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당신의 지갑, 아니 목숨은 안전한가요?

[도서] 나는 세계일주로 돈을 보았다, 코너 우드먼

by 샘바리

여행은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는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맞닥뜨리는 뻔뻔한 거짓말은 약간의 재미를 보장한다. 예를 들면 턱없이 비싼 금액을 부르는 상인의 바가지를 간파하고, 심드렁한 척 흥정하며 가격을 깎을 수 있다. 또는 바가지를 씌울 게 명백한 택시를 피해 우버, 그랩으로 간편하게 제값을 주면 제법 스마트한 여행자가 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행지에서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그건 새로운 곳에서 마주하는 세금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타입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 일주로 돈을 보았다>의 지하경제는 차원이 다르다. 마약, 납치, 위조지폐, 살인, 소매치기. 코너 우드먼이 8개 나라에서 생생하게 체험한 지하경제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들이 지배하는 지옥이었다. 미국, 아르헨티나, 인도, 스페인, 영국, 멕시코, 이스라엘, 콜롬비아. 치밀한 범죄 스릴러는 활자로 마주해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박진감 넘쳤다.


집을 떠나 안락한 곳을 벗어나면 우리는 범죄의 취약한 표적이 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화창한 휴가지에서의 낭만과 휴식에 매료된 나머지, 고국에서는 꽉 조였던 경계의 끈을 느슨히 풀어놓기 때문이다. 둘째, 휴가 중에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도 웬만해서는 강력한 응징을 요구하지 않는다.

-「택시기사의 손은 눈보다 빠르다」 중



화려한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의 범죄자들은 어둡고 추악하며, 호시탐탐 관광객을 노린다. 그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책임감 넘치는 단순한 좀도둑이 아니다. 거대한 범죄 조직이 강력한 카르텔을 이뤄 돈이 될만한 일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펼쳐진 야바위 사기,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흘러넘치는 위조지폐, 다양한 시나리오, 놀라운 연기력으로 무장한 뭄바이 단체 사기는 애교에 가깝다. 몰래 술에 약을 타서 여행객의 계좌를 전부 털어버리고 길바닥에 버려버리거나, 살인은 해도 납치는 하지 않는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이들을 보면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그런 현장에 뛰어들 때면 가슴이 뛰고, 뻔뻔하게 범죄의 한 복판에 뛰어드는 저자 코너 우드만이 경이로웠다. 총구가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 자신의 살인을 털어놓는 이들 앞에서도 그는 정열적으로 취재에 몰입했다.


사람들은 그들이 양지의 시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암시장에서 활동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환경’과 ‘취업 기회’ 같은 간단한 요소가 중요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범죄는 산업이다. 다른 세계와 마찬가지로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된다.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한 열한 가지 규칙」 중


여행지에서 총을 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출처 : Unsplash / Max Kleinen)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범죄 체험기는 속고 속이는 도시 뭄바이였다. 40도가 넘는 찌는듯한 공항에서 불길한 기운이 저자를 엄습했다. 에어컨이 없는 택시는 별안간 여행 상담사와의 합승을 시작하더니, 온갖 서류와 통행료를 요구했다. 안젤리나 졸리나 브래드 피트도 모두 지불했다는 뻔뻔한 거짓말과 함께. 감정적 협박에 그냥 넘어가려는 순간 눈앞에 종교 지도자를 둘러싼 무리가 춤을 추며 앞길을 막았다. 통행료, 아니 납치 협상금으로 무려 89만 원을 요구하는 악질 사기꾼 집단을 겨우 뚫고 나니 예약된 호텔이 아닌 허름한 곳에 도착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저자는 대안이 없었다. 잘 짜인 한 편의 사기 패키지는 상상을 초월했고,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어도 속절없이 당하며 울음을 터뜨렸을 것만 같더라.


“선생님, 너무 덥잖아요. 그냥 돈 주세요.”
“나한테 덥다는 얘기 하지 말아요! 당신들은 날 납치했어.”
“선생님, 납치가 아닙니다. 제가 같이 있잖아요. 그냥 돈만 좀 주세요. 그럼 갈 수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납치범들에게 내 몸값을 치르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데, 이게 납치가 아니란다. 나는 불판 위에 올려져 익어가는 듯한 택시 안에 납치범과 앉아 있었고, 창밖에서는 여행 상담사가 춤을 추고 있었다.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납치사건」 중
저자는 범죄의 타겟이 되기 위해 일부러 택시를 끊임없이 탔다. (출처 : Scott Umstattd)



저자가 만난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죄책감'과 거리가 멀었다. (위조지폐의 거장 헥토르 정도가 자신의 돈이 마약 구입에 쓰인다는 걸 알고 죄책감을 느낀 유일한 이였다.) 그저 멍청하게 속은 당사자들이 문제고, 너무나 허술하게 허점을 내보인다며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게 말한다. 저자를 만나 인터뷰하는 것도 마치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일종의 사이코패스 같았다. 물질만능주의에서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을 잊은 범죄의 원인은 사회구조에도 있다. 경미한 처벌 수위는 전 세계 소매치기 기술자를 바르셀로나로 불러모았고, 아예 카르텔의 뒤를 안전하게 봐주는 경찰은 마약으로 얼룩진 나라를 만들었다.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돈이 얼마나 사람을 추악하게 만들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새삼 그동안 큰 범죄에 휘말리지 않고, 사소한 바가지에 웃고 넘길 수 있었던 나는 행운아였구나 싶다. 그리고 새삼 밤늦게 술을 마셔도 안전한 대한민국의 치안에 감사하며 이불속으로 쏙 들어간다. 한편, 무모한 저자만큼이나 이를 받아준 아내에게 깊은 경외감을 느낀다.


내가 만난 이들도 이런 말을 했다.
범죄도 다른 일과 마찬가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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