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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Aug 10. 2020

[15R] 19세 영웅은 난세에 등장하는 법

K리그1 15R 리뷰

열심히 훈련해서 반드시 포항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스틸야드에서 뛰고 싶어요. 포항의 주축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 포철동초 고영준


뽀시래기 시절 포철동초 고영준, 오산중 정한민

K리그 15라운드는 미래를 책임질 유스 출신 선수들의 화려한 무대였다. U22 선수를 반드시 써야 하는 제도 아래서 강원은 페널티를 감수하고 어린 선수 없이 선발 명단을 꾸렸다. 반면 서울, 포항, 전북은 U22 선수들 덕분에 소중한 승점을 챙길 수 있었다. 하위권으로 처진 서울의 반등 요소는 과감한 명단 변화였다. 지난 경기 데뷔전을 치른 01년생 신인 정한민은 경기 내내 끈질기게 뛰었고,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데뷔골을 뽑았다. 정한민을 대신해 들어온 선수 역시 차오연 역시 오산고 유스 출신으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르며 서울의 연승을 도왔다. 포항 역시 패색이 짙은 종료 직전 고영준의 침착한 동점골로 승점 1점을 얻었다. 특히 포항의 소중한 팀 통산 1800호 골을 포항 성골 유스가 터뜨린 것은 팬과 구단 모두에게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한편 전북 U22 자원 이성윤 역시 빠른 발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되었다. 적극적인 투자와 꾸준한 지원, 제도적 도움으로 리그를 뒤흔드는 새로운 얼굴들이 나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한편 유관중 전환 후 야속하게도 쏟아지는 장대비는 이색적인 풍경도 여러 차례 만들었다. 특히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가 물웅덩이를 곳곳에 만든 포항과 광주전은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켰다. 태클을 하는 선수들과 달리는 선수들 모두 뒤엉켜 넘어지기 일쑤였고, 패스는 갑작스러운 곳에서 멈추기도 했다. 비교적 물이 덜 고인 포항 진영에서 강력하게 압박을 한 광주가 약간에 이득을 보기도 했다. 이 와중에 최영준은 멋지게 넘어지며 공만 빼내는 절묘한 태클을 선보이며 명장면을 연출했다. 비가 쏟아지는 인천은 원정팀 성남의 통쾌한 승리로 우울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나상호는 미끄러운 그라운드에 어울리는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복귀골을 넣으며 환호했다. 한편 인천 관중 일부가 심판 판정에 욕설을 퍼붓고 야유를 퍼부은 건 옥에 티다. 궂은비가 쏟아져도, 코로나 19가 일상을 불편하게 해도 K리그는 계속되고, 축구는 언제나처럼 우리 곁을 지킬 것이다. 육성 응원을 자제하고,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함께 노력한다면.


