '내가 뭐라고 이런 걸 하나' 하는 자격지심과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욕이라도 먹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너무나도 별 것 아닌 것들이 그때의 나는 두려웠고, 지금도 두렵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시작한다는 것)은 내게는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내 자격지심과 두려움은 모순이어서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들이다.

아무도 보지 않으면, 아무도 욕하지 않을 것이며, SNS는 온전히 내 공간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첫 게시물을 올릴 때 그랬듯이 지금까지도 망설인다. 부끄러움에 내 지난 흔적들이 가득한 공간을 떠난다. 옛글의 주인공들이 문득 떠오르는 듯하다.




'어디쯤 왔어?'



진동과 함께 온 카톡에 반쯤 왔다는 답장을 하다 이번엔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시선이 갔다. 실제로 연락하는 사람은 적지만 연락처를 잘 정리하지 않는 성격 탓에 벌써 500명이 다 되어 간다.



잠깐의 조별과제, 졸업한 후로 연락이 끊긴 친구, 퇴사한 회사. 스쳐간 사람들 틈으로 연락처가 바뀌었는지 모르는 얼굴도 보인다. 빠르게 훑어 내려가다 시선이 멈춘 어느 한 곳에는 영정사진이 걸려있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한때는 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안녕을 고한다.




"이번 역은 ㅇㅇ, ㅇㅇ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안내 음성에 급히 핸드폰을 집어넣고 내린다. 서두른 탓인지 무언가 놓친 듯한 기분에, 주머니와 가방을 괜스레 뒤져본다. 빠진 것은 없지만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사람들 틈에 섞여 나간다.



떠나간 열차를 뒤로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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