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roach, 용산, 카페
한강대로 40길, 그러니까 한강대로에서 아모레퍼시픽을 지나 용산우체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음식점이 늘어선 약한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오른쪽을 잘 주시해야 한다. 가게 사이 주차장의 안쪽에 입구 인지도 모르게 문을 내고 있어 처음 찾는 사람 셋 중 둘은 지나쳐 다시 걸어 내려올 정도다. 휴대폰에 고개를 처박고 옆을 흘깃거리며 걷는 사람이 있으면 어프로치 가는 사람이라고 봐도 된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여름 장맛비처럼 봄비가 엄청 내리는 주말, 오픈 시간에 맞춰 브런치를 먹자던 다짐이 무색하게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미안하다고 전화를 하고, 후다닥 준비를 하고 약속 장소로 가고, 우산을 쓰고 빠른 걸음으로 대기하러 갔지만 앞에 열여덟 팀이나 있는 상황. 12시 30분에 예약하고 2시 10분에 들어갔으니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린 셈이다. 혹여나 다른 가게가 될까 싶어 폭우를 뚫고 신용산 언저리를 샅샅이 뒤지느라 쫄딱 젖은 채로 (결국 어느 가게도 들어가지 못한 채)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가 꽤 크다는 걸 알고 있어서 금방 비겠거니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비 와서 안 나온 사람보다 야외 좌석을 쓸 수 없어서 회전율이 떨어진 영향이 더 컸을 것 같다.
한쪽 면에 덧대진 금속질의 벽과 같은 재질의 입간판을 보고 두어 번 꺾으면 금속과 유리로 된 터널이 나타난다. 터널의 끝에는 터널의 폭에 꼭 맞게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유리와 금속은 계단이 있는 터널의 끝을 반사해 좌우로 끝없이 확장한다. 한켠에는 오래된 원래 주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은 창과 같은 금속 면 뒤로 몸을 숨긴 화장실이, 반대쪽에는 핸드드립 바와 어프로치에서 사용하는 집기류 등을 판매하는 작은 샵이 있다. 사람이 가득 차있을 때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터널과 계단, 그 위 1/3 정도로 보이는 감나무 밑동의 풍경이 강렬하다.
계단을 오르면 지나온 공간이 오래된 주택의 아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감나무가 있고 다양한 질감의 돌이 깔린 마당을 지나 왼편의 건물을 끼고 계단을 오르면 입구로 들어선다. 검은 벽돌, 회색 타일, 장식이 있는 난간과 격자형 천장의 발코니, 회색 돌, 색온도가 낮은 조명과 나무로 장식된 카운터가 보이는데 다채로운 텍스처에도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아 남은 걸까, 남겨놓은 걸까, 비슷하게 손댄 걸까 생각하게 한다. 비에 젖은 탓인지 아주 자연스러운 색으로 녹아들었다.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인 마당, 둘러싼 고동색의 담 너머로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보인다. 그렇게까지 훌륭한 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원래 있던 감나무를 살린 선택이 탁월하다. 마당 벤치의 물이 흐르는 나무 등받이는 진부하면서도 귀엽다. 한편으론 긴 머리를 가진 사람이 앉으면 머리가 젖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실내는 잘게 쪼개져 있다. 한쪽은 각지고 다른 쪽은 둥근, 입구에서부터 이어져온 금속 질감의 기둥이 손님 공간의 중앙에 위치해서 공간을 나누고, 이 기둥에 캔틸레버로 된 좁고 긴 다인용 테이블이 붙어 있다. 하지만 캔틸레버를 썼다고 강조하지는 않는다. 잘 분절한 넓지 않은 내부 공간의 중앙에 다인용 테이블을 놓았지만 켄틸레버 테이블 덕분에 갑갑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저쪽 문 너머로 보이는 엔타시스가 강조된, 배가 나온 기둥은 가까운 쪽 발코니 난간의 마찬가지로 가운데가 부푼 모습과 어울린다. 잘 쪼개진 공간은 사진 한 장에 모두 잡히지는 않아 '사진발'은 잘 안 받을지라도 여전히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메뉴 조사를 하나도 하지 않고 왔어도 목적은 명확하게 브런치였다. 연어와 이것저것 든든하게 먹고 싶었던 나는 어프로치 브렉퍼스트를, 함께 간 친구는 샥슈카를 주문했다. 