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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완 Oct 24. 2023

홈 화면

무의식을 조정하는 앵커링 효과

*앵커링 효과란?


닻을 내린 배가 움직이려고 해도 밧줄의 범위 밖으로는 벗어날 수 없듯이, 인간의 사고와 판단도 처음에 제시된 어떠한 정보의 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출처:https://beingguru.life/anchoring-effect-marketing/)


이해를 돕기 위해 주로 제시되는 사례에는 마트의 '할인가격표'가 있다.

대형마트, 아울렛에 가서 할인하는 상품을 쇼핑할 때를 떠올려보면, 가격표에는 '원가'와 '할인가'가 함께 나타나 있다. 그럼 우린 두 가격을 비교하고 '아 이 정도나 할인한다니?' '살까?' '괜찮은 가격인 것 같은데..' 하며 구매를 고민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원가'가 적혀있지 않은 채 '할인가'만 적혀있다면 우린 어떻게 생각할까? 이게 왜 저렴한 상품인지, 얼마큼의 할인을 해주는 것인지 체감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고객에게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첫 기준점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앵커링 효과이다. 


이커머스 서비스는 고객에게 첫 기준점을 제시하는 경험에서 앵커링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우선 첫 기준점을 제시하는 상황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앱에 처음 접속하는 순간이 될 수도, 특정 상품을 검색했을 때 처음 보게 되는 화면이 될 수도, 마이 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처음 보게 되는 화면 등으로 정의하기 나름이다.

이 글에서는 서비스에 '처음'접속했을 때로 정의하여, 이커머스 서비스의 홈화면을 살펴보았다.



1. 컬리


서비스에서 직접 선정한 상품을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고객이 구매하고 싶을 만한 상품을 MD가 선택하여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는 듯하며, 특가 상품, 세일 상품을 큐레이션 하여 보여주고 있다.



2. 쿠팡 로켓프레시


로켓프레시에도 컬리와 같이 타임할인 상품, 마감 세일 상품, 신상품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객 별점이 높은 상품의 카테고리를 보여주며 로켓프레시 고객의 평점을 기반으로 증명된 상품이라는 인식을 준다. 또한 '이런 상품 어때요?'는 광고 영역인데 이 상품 목록은 최근 내가 검색한 상품과 연관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돈가스'를 최근에 검색했었다.) 플랫폼은 고객에게 고객의 검색 기록을 기반한 '추천'을, 판매자에게 광고의 영역으로 제공하며 세 이해관계자가 서로 좋은 구조를 갖춘 영역이라 보인다.



3.29cm


브랜드의 스토리와 고유의 감성을 지향하는 서비스답게 메인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너를 보여준다. 하단으로 스크롤하면, 고객이 '좋아요'한 브랜드의 상품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때 상품을 강조하기보다는 고객이 좋아한 브랜드의 배너를 강조해 특유의 분위기로 시선을 끌게 한다. 이어서 스크롤하면 고객이 최근 본 상품에 기반하여 '추천 상품'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때는 상품을 강조하여 보여주고 있다.


'좋아요'한 브랜드배너를 강조했고, 추천상품에는 상품을 강조했다.

UI, UX를 통해 29cm가 지향하는 고객 경험은 브랜드의 분위기를 강조하지만, 상품은 분위기로 범주화되지 않는 고유의 것으로 분리하여 제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4. 지그재그


AI 서비스를 중심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지그재그는 홈 화면 역시 추천 아이템을 보여주고 있다. 상품에 관한 고객 로그를 기반하여 추천 아이템을 보여주고, 나와 같은 상품을 찜하고 클릭한 고객이 보고 있는 다른 상품을 보여주며 유사한 취향을 기반으로 상품을 보여주고 있다.





위 플랫폼의 홈 화면 경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각 앱의 홈 화면 경험을 통해, 고객은 어떤 인지를 형성하게 될까?


1. 컬리 > 마켓컬리


'컬리'를 생각하면 '유기농', '내 몸에 좋은 식료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의미와 함께 조금 비싸지만 내 몸을 생각하기 위한 소비를 하는 곳이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이미지를 가진채 마켓컬리에 접속했는데, 할인 상품, 특가상품을 제공한다면 고객은 '생각보다 저렴하네?',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 아닐까?' 생각하게 될 것이다. 홈 화면의 '합리적 가격'이란 인지를 통해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완화하며 구매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듯하다.


2. 쿠팡 > 로켓프레시


로켓 프레시는 '싸고 빠르다'. 최소 주문금액 15,000원이면 주문이 가능하고, 자정 전에만 구매하면 내일 아침 7시에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동네 마트 영업시간이 종료됐을 때에도 로켓프레시에서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다음날 동네 마트 영업시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 집의 문 앞에 상품이 도착해 있다. 

그렇게 로켓프레시는 '동네 마트'와 같은 경험을 준다. 동네 마트에는 할인하는 상품, 마감 임박 세일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 홈 화면에 유사한 경험을 주며 동네 마트처럼 우리 집 냉장고에 바로 상품을 채워 넣을 수 있게 하고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인지를 주는 듯하다.


3.29cm


의류 커머스는 주로 '상품'을 강조하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데, 이와 달리 29cm의 배너 중심 홈 화면은 확실한 경험의 차이를 제공한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고유의 분위기를 담은 배너를 보고 있자면 어딘가 내 마음에 쏙 드는 소중하고 예쁜 상품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고, 그것은 다른 상품과 다른 고유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은 29cm에 접속해 '맨투맨'이라는 상품 카테고리 중심의 쇼핑뿐만 아니라, 브랜드 중심의 쇼핑 또한 즐기게 될 거라 생각하게 된다.



4. 지그재그


지그재그는 쇼핑몰 의류 기반의 상품으로 앞서 언급한 29cm보다 신상품의 공급 주기가 빠르고 종류가 다양하며 상품수가 많다. 가격 또한 브랜드 상품 대비 저렴한 편이라 고객은 더 마음에 드는 상품을 빨리 찾고 싶어 한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 있는 고객의 니즈를 타깃 하기 위해 고객 취향에 맞춘 상품을 적재적소에 보여주기 위한 시도들이 보이는 것 같다. 지그재그에 접속하는 고객은 할인이나 특가 상품이 아닌, MD가 선택해 준 상품이 아닌, 다른 고객들이 많이 구매한 상품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고 싶어 할 것이다. 취향 맞춤 추천을 통해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상품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인지를 형성할 거라 생각한다.




홈 화면에 무엇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서비스가 고객에게 주고 싶은 '첫인상'이 다를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서비스가 지향하는 경험과 어떤 맥락을 이루어서 비즈니스적 임팩트를 형성할 수 있을지 구조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화면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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