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첫눈이 내렸다.
아주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내리던 눈발이 잦아들고,
나는 조용히 카메라를 챙겨 첫눈을 맞이하러 길을 나섰다.
안동은 이제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새벽 두 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었지만,
한때 원도심이라 불리던 시내 중심부의 대로에는 사람의 기척이 단 하나도 없었다.
도시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고,
이유 모를 두려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서늘하게 스며올랐다.
눈 덮인 거리를 조심스레 지나가는 길고양이의 발자국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릴 만큼,
세계는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그 순간 마주한 도심의 풍경은 낯설고 생소했다.
아포칼립스가 지나간 세계에 나만 홀로 남은 듯한—
마치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한 장면 속에서 깨어난 듯한 느낌이었다.
무서울 만큼 고요한 도심의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