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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Jul 07. 2020

[10R] 6경기 28골. 무더운 여름의 화끈한 골잔치

2020 K리그1 10R 리뷰

K리그1 10라운드는 보는 재미가 넘치는 골 풍년이었다. 6경기 28골이 터지며 12 구단 체제에서 역대 최다 골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개막이 미뤄지며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던 팀들이 모두 정상 궤도에 올랐다. 게다가 골득실보다 다득점을 우선시하는 리그 규정에 따라 승부가 결정 나도 끝없이 골문을 두드리는 팀들도 많아졌다. 전북에게 다득점에 밀려 통한의 준우승을 거둔 울산만 봐도 알 수 있다. 1승만큼이나 1골의 소중함이 더욱 커졌다. 또한 예년보다 경기 수가 줄어들고 각 팀의 승점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1골 1골이 소중한 만큼 공격 지향의 게임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상주-전북 1골 차 게임을 제외하면 모두 4~6골이 터지며 화끈한 난타전을 펼쳤다.


울산, 부산, 대구처럼 4골을 퍼부으며 승점 3점을 챙긴 팀들도 있고, 서로 3골씩 주고받으며 자존심 싸움을 벌인 처절한 슈퍼매치도 있었다. 특히 대구는 5분 만에 3골을 터뜨리며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줬고, 결정적인 카운터 어택으로 다득점을 기록한 포항의 역습도 인상적이었다. 한편 주중 FA컵으로 인한 체력 부담은 무더위와 함께 수비진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이와 함께 골감각이 물이 오른 각 팀 스트라이커의 화력도 엄청나다. 12골로 득점 1위인 주니오는 인천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베테랑 데얀은 멀티골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포항 송진규, 부산 이동준 역시 나란히 2골을 넣으며 팀의 대승을 당당히 이끌었다. 5경기 연속 득점의 대구 세징야, 연속 결승골의 주인공 강상우 등의 꾸준함도 돋보인다.


- 울산 4 : 1 인천 : 득점+도움 해트트릭으로 빚어낸 분위기 반전

지난 라운드 뼈아픈 패배를 당한 울산에게 인천은 보약 같은 상대였다. 임완섭 감독 사퇴 이후 임중용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은 인천은 최악의 분위기였다. 지난 1일 FA컵 3라운드에서 K리그2 수원FC에게도 승부차기 끝에 졌다. 승격이 우선인 수원FC가 안병준, 마사 등 주축 멤버를 뺐는데도, 인천은 체력도 소진하고 승리도 못 챙겼다. 그나마 2018년 잔류의 핵심 미드필더 아길라르를 영입했고, 울산의 골문을 두드릴 스트라이커 무고사도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울산은 울산이었다. 김기희의 퇴장 공백은 불투이스가 지켰고, 인천 상대 4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인 천적 주니오도 선발로 나섰다. 게다가 유일한 취약 포지션 왼쪽 풀백에 국가대표 홍철까지 영입했다.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울산을 막기에는 인천의 허술한 수비 조직력은 너무나 위태로웠다.


울산의 선제골은 역시 인천 수비의 실수에서 시작됐다. 전반 14분 골문 앞에서 이우혁의 패스미스를 김인성이 가로채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청용의 침착한 인사이드 슈팅은 정확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인천 역시 3분 후 울산의 빌드업 실수를 아길라르가 가로채, 단독 찬스로 연결했지만 무고사가 아쉬운 슈팅으로 기회를 날렸다. 위기 후에 찾아온 기회는 울산의 몫이었다. 롱패스를 가슴으로 침착하게 따낸 주니오는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골로 연결해 인천 킬러의 면모를 보여줬다. 전반 33분 김준엽의 크로스를 무고사가 헤더로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오히려 잠자는 울산의 코털을 건드린 공격이었다. 전반 43분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주니오가 김인성의 패스를 이어받아 멀티골을 기록했다.