간단한 간식을 먹고 와서 배가 별로 안 고팠던 탓인지 생각 외로 음식 양은 많다고 느꼈다. 브런치가 대체로 그렇듯 별 대단한 조리 없이 날 것 위주의 음식으로 어프로치 브렉퍼스트는 토마토, 계란, 아보카도, 연어, 크림, 치즈와 토스트가 나왔고, 고추나 풀을 잔뜩 넣은 매운탕 같은 비주얼의 샥슈카는 토마토와 파, 파슬리, 계란, 초리쪼로 만들었고 빵이 함께 나왔다. 어프로치 브렉퍼스트는 재료에서 볼 수 있듯이 모두가 아는 그 맛. 샥슈카는 내 입에는 조금 달았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을 보기 좋게, 찍기 좋게 만드는 건 집기의 역할이다. 그릇이 뜨겁다는 말과 함께 천을 깔고 나온 샥슈카 옆에 무심하게 꽂혀 있는 사워도우 빵은 물론이요, 아래 샵에서도 팔고 있는 토스트 꽂이(?)까지. 토스트에 딸려 나오는 잼 통이 참 독특하면서도 요즘 스타일이라 많이들 사진을 찍겠다 싶었다. 쾰쉬(kölsch) 캐리어를 닮은 금속 캐리어 속에 다채로운 색과 맛, 질감의 스프레드 병이 담겨 나온다. 코로나-19로 공용으로 사용하는 많은 부분이 사라진 지금에도 여전히 감수하고 내는 것은 어프로치의 시그니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잘게 다져져 꿀과 오일에 버무려진 피스타치오는 붉은색의 연어와 흰색 크림이나 치즈와 함께 빵에 얹어먹으면 좋은 비주얼을 보여줬다. 마멀레이드에 팔각을, 딸기잼에 시나몬 스틱을 담아둔 것은 신선하게 비튼 클래식이면서, 의외로 피넛버터가 함께 나왔다.
위층, 그러니까 식사하는 층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음료를 팔고, 핸드드립 커피는 아래에서 주문할 수 있다. 위층에서도 주문할 수는 있지만 원두 설명을 볼 수 없어 다시 비를 맞으며 계단을 내려가서 주문하고 왔다. 다행히 커피는 위로 갖다 주기는 한다. 생각해보니 화장실은 아래로 걸어 내려가서 사용해야 하네.
어프로치를 방문하는 순간부터 가게에 이르기까지 방문자가 경험하게 될 동선을 참 강렬하게 짰다. 건물의 지하공간 일부를 동선으로 사용하면서 실내면적 일부를 포기하면서도 야외 활용도를 높이고 대기자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양적/질적으로 확보했는데, 후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기존 건물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단다. 마당으로 접근하는 비좁은 길과 엉망인 지하가 과감한 결정을 낳은 셈이다. 건축주의 무관심 혹은 넓은 아량은 당연히 전제 조건이다. 터널부터 실내까지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도 쉽게 맞추기 어려운 각을 세우면서 시공과 감리에도 굉장한 노력이 들어간 것이 보였다.
다만 본격적인 가게로 접근하는 통로 옆의 미니 샵, 핸드드립 바가 종속적이고 부수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은 아쉬웠다. 성수동 <TMH>에서도 아쉬웠던 점 중 하나로, 본채와 떨어뜨려 커피 부스를 만들었지만 앞마당은 그냥 주차장처럼 비어있었다. 재료와 공간만 남은 정제된 통로를 통해 다채로운 마당 공간 짜잔, 하는 느낌을 받기에는 옆의 커피 부스와 샵이 빈 공간을 찾아 적당히 들어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각각의 힘이 조금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화장실과 미니 샵을 한쪽으로 빼서 음료를 위해 공간을 온전히 할애하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마당에서 통로까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사람이 삼삼오오 모인, 만남으로 풍요로운 공간으로 진입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통로 쪽은 음료, 마당은 가벼운 식사, 실내는 본격적인 식사로 나뉜다면 브런치 가게와 거기 딸린 카페가 아닌, '어프로치'라는 하나의 장소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
독창성◼︎◼︎◻︎◻︎
완성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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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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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