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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Nov 05. 2017

How  about  it ?

꽃게가 살찔 때




  새학기가 되면 길을 건너 나와 평행선이 된 아들은

 다시 기숙사로 떠났다.

  마법처럼 그 아이의 밥상 위에 올려지던

나의 요리들은

 조금씩 제 역할을 잃고

추운 냉장고 귀퉁이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곤 했다.


 

 먹는 것보다 소중한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한

 식욕과 더불어 말수도 줄어드는 청년기의 현상이라고

 주변에선 나름 위로했다. 정말 그런가...


 그럼 나는 기숙사로 보낼 수 있는 간식거리처럼

계절 잼이며 리코타 치즈 같은 것들을 급 생산해서 기억용 라벨까지 붙이고 있었다.




 9월이 되어 자다 깬 머리맡에

문득문득 떠오르던 브람스의 피아노

- op.60인 줄 알고 들였다가 한동안 의문에

 사로잡혀 주입시키듯 듣던 작년 가을의 op.25  

 그것 또한 좋았지..한 해는 또 이리 쉽게 가고 있구나


 아들의 주말 귀가에 대비해 막 손질해  쪄 놓

가을 꽃게  한바구니가

주방에서 할로윈처럼 웃는다.

  How about it?

내가 아들에게 주는 은연 중의 횡포처럼  부담스러워

가장 멋진(?)놈부터 골라 무장 해제 시키기로 한다. 

 그리고 브람스와 함께하는  가을식탁..

이제 내 전쟁은 곧 끝나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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