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보통은 했던 것 같아."
나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학교 나와 좋은 직장까지 있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다니.
"딱히 뭘 잘하지는 않았는데, 크게 뭘 못하지도 않았어."
"그 정도면 잘났죠, 뭐." 적당히 대꾸하고 넘어가자.
"그래? 근데 너도 그렇잖아."
"뭐가요?"
"너도 나랑 같은 직장에서 만났고, 너도 능력 있고. 얼굴도 그 정도면 괜찮고."
"에이, 취했네."
"근데 그거 알아?"
"뭐요?"
"요즘 좀 의문이 들어, 내가 보통은 되는 건지."
"술 먹어서 센치해지셨나 보네요."
"아냐, 나 멀쩡해."
시끄럽던 술집엔 어느새 적막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선배는 화장실로 떠나버리고 나 혼자 테이블에 남겨졌다.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어휴, 죽겠다. 슬슬 우리도 갈까?"
어느 틈엔가 돌아온 선배는 시계를 보고 말했다. 아마 집에 두고 온 아내가 신경 쓰이겠지, 가정이 생겼으니.
습하면서도, 무거운 이 밤공기. 그리고 어둠과 적막. 나는 이것들이 있어 시간이 좋다. 세상이 모두 쉬는 시간, 날 두고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자책감도 좀 덜해진다.
"이거 차비라도 해라." 선배는 내게 5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줬다.
"많은데요."
"많으면 좋지, 거스름돈 가져오든가."
"선배는 어떻게 가요?"
"나는 걸어갈란다."
"꽤 걸리지 않아요?"
"20분이면 갈걸? 나한테 돈 쓰기가 아깝다."
후우-
선배는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고는 긴 숨을 내뱉었다.
"어렵네, 보통만큼 하기. 항상 보통은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면 어쩌지?"
"남들만큼 한다는 게 어렵긴 하죠."
"니가 보기 난 어때?"
"선배 정도면 보통 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하하, 고맙네."
선배와 헤어진 후, 나는 결국 집에 걸어갔다. 나도 어쩌면 선배처럼 나에게 돈 쓰기가 아까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보통.. 나는 어느 쯤에 있으려나, 이마저도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어딘가에 있진 않을까.
오늘따라 공기가 축축하고 무겁다, 해가 뜨기 전에 어서 집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