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남편이 말했다.
여보는 살찔 성격이 아니잖아.
자칫 잘못 들으면 가스라이팅 같은 대화이지만 나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렇다. 내 성깔머리는 살찔 그것이 아니다. 조금만 살이 쪄도 온몸에서 불편하다고 비명을 지르는 통에 입맛이 싹 달아나버린다.
특별히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많이 먹었다 싶으면 다음 날 적게 먹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 운동선수 체질은 아니지만 느긋한 성격도 못되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금세 제자리로 돌아온다.
덕분에 나의 몸무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2킬로를 넘기지 않았다. 명절 때도 휴가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어떻다고?
난 임신해도 살찌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임신 17주 차인 지금 벌써 +3킬로가 되었으니. 띠로리...... 띠로리로리로~ 털썩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복스러운 내 얼굴, 살이 올라 윤기가 반질반질한 것이 영락없는 보름달 얼굴이다.
임산부는 살이 찐다.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고 있다.
임신 중기인 16주가 되면 아기는 신체 구조의 대부분이 완성되었으므로 그대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덩달아 더 넓은 아기 수영장(양수)이 필요해진다. 아기도 쑥쑥 크고 엄마 배도 쑥쑥 커지는 시기. 그것이 바로 16주 차이다!
나는 물만 마셔도 살쪄
(거짓말)
물만 마시면 살찔 수 없다. 그러나 그 말은 임산부에 한해 진실이다.
정말이다. 산모가 마신 물이 그대로 양수가 되어 축적되기 때문에 물 마신만큼 몸무게가 쑥쑥 늘어난다. 수분이 잘 빠져나가지 않으니 몸이 붓는다. 뱃살도 쑥쑥, 뱃가죽도 쭉쭉 늘어나는 기적을 맛보게 된다.
하나 더, 임산부의 피는 끈적이기 때문에 혈전이 자주 생긴다. 혈전이 생기면 심장 부근으로 가서 혈관을 막고 자칫하면 크게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물을 자주 마신다. 물을 많이 마시면? 수분이 축적되어 몸이 붓는다? 자궁이 방광을 눌러 빈뇨가 심각한데 그 증상이 악화된다?
건강한 산모는 해당 사항 없겠지만 40살이 넘은 노산모는 이리저리 차이는 기분이다. (의사는 내 이런 마음을 눈치챘는지 임산부용 압박 스타킹을 처방해 주었다)
몸무게가 늘어서 갔더니 의사에게 혼쭐이 났다는 산모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체중관리 하셔야 해요!
체중관리 하라는 권고에 반사판처럼 대답할 것 같다. "네? 어떻게요? 흑흑"
임산부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 100점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드라마 속 이야기이다. 무작정 잘 먹고 잘 쉬기만 해서는 안된다. 운동도 하고 식단도 하며 체중 조절 해야 한다.
자, 이제 방심할 순 없다. 임산부 루틴을 실행한다.
1.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정리를 하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팔 굽혀 펴기를 한다.
2. 그 이후 오전 업무를 하거나 글을 한편 쓴다.
3. 오전 산책 30분 후 말끔히 샤워한다.
4. 건강한 임산부 아점을 먹는다. (전날 식단을 꾸려 놓는 게 핵심)
5.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임산부 아쿠아로빅을, 수요일에는 필라테스를 한다.
6. 나머지 시간에는 일을 한다.
7. 저녁에 건강한 40대 부부의 식사
8. 식사 후 남편과 저녁 산책
9. 깨끗이 씻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다.
10. 감사 명상을 하며 취침.
이렇게 14주 차부터 벌써 한 달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어떠신지? 이 글을 읽고 있는 임산부가 계시다면 함께 참여해 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