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배낭에서 버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놀랍게도,
사람들의 배낭 속에는
자기 자신이 그대로 들어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다고 알려진 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길을 말한다. 하나의 목적지라도 길은 여러 갈래로 포르투갈, 프랑스, 스페인 각지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 출발하건 노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오래도록 걷다 보면 모두가 산티아고에서 만나게 된다.
마치 모두의 인생 경로는 달라도 죽음이라는 목적이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길은 Saint-jean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이다. 그 길이는 약 800km이며 성인 평균 걸음 하루 20~30km씩 꾸준히 걸으면 약 30~32일 후 목적지에 닿게 된다.
이 길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인생 같은 길이다.
괴롭지만 견딜 수 있는 작고 큰 고난들이 있는, 그러나 해결할 방법도 존재하는 나와 당신의 인생.
태어났다면 어쩔 도리 없이 살아내야 하듯, 싫든 좋든 걸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프랑스길은 인생과 몹시 닮아있다.
만일 당신이 프랑스 길을 걸어 내겠다고 결정했다면?
평생 걸음의 상당 부분을 한 번에 써버리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걷고,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이보다 더 곤혹스러운 건 30여 일간 사용할 모든 물건을 등에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겨우 낙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등에 짐을 짊어지고 매일 7~8시간씩 걷는다는 것은 고된 일이다.
그러나 이 험난한 여정 속에서야 말로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출발 전 많은 사람들이 짐은 최소로 가져갈 것을 권하지만 대부분 너무 많은 것을 가져온다. 자신의 신체 점수를 고려하지 않고 마치 괴력의 소유자인 양 이것저것 넣어오는 것이다.
여행 3일째쯤에서야 모든 물품을 탈탈 털어놓고 골라내는 과정을 겪으며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내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을 고르는 시점부터
나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승무원이었던 나는 짐 꾸리는 데는 도가 튼 사람이다. 단 5분 안에 완벽하게 짐을 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난도가 높았다. 배낭에 넣을 물건의 중요도, 유용성, 사용 빈도, 희소성, 무게와 부피까지 완벽히 계산해서 무게를 최소화해야 했다.
준비물 리스트:
침낭, 등산모자, 선글라스, 손톱깎이, 카메라, 노트북 등 전자기기, 각종 충전기, 멀티탭, 샴푸, 비누, 로션, 선크림, 치약, 칫솔, 수건, 스포츠 타월, 속옷, 물티슈, 노트, 필기도구,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등산스틱, 물통, 무릎보호대, 등산화, 운동화, 비상약, 비상식량 (컵라면, 햇반, 레토르트 식품, 고추장, 라면 수프 등...) 긴바지, 긴팔 티셔츠, 반바지, 반팔 티셔츠, 바람막이 점퍼, 잠옷, 평상복, 양말, 팔토시, 등산용 돗자리, 우비, 슬리퍼… 등등
종류도 많지만 각각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침낭의 무게만 1kg에 육박했다. 몇 벌의 옷과 세면도구를 넣으니 이미 3kg가 넘어버렸다. 배낭의 무게는 자기 몸무게의 10%가 적당하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뺄 수 있을까? 아무리 살펴봐도 놓고 가야 마땅한 물건은 찾기 어려웠다.
모두 가져갈 수 없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
영원한 것을 얻기 위하여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사람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짐 엘리엇
우리는 자기 배낭 속에 저마다 필요하다고 믿는 것들을 넣고 인생의 길을 걷는다.
혹시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오래전에 넣어 놓고는 잊어버린 것이 몰래 들어있지는 않은가?
나는 내 배낭에 회복하고 싶은 관계를, 미래에 대한 꿈을, 지나간 이별을,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넣었다. 심지어 내 배낭 속에는 몇 년 전에 나를 무척 괴롭혔던 직장 상사도 들어있었다. 그녀에 대한 무거운 기억을 넣고 다니다가 괴로운 날에 가끔 꺼내 보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그녀에게 느꼈던 무력감과 고통을 배낭에 넣어 메고 다녔던 셈이다. 왜 버리지 못했을까?