그나마 인천의 희망은 공수에서 활발히 뛰어준 아길라르의 존재였다. 무고사를 향한 의미 있는 전진 패스가 나오며 인천은 보다 공격적으로 후반전을 임했다. 하지만 교체 투입된 이근호, 홍철의 무게감은 인천보다 한 수 위였다. 가벼운 몸놀림의 주니오는 후반 10분, 27분 연이어 해트트릭을 노리고 슈팅을 날렸다. 정산의 슈퍼 세이브, 골대 강타에 이어 기어코 후반 33분 코너킥 상황에서 인천 수비의 헤더 미스를 가볍게 밀어 넣으며 10경기 12골 득점왕 자리를 지켰다. 김인성 역시 빠른 역습, 이타적인 패스 플레이로 커리어 최초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반면 인천은 스리백, 포백 전환과 이재성의 복귀에도 수비가 딱히 나아지지 않아 고민이 깊어만 간다. 게다가 8연패 이후 다음 상대가 상위권 팀인 상주, 전북, 포항이라 불명예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


- 강원 2 : 4 부산 : 부산 U23 콤비의 시너지에 와르르 녹아내린 강원

강원과 부산은 나란히 주중 FA컵을 치르며 부담스러운 맞대결을 준비했다. 강원의 상대는 김동섭, 이승현, 한상운 등 K리그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지역 라이벌 강릉시청이었다. 강원은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다니다가, 후반전 막판 동점골과 연장 종료 직전 서민우의 결승골로 가까스로 승리를 챙겼다. 최근 3연패의 분위기를 끊어낸 소중한 승리였지만, 조재완, 정석화, 김지현 등의 체력 소모는 피할 수 없었다. 반면 1승 2무로 상승세의 부산은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비주전에게 기회를 주면서도 FA컵에서 화성FC를 4대0으로 대파했고, 스트라이커 빈치씽코가 골맛을 보며 기대를 모았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다 내려놓고 뛰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산 대승의 주역은 지난해 K리그2 MVP 이동준이었다. 사실 지난해 13골 7도움으로 승격을 이끈 이동준은 부산 공격의 주축이었지만, K리그1 무대에서 아쉬운 모습이었다. 9라운드까지 공격 포인트는커녕 시원시원한 측면 돌파도 사라져, 팀의 하위권 추락의 책임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반 9분 마수걸이 도움을 기록하자 본격적인 맹활약이 시작됐다. 부산은 이동준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이정협이 달려들면서 방향을 바꾸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강원은 실점 후 빠르게 조재완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코너킥 상황에서 김호준의 슈퍼세이브에 막혀 역전에 실패했고 후반전 수비 붕괴에 와르르 무너졌다.


이동준과 함께 AFC U23 챔피언십에서 활약한 김진규가 후반 10분 투입되자, 곧바로 그라운드에서 시너지가 나타났다. 후반 15분 김진규의 침투 패스를 이동준이 이어받아 정확한 슈팅으로 마수걸이 골을 기록했다. 3분 뒤에도 '김학범호 동기'의 찰떡 호흡은 골로 연결됐다. 김진규가 왼쪽 측면을 허물고 중앙으로 내준 공을 이동준이 그대로 밀어 넣으며 강원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한국영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후반 38분 2도움을 기록한 김진규가 이번에는 직접 쐐기골을 뽑으며 대승을 마무리했다. 이동준(2골 2도움), 김진규(1골 2도움)가 나란히 맹활약하며 부산을 단숨에 6위로 끌어올렸다. 반면 한 경기 최다 실점을 기록하며 4연패에 빠진 강원은 매번 선제골을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많은 패스, 높은 볼 점유율에도 김오규가 이적하고, 임채민이 부진하며 흔들리는 수비 조직력에는 장사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 수원 3 : 3 서울 : 승자는 없지만, 뜨거운 여운이 남은 명불허전 '슈퍼매치'