- 서울 2 : 0 강원 : U22 선수를 중용한 팀과 포기한 팀의 극명한 온도차

서울은 최용수 감독 사퇴 이후 김호영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패를 끊고 5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감독 사퇴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던 인천, 수원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성남을 상대로 포백 전환, 뉴페이스 투입으로 승리를 거둔 김호영 감독대행은 이번에도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지난 경기 프로 데뷔전을 치른 신인 정한민, 슈퍼세이브를 보여준 양한빈을 선발 출전시켰고, 박주영, 김주성, 주세종 등을 벤치 명단에 올렸다. 반면 강원은 지난 상주전 종료 직전 극적인 김지현의 골로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하지만 핵심 미드필더 한국영이 부상으로 빠졌고, 준수한 수비를 선보이던 신세계 역시 1골과 바꾼 퇴장으로 서울전에 뛰지 못했다. 김병수 감독은 교체 카드를 하나 버리면서까지 U22 선수를 사용하지 않고, 정석화, 고무열, 조지훈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강한 전방 압박'은 패스 축구로 경기를 풀어가는 강원을 상대하는 팀들의 주된 전술이었다. 서울은 시작부터 좌우측 윙어부터 최전방 윤주태까지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미드필더 정현철, 김원식도 안정적인 패스와 경기 운영으로 강원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전반 22분 정석화의 크로스를 조재완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간 게 그나마 위협적이었다. 서울의 좋은 흐름을 골로 마무리한 영웅은 19세 오산고 출신 신인 정한민이었다. 전반 38분 윤주태가 돌파하다 내준 공을 정한민은 지체 없이 곧장 강력하게 때렸다. 고교 득점왕 출신 정한민은 데뷔전에도 적극적인 슈팅과 수비 가담을 보여줬는데, 데뷔 2경기 만에 데뷔골을 뽑으며 환하게 웃었다. 정한민과 함께 윤주태, 한승규, 조영욱 공격수 모두 적극적이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강원을 압박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후반전 김병수 감독은 조지훈을 빼고 이영재를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김호영 감독대행 역시 김진야를 넣으며 더욱 스피드를 높였다. 그리고 교체 카드는 후반 15분 날카로운 역습을 완성하며 적중했다. 김진야가 하프라인에서 페널티박스까지 빠르게 전진했고, 비어있는 한승규에게 패스했다. 한승규는 침착하게 슈팅을 성공시키며 서울에서의 첫 골을 뽑았다. 2골 차로 벌어진 이후에도 강원은 후방 빌드업을 고집했고, 김승대까지 투입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 오히려 서울 박주영에게 쐐기골을 허용했지만, VAR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되었다. 서울은 2연승으로 단숨에 중위권까지 올라왔고, 그 중심에는 과감한 변화가 있었다. 정한민, 김진야, 차오연 등 어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제 몫을 해주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진행 중이다.  "아주 많이 못한 게 사실이다." 반면 강원은 김병수 감독의 인터뷰처럼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뚜렷한 팀컬러는 이어가지만, 결과가 없다면 팬들의 기대도 서서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울산 0 : 0 수원 : 아쉬운 승점 2점보다 나비효과가 될 수 있는 경고 누적

진지하게 우승을 노리는 리그 1위 울산. 그리고 팀 내 유일한 국가대표 풀백을 이 팀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하위권 수원. 양 팀의 극심한 팀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객관적인 최근 상대 전적만 보더라도 수원은 열세다. 울산은 리그에서 수원에 4연승 중이고, 8경기 무패(5승 3무)를 이어가고 있다. 수원은 주승진 감독대행이 팀을 추스른 이후에도 성남, 대구에 막판에 무너지며 0대 1로 연패했다. 전반전에만 강한 수원의 면모는 사실 지난 울산전에서 가장 강렬하게 나타났다. 2대 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43분 주니오에게 역전골을 내주며 패배했기 때문이다. 수원은 최근 밀고 있는 4-1-4-1 포메이션을 택했고, 원톱 크르피치의 한방을 믿었다. 반면 울산은 윤빛가람, 원두재의 더블 볼란치로 안정적이면서 화끈한 공격을 예고했다. 수원에 특히 강한 득점왕 주니오는 선발로 출격했고, 이청용, 신진호 등 풍부한 2선 자원도 전부 투입했다. 그리고 홍철 역시 친정팀을 상대로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전은 울산의 높은 볼 점유율과 수원의 끈끈한 수비가 맞붙었다. 주장 염기훈의 프리킥, 중거리 슈팅으로 수원은 간헐적으로 역습을 시도했고, 울산은 주니오를 중심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잘 버티던 수원은 전반 29분 최근 중원을 이끌던 U22 자원 박상혁이 부상으로 빠지며 위기를 맞았다. 리그, FA컵을 합쳐 7연승을 이어가는 울산은 지속적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수원의 수비는 탄탄했다. 헨리가 적극적인 몸싸움과 지능적인 협력 수비로 주니오를 묶었고, 내려앉은 수원은 중원 역시 쉽게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후반전 들어 김도훈 감독은 발 빠른 김인성을 교체 투입하며 측면을 노렸다. 김인성은 가벼운 몸놀림과 빠른 슈팅으로 후반전을 시작했고, 뒤이어 신진호, 김기희 등이 거듭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수원의 협력 수비와 양형모의 안정적인 선방으로 골이 터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원의 역습이 빠르거나 짜임새 있지 못해서 일방적인 경기는 이어졌다.


