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휴가
요즘 들어 부산이라는 도시가 조금씩 정을 느끼게 만든다.
해운대는 해변을 끼고 100층 이상의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국제도시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그 속에
숨어 사는 다양한 가게들과 사람은 의외로 옛 모습 그대로 인 듯...
어릴 때 언니의 손에 붙잡혀 커트를 하러 갔던 미용실의 젊은 강사는 그 모습 그대로 머리만 희끗해져
놀랍게도 익숙한 표정인 채 나를 맞는다. 함께 하는 손님들도 다 서로의 삶을 나누며 늙어 간 듯
대화가 그렇다.
해운대를 떠나 서울살이를 하다 돌아오는 이도 있었고 자녀들만 객지로 보낸 이들도 많다.
남천동 아파트 앞 애기업고 쿠키 팔던 젊은 부부는 해운대 번화가에 멋진 제과점 오너로 체인이 몇 개라는 등... 나는 그런 역사들을 전해 들으며 웨이브가 무성했던 내 머리를 속절없이 잘리고 이번에도 언니 취향의 단발머리 부산여자(?)가 되어 해운대 맛집을 간다.
자다 깬 머리맡에 보석함을 부은 듯 아름다운 불야성...
잠결에 놀라 한참을 창가에 붙어 앉아 생각 없이 부산을 조망했다.
뉴욕에서 느끼던 수많은 마천루의 높고도 이지적인 야경과는 또 다른 따뜻하게 반짝이는 물방울 같은 집합체.. 70층 아파트의 전망은 그 밤 볼만했다.
늦잠을 자도 속 편한 친정 피붙이의 곁에서 잘 먹고 잘 쉬는 여름휴가를 보낸다.
뭐 하고 사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은 서울 근처를 배회하다 낯선 인생이 가고 있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바다를 끼고 태어난 몸의 유전인자는 일 년에 두어 번이라도 제대로 된 바다의 물살을 심하게
품고 와야 숨을 쉬는 듯 한 나.
오전에 혼자 바닷가로 나가 한 바퀴 한다. 가족들이 모르는 나의 향수병을 위하여..
7월의 바다는 역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