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본 것은 어느 교양 과목 강의에서였다. 늘 어중간하게 중간쯤에 앉던 나지만, 그날따라 평소보다 늦게 도착한 탓에 맨 앞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앞줄에 앉아있던 너를 보았다. 아담한 키였지만 너는 한눈에 들어왔으며, 단발을 한 지금과 달리 긴 생머리였다.
시간대가 맞아 신청한 강의였지만 의외로 들을만했기에 나는 다음 시간에도 맨 앞에 앉았다. 그리고 항상 같은 자리에 앉는 너를 보곤 했다. 교수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업을 듣는 네 모습은 굉장히 이지적이었으며, 네 눈은 그때 즈음의 초여름 태양보다 빛나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언젠가 너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말 한마디 걸어보지 못한 채로 시간은 흘렀고, 어느샌가 나는 네가 늦는 날이면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