5만여 명의 관중이 모인 스타디움, 대다수가 국가대표인 호화 스쿼드, 우승을 걸고 펼치는 피 튀기는 양 팀 감독, 선수, 팬들의 신경전. K리그 대표 라이벌전 '슈퍼매치'는 2020년 '슬퍼 매치'란 조롱을 들으며 다소 초라한 모습으로 펼쳐졌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무관중인 건 둘째 치고, 수원(10위)과 서울(9위)의 순위는 너무나 어색하다. 여전히 염기훈, 박주영이 최고 스타일 정도로 양 팀의 스쿼드도 예전 같지 않지만, 어쨌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였다.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외나무다리 맞대결이었다. 수원은 서울만큼은 기가 막히게 잡아내던 윤성효 감독이 그리울 정도로 서울을 상대로 16경기(7무 9패) 연속 승리한 기억이 없다. 수원은 에이스 홍철을 울산으로 떠나보냈고, 지도자 연수를 떠난 염기훈을 급하게 불러들일 만큼 다급했다. 서울 역시 인천을 가까스로 잡으며 5연패를 탈출했지만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만 간다. 많은 팬들, 미디어의 관심이 낮아진 맞대결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화끈한 난타전으로 예전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서울은 비겼지만 다행이었고, 수원은 비겼지만 아쉬운 한판이었다. 수원은 전반전을 지배하며 빠른 시간 승기를 잡았다. 전반 11분 윤영선이 핸드볼로 PK를 내줬고, 스트라이커 타가트가 침착하게 선제골을 넣었다. 이에 맞서 서울은 박주영이 동점골을 기록하며 슈퍼매치 최다 득점자(9골)로 올라섰지만, 곧바로 2실점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전반 41분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박상혁의 슈팅이 튕겨 나오자 타가트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뒤이어 이종성이 골문으로 돌진하며 연결한 공을 김건희가 침착하게 수비수 사이로 왼발 땅볼 슈팅을 날려 3대 1을 만들었다. 측면 수비가 무너진 서울은 짧고 빠른 패스로 전진하는 수원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U22 카드로 많은 기회를 받은 박상혁은 자신감 넘치는 돌파를 보여줬다.


반면 후반전은 완벽한 서울의 경기였고, 경기 종료 직전 치고받는 공격은 왜 '슈퍼매치'인지를 증명했다. 최용수 감독은 후반전 김원식을 김남춘으로 교체하며 수비 안정화에 나섰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후반 11분 조영욱이 노동건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만회골을 뽑아냈다. 분위기를 탄 서울은 4분 뒤 오스마르의 프리킥이 튕겨 나오자, 고광민이 재차 빠르게 슈팅으로 연결해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쫓기는 수원은 구대영, 염기훈을 차례로 투입했고, 분위기가 올라온 서울은 고요한, 윤주태를 투입해 역전골을 노렸다. 후반 추가시간엔 무려 2번이나 골대를 맞추며 꿀잼 경기를 완성했다. 고승범의 슈팅은 굴절되며 크로스바를 맞았고, 한승규의 마지막 슈팅도 골포스트를 맞으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승자는 없었지만, 뜨거운 여운이 남은 명불허전 '슈퍼매치'였다.


- 상주 1 : 0 전북 : 아시아 무대를 노리는(?) 강등팀의 연승 신화

리그 1위(8승 1패) 전북은 5연승 중이었고, 상주를 상대로 압도적인 상대 전적을 자랑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펩태완이라 불리는 김태완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상주는 무려 3연승을 기록 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주는 주중 FA컵에서 박동진, 허용준 등 신병을 대거 투입하고도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오세훈, 강상우, 안태현 등 주전이 나란히 전북전에 선발로 나섰고, 물이 오른 권경원도 100% 컨디션으로 친정팀을 맞이했다. 반면 전북은 중원의 힘이 예전과 달랐다. 김보경이 지난 경기 부상으로 최대 6주가량 결장하고, 이승기 역시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U22 자원 이수빈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지만, 상주 박용우, 한석종, 박세진의 강력하고 조직적인 압박을 이겨내기 버거웠다.


