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날씨요정이 필요해

내 감정 마치 스콜과 장마

by 파르크

인생은 나에게 찾아든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여, 무슨 감정선으로 기억에 기록하는 가 같다.


감정은 날씨 같아서 조용히 지나가지 않는다.

평범하고 맑은 날이 이어지면 기분이 좋지만,

어느 날은 스콜처럼 폭발하고,

어느 날은 장마처럼 우중충함이 무겁게 이어진다.


날씨처럼 시도 때도 없이 변덕을 부려대는 감정을 품고 사는 삶은 나를 지치게 하지만 또 견디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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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화점이 높은 편이다.

쉽게 화를 내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지간해선 참고, 지켜보고, 견딘다.

그게 성숙이라고 믿기도 했고, 그렇게 해야 덜 상처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는다고 해서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더라.

감정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눌러 담은 감정은 쌓이고, 결국 어느 순간 임계점에 다다르면 터져버린다.


스콜은 그렇게 찾아온다.

참고 참았던 말들, 울컥했던 감정들, 속에서만 곰곰 씹었던 억울함이

단숨에, 거칠게, 날씨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나서야 깨닫는다.

“참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었구나.”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상대도, 나도 — 내가 얼마큼 지쳐 있었는지.


당황스러웠다.

이럴 줄 몰랐으니까.

그만큼 내가 들끓고 있었다는 걸 몰랐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시원했다.

감정이 지나가고 나니,

몸 안에 끓고 있던 뜨거운 기운이 조금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 폭발은 결국 경계가 됐다.

나의 감정선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그제야 알게 됐다.


그리고 또 다른 시기는 장마였다.

그건 스콜처럼 순간적이지 않았다.

한동안 이어진 무기력과 슬픔,

정체된 듯한 시간.

감정이 아니라 삶 전체가 눅눅하게 젖어 있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을 해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모든 게 쓸려나간 듯한 시간이었다.


지만 끝 모르고 내리던 비가 걷히고 나면 모든 게 드러난다.

비로 인해 무너진 자리, 약한 구조, 곰팡이 핀 마음의 구석.

그제야 제대로 보인다.


그 장마가 지나간 후, 나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부분이 취약했고,

어떤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으며,

어떻게 나를 다시 세워야 하는지 알게 됐다.


장마는 포기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다음 챕터를 위한 재정비의 시간이었다.


감정은 날씨와 같다.

하지만 그 날씨가 지나간 자리는

텅 빈 흙바닥이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하게 다져진 ‘나의 기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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