배낭이 무거운 만큼 걸음도 느렸다. 느리게 걷는 자신을 몹시 미워하기도 했었다. 성큼성큼 걸어 저만치 가버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마치 땅바닥에 붙은 휴지가 된 심정으로 바라보곤 했다.
누구처럼 나도 내게 주어진 인생의 길을 걸어갈 뿐인데도 참 버거웠다.
그 이유는? 내 배낭이 너무 무거웠던 탓이다.
여행 질문서 세 번째 질문
"인생의 배낭에서 버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 과도하게 걱정하는 습관, 허영심과 자만심"
내 배낭이 가장 무거웠던 이유는 부정적인 상상에서 비롯된 걱정들로 인해 불필요한 것들, 예를 들어 꼭 해야만 하는 것,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은 종종 날개가 달린 듯 미래로 여행했다. 특히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 미래로 가는 일이 많았다. 사실이 아닌 것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나를 위협했고 그럴수록 나는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더 무거운 배낭을 짊어졌다.
나를 걱정하게 하는 많은 것들에 잘 대비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대비를 해도 걱정은 더 늘어갈 뿐 안심이 되지 않았다. 부정적인 미래로 여행하는 내 습관과 불필요한 걱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리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내 배낭에서 걱정하는 습관을 꺼내 버리기로 했다. 걱정과 염려로 인해 채운 물건들을 퇴출시켜보기로 한 것이다. '정말 이래도 될까?' 이미 고착화된 걱정 습관은 여전히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변화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다.
그러나 용기를 내야 한다.
잘 버리려면?
1. 내게 내 인생에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걱정하는 습관은 오히려 내가 원하는 삶을 방해할 뿐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행복한 것이다.
2. 그렇다면 중요한 것을 배낭에 단단히 넣자. 당장 행복해지기를 선택하자.
3.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버리자.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은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짐의 무게로 인해 몸이 뒤쪽으로 쏠리는 것을 앞쪽으로 당기다 보면 고개가 자연히 땅으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은 잘 살아내기 어렵다.
퉁퉁 불은 자기 발만 보고 걷는 동안에도 시간은 무섭게 흐르고 있다.
배낭을 메고 걸으며,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지도 모른채 무작정 걷던수많은 날들이 떠올랐다.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워서 땅만 보며 걷던 나는 걷는다는 행위 자체를 즐기지 못하며 산 셈이다.
어릴 적 경이로웠던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어른이 된 나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짐꾼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은 고통이라는 명제를 진실이라 믿으며… 여행 중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물건까지도 짊어지고 걷고 있는 길 위의 나처럼…
버려야 할 짐을 골라 버리고 나면 어깨가 가벼워진다.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파란 하늘, 매일 새롭게 뜨는 태양, 싱그럽게 자라난 들판의 해바라기에 푹 빠져보자.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준 신이 준 선물이자 축복이다.
이제 용기가 필요하다.
내 삶에 필요 없는 것을 과감히 버릴 용기.
만일 지금 당장 배낭을 열어 불필요한 물건을 버릴 수 있다면 인생의 무게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신나게 걸어요! :)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자연이 저에게 속삭이는 듯했어요.
그렇게 많이 짊어지고 있지 않아도 너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은 이미 충분하단다.
만약 지금 당신의 인생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왜 그런지 당장 살펴보세요. 어깨가 짓눌린 채로는 결코 오래 걸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언젠가 너무 지쳐 정말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요. 그것은 때로는 꿈이고 때로는 건강이고 때로는 사랑이 될지도 몰라요.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내 인생의 배낭을 내려놓고 거꾸로 탈탈 털어 모조리 꺼내 봐야 해요. 그리고 점검해야 해요. 혹시 당신의 배낭에 꼭 필요한 것 외의 것들이 들어 있지는 않나요? 무리하게 짊어진 책임감, 욕심, 질투와 시기심,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감 등이 들어있지는 않나요?
여행 질문서 세 번째 질문
"인생의 배낭에서 버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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