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기가 발달지연이 오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어머니~ 아이 몇 개월이에요~?"
요즘 대형마트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 학습기기를 판매하는 분들이 말을 걸어온다.
종류도 다양해서 층층마다 다른 업체들이 들어서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말을 걸어온다.
판매자 분들도 교육을 많이 받는지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다. 아직 어린 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초등학교의 과정 등을 이야기하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고 다른 아이들은 하고 있다며 부추긴다.
"어머니 교육과정 바뀐 거 아시지요~?"
"아.. 교육과정은 항상 바뀌는 거 자나요^^."
"아 그러니까 예전에 우리가 배우던 내용이랑은 완전히 다른 교육을 아이들이 받는다는 말이에요 어머니~!, 누리과정부터 연계돼서 초등학교 수업을 하기 때문에 누리과정이 너무 중요해요~ 우리 아이 오늘 어린이집 안 갔나 봐요~??"
"아직 어린이집이나 기관에 다니지 않고 가정보육하고 있어요."
"아 정말요? 어머니 그럼 누리과정이랑 아무것도 모르시는구나~ 그러면 진짜 필요한 게 저희 프로그램이에요!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어요. 아이들이 그 시기마다 발달해야 하는 영역들이 있고 그 시기들을 놓치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어요. 저희 학습기 하시면 포인트로 발달 시기에 맞는 영역별 책을 구매할 수 있어요. 그리고 5대 영역을 골고루 발달시키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요즘엔 코로나 시기 아이들이 언어지연을 많이 겪고 있는데 저희는 그런 부분까지 전부 체크해 드리고 누리과정이랑 초등학교 과정을 연계해서 내용이 구성되어 있어서 저희 프로그램만 따라오시면 초등학교까지 걱정 없으실 거예요! 좀 전에 다른 엄마도 신청하고 가셨어요~ 지금 정말 타이밍이 좋은 게 사은품까지 주고 있어서 너무 좋은 구성인데 월 10만 원대로 이용하실 수 있어요!"
내가 듣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판매자분들이 해야 하는 말들만 나열한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에게 그때 꼭 발달시켜야 할 결정적 시기가 있다며 엄마가 다 제공해 줄 수 없는 부분을 전문가들이 제공해 준다며 패드 학습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결정적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엄마들에게 은연중에 심겨준다.
누리과정을 강조하면서도 누리과정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나는 사실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상위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는 휴직 중이나 누리과정을 배우지 않으면 초등학교에 가서 큰일 난다며 패드학습을 부추기는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누리과정이라는 건 사실 가정에서,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5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체계를 만들어 교육과정으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지기 전에는 일상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가정은 맞벌이 가정이 많고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그 과정을 어린이집에서 대신해서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판매자 분이 그렇게 강조하는 누리과정은 기관에서만 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니다. 누리과정은 일상에 대한 경험이고 사람과 사람 간의 기본 예의를 배우고 바른 인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게 가정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인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가정에서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다.
얼마 전에는 이제 돌이 된 조카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지역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유아 책을 판매하는 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요즘 어떤 책들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동생과 함께 유아책방에 방문했다. 한 시간을 넘게 상담을 받았으나 그 책방에서는 한 권의 책도 사고 싶지 않아 그냥 나오게 되었다. 우리 뒤에는 엄마들이 눈을 초롱거리며 상담을 받고 싶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정도로 유명한 책방이었다. 책을 사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엄마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말들과 영어유치원 교사인 엄마들도 우리 책방에 배우러 온다, sky를 준비하는 엄마들, 의대를 준비하는 엄마들이 온다는 등의 책방의 우월함 만을 강조하는 말만 늘어놓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상담 중 상담사의 실수로 교구를 떨어뜨려 큰소리가 났다. 그로 인해 갓 돌이 된 조카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을 본 상담사는 "어머니 이렇게 예민한 아이들이 발달지연이 오고 나중에 발달센터 다니는 애들 많이 봤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와 동생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이 떨어뜨려서 놀랬구나. 미안해."라는 말을 할 줄았았는데 갓돌이 된 아기가 놀라 우는 것을 보고 발달지연을 언급하고 이 교구와 이 책들이 영역별 발달을 잘 도와줘서 발달지연이 되지 않게 돕는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8~9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장해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단한 교구, 대단한 책 없이 성장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발달지연이나 언어지연은 없었다. 큰소리에 놀라 우는 아기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유명한 책방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은 책은 뭐가 있을까 우리 아이는 어떤 책에 흥미를 느낄까 그게 궁금해서 갔던 지라 이런 불안감을 부추기는 상담은 부담스럽고 거부감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런 마케팅을 계속해서 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그건 그 방법이 잘 통해서 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불안하지 않은 엄마, 부모들은 없다. 나 역시 불안하고 앞으로로 또 어떤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이런 불안감이 요즘 흔히 말하는 '7세 고시'를 만들고 아이들이 살기 더 힘들어지는 각박한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기사에서는 지난해 초중고 자살 221명, 역대최다라는 내용을 봤다. 낮은 출산율 보다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는 그 어느 때보다 자녀의 교육에 자녀의 미래에 진심인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아이의 행복에는 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 교육이, 지금의 투자가 아이를 행복하게 살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학교, 좋은 직업이 아이의 평생의 행복을 보장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부모의 기준에서 내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다른 것 일 수도 있다. 어떤 교육을 놓칠까, 지금 하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의 행복에 집중해 보면 좋겠다. 그럼 아이는 현재도 행복하고 작은 행복의 가치를 알아가고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아는 힘든 순간에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