전북과의 우승 경쟁에선 1승에 매우 절실한 울산은 고명진, 비욘 존슨을 연이어 투입하며 4-4-2로 전환했다. 이에 맞서 수원은 역습에 최적화된 윙어 한석희를 빼고 조성진을 투입하며 승점 1점을 노리는 실리적인 선택을 했다. 울산은 장신 공격수를 노린 날카로운 측면 크로스로 계속 골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후반 42분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김태환이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는데, 양형모가 손을 뻗으며 가까스로 공의 궤도를 바꿔 무실점을 지켰다. 촘촘한 수비라인을 견고하게 이어간 수원은 결국 원정 경기에서 리그 선두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챙겼다. 반대로 경기 내내 우세했던 울산은 경기도 아쉬웠고, 경기가 끝나고도 아쉬웠다. 후반 추가시간 김태환이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했고, 경기를 뛰지 않은 정승현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경고를 받았다. 수원의 핸드볼 의심 장면에 대한 거친 항의였지만 불필요했다. 그나마 김도훈 감독이 지난해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단순히 승점 2점을 빼앗겼다는 생각보다 사소한 경고 하나, 출전 정지 하나가 쌓일 때 불러올 나비효과를 조심해야만 한다. 


- 포항 1 : 1 광주 : 스틸'워터파크'에서 울고 웃은 두 팀의 슬라이딩

포항 스틸야드에는 폭우로 인해 워터파크가 개장했다. 남부 지방을 덮친 폭우에 곳곳에 물 웅덩이가 생겼고,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로 거센 날씨였다. 애석한 날씨에 시즌 첫 홈팬들을 맞이한 포항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광주를 만났다. 포항은 광주를 상대로 역대 16경기 무패(11승 5무)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고, 부상 이후 출전 시간을 조절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팔로세비치도 선발로 나섰다. 게다가 K리그 통산 첫 번째 1,800 득점 대기록을 앞두고 있어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 이에 맞선 광주는 지난 홈경기에서 시원한 역전승을 거두며 일단 무패를 끊었다. 최근 프런트의 부당 시간 외 수당 지급 논란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박진섭 감독은 굳건히 팀을 다졌다. 한희훈, 박정수로 중원을 지켰고, 지난 경기 대활약을 펼친 엄원상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선발로 나섰다.


제대로 된 패스나 경합이 불가능해 보이는 그라운드에서 양 팀은 물러서지 않고 부딪쳤다. 펠리페가 전방에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펼쳤고, 포항 일류첸코 역시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압박을 가했다. 특히 전반 초반 날카로운 펠리페의 헤더는 살짝 골대를 벗어났다. 하지만 전반 17분 만에 이광혁이 부상을 당해 심동운이 투입됐고, 김기동 감독은 계획에 없던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광주는 한희훈, 박정수가 적극적으로 슈팅을 시도하며 골을 노렸다. 특히 전반 34분 펠리페의 단독 돌파 후 내준 공을 박정수가 다이렉트로 슈팅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오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시 포항이 주도권을 되찾아 경기를 리드했지만, 광주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뽑았다. 후반 16분 골대 앞에서 윌리안이 흐른 공을 따내려다 김광석과 충돌하며 PK를 얻었다. 미끄러운 그라운드의 영향으로 김광석이 주춤한 틈을 노린 것이다. 펠리페는 침착하게 강현무의 손끝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페널티킥을 시도해 선제골을 기록했다.


다급해진 포항은 하창래의 헤더, 일류첸코의 터닝 슈팅을 시도하며 동점골을 노렸다. 하지만 광주의 노련한 수비와 속도를 늦추지 않는 역습으로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37분 교체 투입된 공격수 두현석이 저돌적인 돌파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옆그물을 때리며 간담을 서늘케 했다. 홈에서 약한 징크스를 이어갈 순간에 포항에는 19세 영웅이 등장했다. 후반 38분 교체 투입된 포철동초-포철중-포철고를 거친 신인 고영준이 주인공이었다. 패색이 짙은 후반 추가시간 일류첸코가 크로스를 머리로 패스했고, 고영준이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다이렉트로 밀어 넣으며 극적으로 비겼다. 뜻깊은 의미가 있는 포항 스틸러스 팀 통산 1800호 골이자, 팀에 승점 1점을 선물한 귀중한 데뷔 골이었다. 한편 17 경기만에 포항을 잡을뻔했던 광주는 천적 관계를 이어갔고, 포항은 이긴듯한 무승부를 거두며 장대비 속에도 웃었다. 


