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돌본다던지, 숙제를 열심히 한다던지, 엄마 말을 잘 듣는다던지.... 더 나아가서 음식 투정을 안 해도 좋고, 갖고 싶은 것이 없으면 더 좋다. 키우기 쉬우니까. 그런 아이였다 내가.
다양한 방식으로 예쁜 짓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한) 꼬마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지경이다. 여전히 숙제를 열심히 하고 음식 투정을 안 하고 갖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 엄마 말도 잘 듣고(?)장한 짓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나의 모든 동기는 외부에서 온다. 1등으로 일을 끝마친다던지, 공부를 하나도 안 했는데 성적이 좋다던지... 나 같은 사람들은 게임을 해도 show me the money 같은 치트키를 안치고는 못베긴다. 도무지 게임이 진행되지 않기때문에... 뭐든 개 떼처럼 만들어서 마구 쏟아 부어야 한다. 전략 같은 건 없다. 이기면 그만이지.
그러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젠장.
이기면 뭐해?
장한 짓을 하면 뭐하냐고. 다음날 그짓을 또 해야 하는데?
그저 막내여서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던 동생은 치트키 같은 건 쓰지 않는다. 게임 속 유닛 한 마리를 성실히 치료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깨달았다. 오 마이 갓. 내적 동기로 움직이는 인간이 진짜로 있다는 사실을.... 경기 자체를 즐기는 사람. 이기지 않아도 되는 사람.
존재만으로도 쓸모 있는 사람이 아닌가!
오늘처럼 여기저기 쏘다니며(?) 의미 있는 일을 한 날엔 왠지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사실은 가만히 있어도 쓸모 있는 사람인데. 우리 엄마한테 물어보면 단박에 그렇다고 하실 텐데.
특별히 잘나지 않아도 뭐, 상관없어. 하고 툴툴 털듯이 되면 좋겠지만... 여전히 쓸모에 집착하는 나라도 뭐. 괜찮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