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아울렛이 생겼다.
워낙 시골스런 동네라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날뻔했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어쨌든 좋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장어 집이랑 오리고기 집, 만두전골 파는 곳이 전부였는데 아울렛이라니... 이사 온 지 네 달 만에 횡재했다.
일요일, 늦잠을 늘어지게 잔 남편과 나는 아울렛으로 마실 나가기로 했다. 추리닝을 입고 모자를 대충 눌러쓰고는 동네 산책 가듯이 슬슬 가보기로 한 것이다. 이런 여유는 동네 주민이기에 가능하다. 슬리퍼라도 신고 나가면 여유도 두배, 재미도 두배가 된다.
일요일 오후라 사람이 무자비하게 많았다. 사실 뭐 살 것도 없고 구경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상점 사이로 요리조리 다니며 가게 인테리어가 어떻느니 소비가 어떻느니 하면서 잡다한 이야기를 서로 아는 대로 늘어놓았다.
그러다 어쩐지 조금씩 가슴이 갑갑해졌다. 사람들 탓인지, 복잡한 구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둘러 건물 밖으로 나와도 여전히 가슴이 턱 막히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내일..... 월요일인가....?
그렇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끄응......
우리는 원래 각자 개인사업자를 가진 프리랜서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로 어쩐지 반쯤 직장인이 되었다. 남편은 월, 화, 목요일에 회사를 간다. 나는 금요일마다 출근한다. 나머지는 재택근무로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십 년 만에 회사를 다니다 보니 설레고 도전이 되면서도....... 답답하다.
좋은데 싫다. 희한한 일이다.
직장인 좀 되었다고 월요병이라니......
월요일에 해야 하는 일을 속으로 체크해본다.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나의 업무는 전략과 아이디어, 창의성이 필요한 일이다. 잘 정렬해야 하고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의 경력에 비해 업무의 난도는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부담스러워 죽을 지경이다. 난도가 높지 않은 것을 제대로 못하면 안 되지 않은가?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데 무지막지하게 평가당하는 기분이 든다.
아마 이것이 나의 가슴통증의 원인이겠지.......
어쨌든 아울렛에서 혼자 컥컥 숨 막혀하고 있는데 남편도 나와 비슷한 소릴 한다. 평소 남편을 존경해마지 않는(?) 아내의 입장에서 동지애가 생기면서도 괜스레 짠하다.
"부담 갖지 말고 아무렇게나 해도 돼. 누가 감히 우리를 평가해?"
인생은 짧고 도전은 아름답다.
아울렛 주인이야말로 이런 시골 동네에 이렇게나 큰 쇼핑센터를 차리는데 얼마나 부담이 컸을까?
그에 비하면 난.... 리스크는 내 인생 말고는 없다.
시간이 흘러 오늘을 떠올렸을 때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러울 거라고 믿습니다 아멘.
야채 한 봉지와 콜라 500ml를 사서 집에 돌아와보니 워째 주말이 다 끝나부렀다.
내일은 또 내일 해가 뜨니까 잘 먹고 잘 자야지!
직장인들 모두 화이팅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