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카메라 이야기
『나의 오래된 카메라 이야기』 시즌 1을 마무리하며, 문득 되묻습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찍었고, 무엇을 기록해 왔던 걸까.
코니카 C35 AF의 어딘가 어긋난 초점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남은 사진들이 있었고,
올림푸스 펜 EE-2처럼 작지만 성실히 두 컷을 이어 붙이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이 연재는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 기계를 들고 있던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릅니다.
M3의 셔터 소리에 설레던 날들,
펜의 혓바닥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끼던 순간,
그 모든 에피소드는 결국 한 프레임 속의 감정들이었습니다.
정확한 초점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때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가였고—
그래서 이 글들은 기술서가 아니라 감정의 기록이었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빛과 어둠, 공기와 숨결이 함께한 풍경이었고,
때론 내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창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즌 1을 통해 나는 이제야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셔터를 누른다는 것은,
다시 살아보겠다는 조용한 다짐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 다음 시즌으로 넘어갑니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다른 이야기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사라진 필름가게, 잊힌 파우치 속 카메라,
그리고 여전히 나와 함께 있는 셔터의 잔상들.
다음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빛과 함께 걷게 될 것입니다.
— ‘나의 오래된 카메라 이야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