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신경관결손 없이 합격! 그러나 추가로 AGE FACTOR (나이 요인)이 적혀있다. 불쌍한 아기는 신경관 결손 없이 정상임에도 엄마 나이 때문에 은근한 압박을 받고 있다. 태아 나이 19주면 눈이 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말귀 좀 알아들으면 은근히 사과를 할 계획이긴 한데 이게 잘 먹힐지 모르겠다.
어쨌든 다행이다. 내 이럴 줄 알고 11주 되자마자 염색체 검사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제일 빨리 할 수 있는 염색체 검사는 11주부터 가능하다. 나는 11주 2일차에 서둘러 해치워버렸다.
그 결과 아기의 염색체는 물론 미세한 결실 없이 완벽(?)한 DNA라는 보고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구.
나의 급한 성미에 박수를!!!
19주 1일 차의 오늘. 신경관결손 검사 결과를 보며 고령산모는 이렇게 또 한시름 덜었다.
신경관결손 검사지
내가 다니는 병원은 8층 건물로, 지하부터 옥상까지 통째로 오로지 분만을 위한 공간으로 쓰고 있다. 저출산때문에 분만병원이 재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므로 반경 30Km 내의 산모들의 50%가 이 병원의 고객의 고객이다.
덕분에 주차장이 항상 만석이다. 임산부들은 주차요원의 지시에 따라 곡예 주차를 해야 한다. 주차 요원들은 노련하게 임산부의 주차를 조종한다.
그 와중에도 형편없는 운전자는 있기 나름이라 "어어어어? 어어어어 안돼요! 스토오오오옵!!!"하는 불호령이 자주 들린다. 참 재미있는 광경이다.
매번 곡예주차로 힘들었는데 오늘은 편안히 주차할 수 있었다. 아침에 우연히 일찍 일어나게 되어 병원 오픈 30분 전에 당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차 요원이 우리 차에 대고 크게 물었다.
오늘 출산하러 오셨어요? 헉 아니요."
병원 문도 열기 전에 웬 차가 한대 들어오니 출산 때문에 왔다고 추측하신 것이었다.
주차요원은 별 뜻 없이 본인의 직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이지만 40 인생 내내 출산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여자는 둔탁한 충격을먹었다.
그렇다.
앞으로 20주가 지나면 출산을 한다.
나는 아직 출산 방법도 결정하지 못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죽을 맛이라던데... 임신을 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죽을 맛을 기어이 경험하게 되는가보다.
40주가 되는 날 아침, 주차요원의 같은 질문에 나는 "네."하고 답해야 한다.
...정말 그런 날이 올까?
나.... 괜찮을까?
딩크족의 시조새 같은 존재였던 나는, 우리 부부는 정말 괜찮을까? 아직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고민하면 무얼하리?
선택의 시간은 지나갔다. 임신의 신은 나의 안녕을 뒤로한 채 아기의 운명을 positive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