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은 흐른다.
한때 붉은 천막이 바람에 펄럭이며 길목마다 이야기를 걸던 그 시장은, 이제는 조용히 사라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나는 그 길을 걷는다. 어쩌면 오래된 마음 하나를 꺼내기 위해, 혹은 더는 남지 않을 장면을 기억하려는 셔터의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통시장은 어쩌면 우리의 오래된 자화상일 것이다. 견디고, 또 견뎌온 시간들—그러나 우주의 시간 앞에서는, 그 모든 견딤도 찰나에 불과하다.
지구의 시간 45억 년 중, 인류 문명이 차지하는 건 고작 4초. 그리고 그 4초 안에, 우리 시장의 장날은 수없이 들고났다가 바스러져간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어릴 적 봤던 시장의 풍경들—엄마 손을 잡고 걷던 좁은 골목, 온기와 소리가 가득하던 그날의 오후 3시.
그 모든 것이 지금은 사진 몇 장과 가물거리는 기억의 잔상으로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나는,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시간은 유한하지만, 그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사진을 찍는다.
정지된 한 프레임이 아닌, 연속된 셔터 속에 담긴 시간의 결—그것이 내가 바라보는 시장의 현재다.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제 더는 ‘희망’이라 부르기 어려운 무언가다.
나는 셔터를 누른다. 3초, 혹은 4초.
그러나 그 시간도 찍히기 전에 흘러가버리고, 결과물 속 사람들은 이미 지나간 존재가 되어 있다.
내 사진 속 시간은 멈춘 것이 아니라, 궤적을 남긴다.
흐른 시간은 정지된 이미지 속에 마치 박제된 듯 그 자취를 새긴다.
그 흐름의 선들이 겹쳐져, 한 장의 사진은 하나의 시간 덩어리로 변모한다.
나는 그 시간의 질량을 붙잡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소멸은 그렇게, 반복의 리듬 속에서 진행된다.
시장이라는 시스템은 단순하다.
물건이 들어오고, 팔리고, 다시 들어온다. 형태는 유지되지만 본질은 점점 사라져 간다.
남는 것은 기록뿐. 그것이 사진의 역할이라면, 나는 그 사라지는 시간 위에 한 줄의 점을 찍는 존재일 뿐이다.
요즘의 세상은 모든 것이 모호하다.
장르의 경계는 사라졌고, 진실은 입장에 따라 변한다.
이제는 아무것도 선명하지 않다.
전통시장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그 애매함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어떤 기억의 원형이니까.
언젠가는 이 시장도, 나도, 이 시간도—디지털의 아카이빙 안에서만 존재하게 되겠지.
그때를 위해 나는 지금, 소멸하고 있는 오늘의 빛을 붙잡는다.
내 셔터는 소리 없이 말한다.
* 모든 사진은 장노출로 촬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