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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온라인 강의하는 강사가 말하는 온라인의 장점 공유

혼돈의 시대를 보내며.

by 송수연


작금은 실로 혼돈의 시대로, 코로나라는 쓰나미가 사회, 경제, 종교 분야를 가리지 않고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도 하얗게 샌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지금을 회상하겠지.


거, 코로나인가 뭔가 있잖아 그거,
그때 내 인생이 확 변했지.



와이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재택근무를 시작한 회사원, 미술을 온라인 수업으로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 외국에 나가지 않는 승무원, 몇 달간 집에만 있는 아이들과 씨름한 가정 주부, 하루 종일 배달만 하는 사장님, 아무도 찾지 않는 식당... 또 누가 있을까?


과연 이들 중 누가 더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까?



"정말 죽을 것 같아.
애들이랑 하루 종일 씨름이야."




아이 둘 엄마의 인생이 괴롭다. 워킹맘인 그녀는 아이들과 매일 전쟁을 치른다. 뭐. 아이 없는 나는 그녀의 고됨이 얼마만큼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의 일그러진 미간의 깊이만큼이나 심각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누구의 삶이 더 격하게 변화했는가?



변화의 강도를 감히 측량할 수 없을 테다. 그러나 내 쪽에서도 매우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오프라인 교육이 모두 온라인 교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학생과 선생님이라는데 나는 최전방에서 온 몸으로 파도를 받아내는 기분이다.




1601300755350.jpg 이번 학기에는 전공수업 1개 교양수업 2개에 8주짜리 특강(영상크리에이터과정)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온라인 첫 수업 날, 우리 학생들을 상상하니 조금 짠했다. 각자 자기 방에서 꼼지락 거리며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 몇 번 두드려 온라인 강의장에 입실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가여웠다. 이것은 그저 좀 더 늙은 사람 뇌의 공감 수준인걸 잘 알고 있다. 정작 그들은 매우 편했을지도.


나는 대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자기 계발과 진로, 리더십을 가르치는 수업을 맡고 있다. 작년까지도 조별 활동을 통해 각자의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만들어냈었다. 서로 눈을 바라보고 함께 펜을 나눠갖고 토론하고 그 내용을 전지에 적어 발표했었다.


그러다 어느 학생이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네기도 했다.


"교수님, 저 이따가 축제 준비 때문에 30분 먼저 나가도 되나요?"

"물론이지! 축제 준비 잘해요!"


학교 활동으로 조퇴를 수락하는 일? 지난 학기에는 전혀 없었다. 각자 알아서 하면 된다. 몇몇 학생이 내게 문의했지만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더 중요한 것을 스스로 선택하면 됩니다. 주체적으로 시간을 사용하세요."


억지로 화면을 켜게 하지 않았으니 몰래 나간다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이 변화가 반갑다. 셀프리더십을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학생들에게 생긴 것이다.


다른 교수님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말하면, 지난 한 학기 동안 오히려 온라인 수업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믿음직하다. 그들은 날 때부터 이미 디지털 문명인이라 온라인에도 능하다. 채팅으로도 충분히 토론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도 매뉴얼 없이 클릭 몇 번으로 즉시 다룰 수 있다.


이미 대단한 능력자들인 것이다.


가장 분명한 장점은 불필요한 자투리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수업을 하려면 실제로 많은 불필요한 시간이 든다.


[오프라인]


1. 수업을 위해 교실로 모이는 시간.

2. 학과 사무실에 가서 핸드아웃을 출력하는 시간

3. 핸드아웃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시간

4. 출석을 부르는 시간

5. 토론을 위한 조를 편성해주는 시간

6. 자기 조로 옮겨가기 위한 이동시간

7.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


이런 (일종의) 버려지는 시간들이 온라인 수업에서는 대폭 축소된다.

[온라인]


1. 자기 방에서 접속

2. 핸드아웃은 출력할 필요 없이 파일로 전송

3. 나눠줄 필요 없이 각자 수업 전에 다운로드

4. 출석체크는 각자 채팅창에 입력 혹은 입/퇴실 기록으로 대체

5. 클릭 한 번으로 조 편성

6. 자동으로 자기 조로 이동됨

7. 이동과 동시에 토론 시작.


지난 학기에 나는 대학 강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 몹시 아쉬워했다.

실제로 찾아오겠다는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나는 그저 믿어주었을 뿐이다. 환경은 바꿀 수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학습자들을 단단히 믿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없다. 그들은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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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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