전반전은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고, 상주는 차분하게 빌드업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유효슈팅은 두 팀 모두 1개를 기록했지만, 점유율에서 53-47로 전북이 밀리는 양상이었다. 박용우가 중원을 장악하며 경기를 조율했고, 한석종, 박세진 등이 빠르게 공격 전개를 나서며 전북을 괴롭혔다. 치열한 공방전 이후 후반전에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다. 후반 5분 상주 김진혁이 핸드볼 파울을 범하며 PK를 내주며 상주는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이동국의 파넨카 킥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뒤이어 시도한 한교원의 슈팅 역시 골문을 벗어났다. 끈질긴 수비로 무실점을 이어간 상주는 문창진, 문선민을 투입해 역습의 속도를 높였다.


결국 후반 28분 공격력이 물이 오른 강상우의 측면 돌파가 빛났다. 홍정호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다급하게 태클을 시도했는데, 공이 아닌 오른발을 가격하며 PK를 내줬다. 강상우는 본인이 얻은 PK를 침착하게 송범근 골키퍼를 속이며 성공시켰다. 3경기 연속 1대 0으로 이긴 효율성의 상주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전북을 괴롭혔다. 모두가 지친 종료 직전 문선민의 빠른 발은 추가골을 노리는 상주의 최적화된 카드였다. 공격에 가담한 송범근은 문선민을 막기 위해 백태클을 시도했고, 김진수 역시 침투를 막아내다 퇴장을 당했다. 2017년 9월 20일 이후 1019일 만에 전북을 이긴 상주는 최고의 분위기로 7월을 시작했다. 반면 상주에 발목 잡힌 전북은 2위 울산과의 격차를 벌리지 못하고, 위태로운 선두를 유지했다. 교체 투입된 벨트비크가 그리 번뜩이지 못하는 가운데, 바로우, 구스타보 등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유일한 희망이다.


- 광주 2 : 4 대구 : 5분 만에 3골 폭발, 기뻐할 시간도 부족하다.

주중 FA컵은 광주, 대구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승부였다. 무더운 날씨, 빽빽한 경기 일정에 자칫 리그에 집중할 힘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전북, 포항에 나란히 무득점 패배를 당한 광주는 과감히 로테이션을 택했다. 김포시민축구단을 상대로 한희훈, 이순민, 허율 등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선수를 대거 투입했고, 승부차기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반면 2018년 FA컵 우승의 달콤한 기억이 있는 대구는 김대원, 데얀, 정태욱 등 주축 선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김대원의 멀티골로 K리그2 FC안양을 물리친 대구는 7월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광주는 휴식을 취한 펠리페를 최전방에 두었고, 대구는 김우석-정태욱-조진우 스리백으로 이를 막았다. 김재우, 황태현을 제치고 U22 카드로 중용 중인 조진우의 급부상이 놀랍다. 홍정운의 부상 이후 투입된 조진우가 탄탄한 체격, 안정적인 수비를 뽐내며 벌써 6경기나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반 17분 이민기의 거친 태클이 다이렉트 퇴장 판정을 받으며 대구 쪽으로 흐름이 넘어갔지만, 광주는 에이스 펠리페가 건재했다. 펠리페는 전반 24분 이으뜸의 코너킥을 높은 타점의 헤더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따냈다. 하지만 후반전에 강한 역전승의 명가 대구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5분 동안 보여줬다.


후반 4분 정승원의 패스를 김대원이 낮고 빠른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지난 FA컵에서 2골을 뽑아낸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벼운 몸놀림이 돋보였다. 동점골 이후에는 K리그 레전드 데얀의 시간이었다. 츠바사의 침투 롱패스를 데얀이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들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후반 8분 김대원의 크로스를 데얀이 헤더로  순식간에 3번째 골을 터뜨렸다. 게다가 후반 43분 이타적인 패스로 세징야의 쐐기골까지 도우며 여름에 강한 진면모를 보여줬다. 그나마 광주는 펠리페의 멀티골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여봉훈의 퇴장으로 경기를 뒤바꾸지 못했다. 대구는 초반 부진을 딛고 7게임 무패, 1경기당 2.86골을 기록하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한편 40-40 클럽을 노리는 세징야는 어느덧 리그 6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기록 달성은 시간문제란 걸 증명했다.


