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직 생활이 끝났다. 순전히 내 의지로 끝낸 것이지만, 퇴사의 원인은 회사 측에 있다고 에둘러 두고 싶다. 원체 나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는 일은 잘 못하는 성향이고 부당한 일을 못 견디는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곳에서의 일들은 ‘직장 생활이 다 그렇다’라는 말로 견뎌내기엔 다채로웠다. 회사 얘기는 더 해봤자 안 좋은 얘기만 길어질 테니 이만 줄여야겠다.
배운 게 없진 않은 것 같다. 재미가 없다 뿐이었지 어디서 영상 전공이 회계 업무를 해볼 수 있을 것인가. 서류 작성하는 방법이라든가, 일반적인 회사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의 프로세스는 전부 경험했다.
그리고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왜 사람들이 그토록 대기업을 가고자 노력하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아무튼 입사만큼이나 갑작스레 퇴사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지금은 한가하게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두들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좀 알아보니 일반적으로는 이직이 결정되고 퇴사한다고들 하는데, 너무 대책 없이 퇴사했나 싶기도 했지만 이런 꼴 저런 꼴 안 보니 후련하고 좋기만 하다.
돌아보면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딘가 취업하겠지, 그만두면 어디든 갈 곳은 있겠지.
남들 다 이렇게 사는데 내가 못 견딘 건 아닐까, 내가 더 참았어야 했나 하는 자조적인 생각에 휩싸이곤 한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바뀌는 건 없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새로운 곳을 찾으려면 떠나야 한다.’
퇴사를 결심했을 때 마음먹은 것처럼 앞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내가 퇴사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내게 있어 후회는 꽤나 좋은 원동력이니까.
시간이 흐른 후 또다시 더 열심히 살 걸 하는 후회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2월의 어느 퇴근길, 극장에 들러 ‘바빌론’이라는 영화를 보고 온 날이 있었다. 항상 퇴근 이후에는 피곤에 절어 친구도 만나지 않고 집으로 오던 나였지만, 이 영화만큼은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수십 번도 더 본 라라랜드의 감독, 데미언 샤젤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상영시간이 3시간에 달하는 영화를, 그것도 퇴근 이후에 봐야 한다는(극장 상영 스케줄 상) 부담이 꽤 컸던 것 같다.
그렇지만 ‘라라랜드’가 인생 영화라고 입에 담는 사람으로서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고 나는 다음 주 주말에 한 번 더 관람했다.
영화에 대해서도 언젠가 글을 써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밤공기를 맞으며 퇴사에 대한 결심이 더 확고해졌던 것 같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본인들의 이상을 향해 달려간다.
그들은 꿈에 모든 것을 걸고, 무너질지언정 바빌론의 정상에 선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보고 꿈을 좇기 시작한다.
'뭐든 해야지,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 글은 작가 선정 이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