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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사진

우리의 시장은 아직 즐겁다.

by hongrang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다릅니다. 그때는 흙바닥이었고, 배수가 어려웠으며, 난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장은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안동의 구시장과 신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행히 그 시절의 자취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때는 촌스러워 보였지만, 지금의 시장 모습들은 ‘힙하다’라는 말로 함축하기에는 다소 많은 메타포들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제 눈에는 시장이 생경하면서도 친밀하게 느 껴집니다. 때로는 마치 옛 친구를 길에서 만난 듯한 반가움과 놀라 움을 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단순히 시장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았습니 다. 젊은이들이 시장에서 사진놀이를 한다면, 그것 또한 미래의 시장이 남길 자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역사의 순간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몹시 흥분되고 설레었습니다.

시장의 사진을 담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 장소의 외형적 모습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 그들이 주고받는 감정, 그리고 그곳을 찾는 이들의 흥미와 애정을 함께 포착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생계를 이어가는 치열한 현장이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제공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속한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시장이 다소 가벼운 이미지로 비치거나 소비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모습이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거나 잊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시장의 모습을 기록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다음 세대들에게 시장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그들이 시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가치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넘어, 공동체의 삶과 역사가 녹아있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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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시간이 다가오면, 장날의 시장은 하루의 피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합니다. 낮의 활기로 가득 찼던 시장이, 저녁이 되면 서서히 조용해지고, 이곳에서 하루를 보낸 나이 든 상인들은 하나둘 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반면, 젊은이들은 이때부터 활기를 띄기 시작하며, 마치 자신들의 젊음을 과시하기 위해 밤을 기다린 듯 시장으로 몰려듭니다.


새벽시장에 나가본 적이 있나요? 그곳에서 전구 불빛 아래 반짝이는 신선한 농산물들과 차가운 공기가 어우러진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이런 새벽시장과 저녁이 되면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유흥가의 뜨거운 열기 사이에는 흥미로운 대비가 있습니다. 새벽의 시장은 차갑고 조용하지만, 생명이 넘치는 반짝임이 있고, 밤의 유흥가는 뜨거운 에너지와 열정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 두 장소가 공유하는 중요한 공통점은 “살아 있음”입니다. 새벽시장의 농산물들도, 밤의 시장에서 즐거움을 찾는 젊은이들도, 모두 생동감 넘치는 삶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각각의 장소가 주는 느낌은 다르지만, 그 안에 흐르는 생명력은 똑같이 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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