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꼭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
우리 부부는 형제자매가 많은 가정에서 성장했다. 나는 세 자매 중 차녀, 남편은 삼 형제 중 장남으로 자라왔다. 이전에는 자녀가 3명인 집이 드물지 않게 있었다. 1970~90년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자녀 3명 이상을 낳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심지어 셋째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도 지원해주지 않을 정도로 둘 이상의 출산은 정책적으로 지양하고 있었지만 낳을 사람들은 셋도 넷도 낳았다.
그런 시절에 우린 세 자매로 삼 형제로 성장했다. 성장 환경이 다복하다 보니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적어도 둘은 낳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기곰이 15개월이 되고 우리는 둘째에 대한 계획 임신을 준비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임신을 하지 못했고 중간에 임신이 되기도 했으나 일이 바쁜 시기에 찾아와 잦은 야근으로 자연유산 되어버렸다. 결국 이대로는 우리에게 둘째가 오기 힘들겠다는 판단을 하였고 남편의 육아휴직이 끝나는 시점에 나는 또 한 번의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육아휴직을 하면 금방 아이가 생길 줄 알았다. 워킹맘인 것보다는 덜 고단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육아휴직을 하고 온전히 아이만 보니 즐거웠다. 보고 싶었던 아이를 매일 눈에 담을 수 있으니 힘들어도 좋았다. 하지만 육아휴직 6개월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이상했다. 아기곰을 임신했을 때는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기곰도 계획 임신이었고 별다른 조건들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인지 이제는 원인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난임병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기본적인 검사를 마쳤으나 원인은 찾지 못했다. 원인이 없다니 그럼 자연임신을 좀 더 시도해도 된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배란일을 잘 못 맞췄다거나 그런 타이밍의 문제라 생각했다
난임의 원인이 없으니 배란유도제를 맞으며 배란 날짜를 맞춰 자연임신을 도전해 보는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것도 2~3번 하다 보니 시간 낭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시술을 받아볼까라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인공수정을 시도했고 3차 인공수정까지 실패하니 이제는 내가 정말 난임상태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는 '이런 보조적인 시술로는 임신이 되지 않겠구나.'라는 판단까지 섰다.
좀 더 유명한 난임병원으로 병원을 옮겼고 바로 시험관을 진행했다. 그렇게 난임치료의 마지막 단계인 시험관 시술에까지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막상 여기까지 오니 임신만 할 수 있다면, 둘째만 가질 수 있다면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정도 마음이 생겨야 두려움 없이 망설임 없이 시험관 시술의 세계로 뛰어들 수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 오고 보니 '왜 이렇게까지 우리는 둘째를 원하는 것인가, 왜 생기지도 않는 둘째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내가 살면서 형제자매가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형제자매가 있을 때의 좋은 점 5가지이자 엄마곰이 꼭 둘째를 낳고 싶은 이유 5가지는 이러하다.
- 친구를 많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
형제가 많으면 굳이 많은 친구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친구보다 더 가까운 또래가 있기 때문이다. 혈연관계라 자주 부딪치고 싸우기도 하지만 절대 멀어질 수 없는 친구가 한집에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형제가 있으면 집에 오더라도 왕자님, 공주님이 되지 못한다. 부모님의 사랑도 관심도 간식도 n등분으로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온전히 독차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환경이다. 자연스럽게 또는 강제적으로 나눔을 배우고 양보를 배워야 한다. 나는 그런 나의 가정환경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 평생 함께할 동반자가 된다.
형제는 친구와 다르게 같은 환경을 공유하고 있어 성장환경이 거의 동일하다. 그렇게 생의 전반을 공유하고 유아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까지 특히 자매라면 결혼, 출산, 육아를 함께하며 배우자와도 나누기 힘든 육아의 어려운 부분까지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며 서로의 삶의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며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 비밀이 보장되는 상담창구가 되어준다.
가끔은 부모님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이 생기게 된다. 부모님이 아시면 마음 아파하실까 말할 수 없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는 그 어려움을 상의하고 나누고 싶다. 그럴 때 형제는 비밀을 보장해 주는 상담창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 부모님이 돌아가시더라도 부모님을 함께 추억할 가족이 남아있다.
둘째를 준비하면서 가장 절실한 부분 일수도 있다. 혹시 우리 부부가 늙어 죽더라도 혈연관계의 형제가 있다는 것, 슬픔을 나눌 가족이 있다는 것, 부모님과 함께 했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것만은 우리 부부가 아기곰에게 꼭 남겨주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둘째를 간절히 가지고 싶은 이유는 이외에도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기곰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태어날 둘째에게는 아기곰이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지금 나의 자매들이 가장 큰 선물이고 내 인생에 보물이듯 우리 아기곰에게도 꼭 있어야할 존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