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와 전시 티켓 사이

같은 도시, 다른 삶. 그 틈에서 느낀 무거운 마음의 온도

by 파르크

얼마 전엔 홈리스 분들을 위한 배식 봉사에 다녀왔고, 오늘은 서울의 부촌에 위치한 미술관 전시 봉사에 다녀왔다.


한쪽은 하루의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무료배식을 기다리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외식비에 맞먹는 18,000원을 지불하며 평일 오후, 취미와 감상의 시간을 향유하고 있었다.

같은 도시,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너무도 다른 삶의 결들이었다.


나는 그 둘 사이, 아직 직업적으로 번듯하게 자리잡지 못했지만 전시를 보러다닐 수 있는 여유는 갖춘 중간지대에 서 있다. 그래서일까, 그 차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이제는 인생의 성패가 단순하게

"게으르게 살아서 그래."와 "성실하게 살아서 그래."로 나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게으른 모두가 가난한 것도 아니고, 부지런한 모두가 부유한 것도 아니다.


각자의 삶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명확하게 다른 길로 나뉘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갈라놓은 걸까.

몇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늦은 밤, 노량진 인근에서 마주친 3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
그의 발걸음엔 목적지가 없었고, 그의 눈엔 명백한 공허만이 담겨 있었다.
절망에 짓눌린 그를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렇게 무너지게 했을까.
그를 지나칠때 느껴진 밤보다 어두운 그의 기운에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오소소 돋아났다.

또 다른 날, 새벽 산책길에 50대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제가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데, 먹을 것 좀 사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죄송해요, 저도 돈이 없어서요."라고 말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했다.
실은, 바로 앞 편의점에서 뭔가를 사줄 정도의 돈은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아저씨의 용기와 배고픔을 생각한다.
그는 얼마나 많은 망설임 끝에 나에게 말을 걸었을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거절과 외면을 만났을까. 그때 거절이 아닌 도움을 선택했다면, 그 아저씨에게 작게나마 온기가 감돌았을까. 아직도 후회된다.



오늘 미술관 봉사는 아름다웠다.
그림들은 고요했고, 사람들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내 마음 한 켠은 어딘가 자꾸 아릿했다.


나는 왜 자꾸 밀려난 자들의 공허와 수치를 마음에 품게 되는 걸까.
다른 친구들은 "그들과 우리는 다른 세계"라며 선을 긋고 잊어버리는데,
나는 왜 이 거리에 자꾸 마음이 끌릴까.
혹시, 미래의 나 자신이 그 자리에 서게 될까 두려워서?
혹시, 무의식이 나를 그곳으로 당기고 있는 걸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감정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다.
그보다는 ‘나도 언젠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감각.
나 역시 언제든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인정.
그리고 그 취약함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택.

공감은 때로 무거운 감정이다.
세상을 가볍게 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무거움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래서 계속 질문을 품는다.

“무엇이 이들을 갈라놓았는가?”
“그리고 나는, 그 틈에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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