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여전히 어둑어둑했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밝은 빛을 보아, 이 세상에서 어두운 곳은 이곳뿐이리라 짐작한다. 어두운 방안, 깜빡이며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주는 기계 신호만이 외부와의 소통 창구이다.
닫았는지, 열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창문 사이로는 바람마저 드나들지 않는다. 1과 2 사이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는 시침. 평소와 달리 유난히도 조용한 세상 속, 적막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나는 유영한다. 비현실적인 시공간감, 마치 우주에 있는 듯하다.
단절된 이곳, 빛이 마지막으로 닿는 이곳.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긴 하루, 짧은 하루. 뿌리내린 몸은 다시 자리 잡고 봉우리를 틔운다. 꽃도, 열매도 피지 않는 멍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