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단편 소설

by 반향

"저희 여객기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저희 항공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비행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런던에 도착했다.



나는 런던이 영국의 수도란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네가 런던아이니, 타워 브릿지니, 무슨 궁전이니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도 잘 모르겠다. 여기 오면 혹시 너를 볼 지도 모른다는 기대라도 했던 것일까.



너는 유난히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많았다.



정작 본인도 외국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 멀리 떠나길 꺼려하는 나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해, 일단 나가보면 너도 생각이 바뀔 거야 하는 잔소리들을.




너를 만나서 사방이 벽이었던 내 세상은 지평선과 수평선이 보이기 시작했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맑고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도 생겼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항상 밝을 것만 같던 너도 끝없는 실패에 결국 무너져갔다. 나는 글을 쓰며 생각에 잠긴 너의 모습마저도 사랑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늘 호강시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너에게 나는 괜찮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다. 내게 세상은 너 하나면 충분했기에.




12월의 어느 날 아침, 내가 눈을 떴을 때.



네가 보이지 않았다. 온 집안을 뒤져도 없던 너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창문 너머로 사라져 있었다. 나는 그저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낸다. 여전히 읽어보지 않았다. 꾸깃하다 못해 이제는 해어진 편지를 들고 수백 수천번은 했던 고민을 한다. 봐도 될까. 그리고 결국에는 편지를 펴본다.



이러려고 여기까지 온 거니까, 이러면 너를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미안해'



편지에는 이 세 글자 이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허망할 지경이었다. 비행기는 이제 완전히 멈춰 있었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에 멍하니 서서 한참이나 주변을 둘러본다. 런던에 왔다. 무엇이 너를 이토록 이곳을 동경하게 만들었을까. 어디로 가야 할까, 너라면 어디로 향했을까. 너는 어디로 갔을까.



공항을 나서기 전 가까운 휴지통에 너의 편지를 넣는다. 휴지통이 우체통처럼 생긴 게 꽤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지금 런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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