- 성남 0 : 4 포항 : 짠물 수비를 탈탈 털어낸 역습, 그리고 그 중심의 어린 에이스

FA컵 통산 4회 우승을 자랑하는 포항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FA컵에서 부진했다. 2015년 FA컵 8강전 1대 2 패배 이후에 무려 5년 동안 1골도 넣지 못하고 패했다. 지난 1일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경주시민구단과의 FA컵 역시 악몽이 계속될 뻔했지만, 이승모의 천금 같은 후반 41분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다. 어느덧 프로 4년 차에 접어든 이승모는 최영준과 호흡을 맞추며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부진에 빠진 성남 역시 FA컵으로 한숨 돌렸다. 충남아산을 상대로 크로아티아 공격수 토미가 결승골을 뽑았고, 나상호 역시 교체 투입되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또한 김현성, 전승민, 전종혁 등 한 번도 뛰지 않았던 선수를 대거 투입해 의미 있는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리그 맞대결의 승자는 카운터 어택의 진수를 보여준 포항이었다. 경기 초반 나상호, 양동현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이끌었지만, 정작 선제골을 전반 22분 포항의 몫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심동운의 패스를 송민규가 자신 있게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고, 굴절된 공은 김영관의 키를 넘어 그대로 골문으로 향했다. 성남 양동현이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골을 성공시켰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권순형의 슈팅 역시 강현무가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고, 곧바로 포항은 기회를 만들었다. 추가 시간 역습 상황에서 송민규의 크로스를 일류첸코가 마무리하며 2골 차로 달아났다. 무리해서 골 욕심을 부리지 않고 더 좋은 위치의 스트라이커에게 패스를 연결한 송민규의 판단이 돋보였다.


강한 압박을 선보인 포항은 후반 6분 성남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전반전 이타적인 패스와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준 일류첸코와 송민규의 합작품이었다. 일류첸코가 로빙 패스를 올렸고, 송민규가 가슴 트래핑 이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멀티골을 기록했다. 불이 붙은 포항의 아름다운 역습은 후반 21분 팔라시오스가 흘러나온 공을 4번째 골로 밀어 넣으며 완성됐다. 토미의 슈팅마저 강현무 골키퍼가 선방하며 무실점으로 깔끔한 대승을 기록했다. 짠물 수비를 자랑하던 성남은 올 시즌 최다 실점을 기록했고, 포항은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전반전 3개의 슈팅으로 2골을 뽑아내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게다가 권완규-하창래-김광석-박재우의 포백은 안정감을 찾았고, 앞으로 7월 일정(수원, 서울, 인천)이 하위권팀(?)으로 이어져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 내 맘대로 10R 베스트 일레븐

FW 데얀 주니오 펠리페

MF 송민규 이동준 김진규 김인성

DF 강상우 권경원 정승원

GK 강현무


- 베스트골 :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VS 성남FC

성남FC의 짠물 수비를 뚫어낸 99년생 윙어 송민규는 2골 1도움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 경기에는 U23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지켜보고 있었다. 왼쪽 측면에서 간결한 드리블, 과감한 슈팅을 뽐낸 송민규는 4골에 모두 관여했다. 후반전 개인 기량으로 뽑아낸 쐐기골은 일품이었다. 일류첸코의 로빙 패스를 차분하게 가슴으로 받았고, 수비수를 제치며 반박자 빠르게 슈팅으로 연결했다. 베테랑 김영광이 손을 뻗어보았지만 정확하게 손끝과 골대 사이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연령별 대표에도 뽑히지 못했던 유망주가 어느새 리그 최고 윙어로 맹활약하는 흐뭇한 순간이었다. 이런 상승세라면 U-23 대표팀 월반이 아니라 대표팀에도 오르내려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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