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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Jun 07. 2016

입센과 뭉크의 오슬로

노르웨이 8월



 팔월 중순이었으나 아침으론 가을빛이 나는 북유럽,

아까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른 아침을 먹다가 반지하 창밖으로 코트 깃을 올리고

바쁘게 가는 키 큰 노르게들의 걸음에서 쌀쌀한 기온을 체감할 수 있다.  

 뷔페식의 식탁엔 역시나 청어같은 생선 절임의 종류가 몇 가지나...

이 새콤한 생선 몇 조각들의 맛에 길들여져 그 후에도 간혹 생각날 때가 있었지

야채류가 귀한 지 샐러드는 비싼 반면 유제품이나 해산물은 청정지역답게 질이 좋고 풍부하다.

 

 오슬로에 들어서면 가보고 싶었던 입센의 집은 내가 오래전부터 스칸디 반도를

가슴에 품었던 이유 중의 하나다.

노르웨이 문학의 대부인 헨릭 입센과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현대극 '인형의 집'은 도대체 얼마나 자주 듣고 보았던 성장일기인지....

인형의 집 노라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세계의 여성성을 일깨우는 상징어가 되었는데

남자의 시각에서 창조되었음은 항상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입센이 궁금했는지...



 중심가인 칼 요한 거리는

입센이 또는 뭉크가 영감을 느끼며 산책하던 19c 그대로의 소박한 모습을 유지한다.

지나가다 본 국립극장 앞에는 고집스런 모습의 입센 동상이 있고 그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었던

그랜드 호텔 카페는 뭉크의 그림에서처럼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Henrik ibsens gate에 있는 그의 생애 마지막 11년을 살았던 입센 뮤지엄의 2층은 그의 살림집이다.  

북 카페 느낌이 나는 1층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이쁜 처자들이 가이드를 맡아

그의 생전 숙소 하나하나를 설명한다.

 나는 한 눈을 팔며 건너 초록빛으로 무성한 왕실 공원의 아름다움에 빠지기도 했는데

아마 오래전 입센도 서재에서 작품을 쓰다가 그리 하였을 듯....

 

Munch museet


작품 <절규>와 <마돈나>를 본다는 큰 기대감으로 찾았던 뭉크 미술관은 개관 시간보다 일찍 가

비 오는 처마 밑에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야외 카페 의자들은 비에 젖고 하릴없이 건너 숲들만 멍하니 쳐다보던 소중한 시간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일본인 부부와 함께...




예상했던 대로 병들고 불안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작은 미술관 방들을 꽉 채워 어쩌면 유령의 집

한 채를 통과하고 있는 듯한 기이한 순례.

 병든 사춘기의 여동생, 흡혈귀로 그려진 연인,

텅 빈 눈을 한 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에로틱함으로 그려진 

성녀 마돈나....!


 내가 더 시간이 흐른 연륜으로 이 곳을 찾았다면

좀 더 편히 작품마다의 슬픔을 공감하고

응시하는 시간을 즐기다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가는 한동안

마돈나의 엽서가 들어간 액자를 오히려 책장 위에

돌려놓는 시간이 많았다.

뭉크는 자신을 떠난 연인의 모습을 성녀 마리아에 넣었다는데  삶이 힘들 때

아름다운 여자고통은 더 실감나는 느낌을 주던 지...




 오슬로는 무려 천 년의 역사를 가진 품격이 조용하고 한적하게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입센이 자유를 준 노라와 뭉크의  연인 마돈나가 마음을 잡을 것이다.


다음 날은 그리그의 솔베이지를 찾아 베르겐으로 가는 피요로드를 지날 것이라고 일기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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