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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괭이네 집 Jan 04. 2020

고민보다 포카

너의 덕질일기2


덕질의 늪에 한 발을 들여놓는 첫걸음은 포카! 여기서 혹시 '포카~칩?'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스스로 덕력 제로임을 노출하는 것이다. 게다가 구세대 인증은 덤이다. 내가 그랬다. ㅠㅠ


그러나 이 포카는 그 포카가 아니란 말씀. 초짜 덕후를 덕질의 바다로 인도하는 거룩한 계시. 그것이 바로 포카, 포토카드이다.

포카라는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의 세계는 신비롭다. 셀카에서부터 화보에 이르기까지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부터 풀메이크업으로 잔뜩 힘을 준 A컷까지. 조금씩 다를 뿐인데도 전부를 소장하고 싶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참으로 요망하지 않은가?

이왕이면 커다란 브로마이드를 사지 웬 포카라고 생각하신다면, 노노~!(내가 그랬다는 건 비밀!) 진정한 팬의 자세는 A컷부터 B컷을 넘어 스타의 셀카까지.  한 컷 한 컷에 담긴 그들의 빛나는 모습을 간직하는 것이다. 


중독의 시작은 늘 가볍다. 그녀 역시 처음엔 그저 비공식 포카로 만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의 눈이란 좋은 것을 보면 볼수록 높아진다. 한 번 공식 포카를 영접하고 나면 이제 비공식 포카란... 바야흐로 '아웃 오브 안중'이 되신다. 그래도 '오빠'들의 사진이니 여전히 소중히 모시고 있지만 말이다.


더불어 엄마의 지갑도 고갈되어 간다는 사실. 명함 사이즈의 이 포카야말로 은근하고도 끈질기게 덕후의 주머니를 터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바로 무시무시한 랜덤 발송 때문이다.


앨범을 여러 장 사도 각기 다른 포카가 올진 미지수. 그래서 트위터에는 자신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 포카를 구하고자 하는 덕후들이 그들만의 시장을 연다.

그리고 우리의 순진한 초보 덕후들은 '호갱'의 길에 들어선다. 최애 포카를 구하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사거나 트위터의 암시장에 입장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철저한 나의 그녀는, 영특하게도 파산의 위험은 피한 듯하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푼푼이 받은 용돈을 꽤 비축해둔 그녀는 우리 집 최고의 현금 갑부(?)였다. 게다가 그 돈을 불리는 데도 놀라운 재주가 있었다. 주로 엄마인 나에게 고리대금을 놓았는데 급하게 8만 원을 빌리면 10만 원으로 갚아야 하는, 사채 이자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쓰는 것보다 모으는 것에 집중했던 그녀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포카의 위력은 실로 놀랍다.

그녀의 바인더를 가득 채운 포카들은 그렇게 우리 집의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지갑도 메말라 갔다. 드디어 나를 옥죄던 고리대금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저임금 노동착취. >.< 바야흐로 나는 악덕 고용주가 되었다.


현재 덕질 데코레이션으로 쌓 그녀의 청소 능력은 앨범 1장과 교환되고 있다. 나름 그녀의 덕질을 응원해온 필자에겐 엄청난 떡고물이 아닐 수 없다.


엄마와 딸을 윈윈 관계로 만드는 덕질에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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