- 대구 0 : 2 전북 : 전반은 김보경, 후반은 홍정호. 이제 리그 선두와의 승점차는 1점.

대구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노리며 촘촘한 중상위권에서 혈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수원전에서는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단 역사상 최초로 빅버드에서 승리를 거뒀고, 부상에서 돌아온 에드가도 골맛을 봤다. 다만 세징야의 부상 공백이 뼈아프다. 대구는 세징야를 대신해 이진현을 중원에 배치했고, 윙백에서 맹활약하며 도움 2위까지 오른 정승원도 선발 투입했다. 특히 유관중으로 전환 후 첫 경기에 DGB대구은행파크는 1,236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고, 리그 200승에 1승을 남겨둔 대구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반면 전북은 선두 울산과 치열한 1위 다툼을 하고 있어 쉴 틈이 없었다. 팀 적응을 마친 골잡이 구스타보를 최전방에 두고, 조규성 대신 U22 카드로 저돌적인 윙어 이성윤을 택했다. 아울러 손준호-이승기-김보경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의 중원 조합으로 승점 3점을 노렸다.


경기 초반 전북은 어이없는 실책으로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전반 13분 빌드업 과정에서 송범근의 실책성 패스를 데얀이 그대로 슈팅을 시도했고, 가까스로 홍정호가 걷어냈다. 지난해 전경기 출전해 0점대 방어율(38경기 32실점)을 자랑하는 송범근에게 어울리지 않는 위험한 실책이었다. 위기를 벗어난 전북은 본격적으로 내려앉은 대구의 골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구스타보는 최전방에서 지체 없이 슈팅을 날렸고, 김보경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주변 선수들과 전진했다. 그리고 김보경은 전반전에만 2골을 터뜨리며 작년 MVP다운 화끈한 골 결정력을 자랑했다. 전반 30분 간결한 드리블 이후 왼발로 감아 찬 공이 수비수를 맞고 높게 뜨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12분 후에도 역시 김보경의 왼발이 빛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내준 공을 왼발로 강하게 찼고, 구성윤이 몸을 날려 쳐냈지만, 공은 다시 달려드는 김보경에게 떨어졌다. 재차 때려넣은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2번째 골로 마무리됐다.


더 이상의 전원 수비는 무의미해진 대구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정승원 대신 에드가를 투입했다. 데얀, 에드가 투톱 모두 빠르지는 않지만 문전 앞에서 골 결정력만큼은 최고인 타입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이용 대신 최철순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고, 바로우로 지친 수비수의 뒷공간을 노렸다. 전반전에 가장 빛난 선수가 김보경이라면 후반전은 거센 대구의 공격을 막아내는 홍정호가 가장 돋보였다. 오후성, 신창무, 김대원 등 발 빠른 선수들의 침투를 안정적으로 막아내고, 에드가와의 높이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전반전 선제골을 돕는 어시스트만큼이나 훌륭한 경기력으로 최보경까지 든든하게 리드했다. 후반 36분 신형민까지 투입하며 안정적으로 지키는 전략을 택한 전북은 결국 무실점으로 대구의 반복된 공격을 막아냈다. 수원에 발목 잡힌 울산과 3연승을 거둔 전북의 승점차는 이제 단 1점이다. 올해도 역시나 우승을 놓고 두 팀이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은 시즌 막바지까지 지켜봐야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 상주 2 : 0 부산 : 전역자가 생겨도 걱정 없는 상주만의 '행복 축구'

'돌풍의 팀' 상주는 유관중 전환 기념으로 특별한 전역 기념식을 펼쳤다. 지난 2019년 1월 입대한 11기 6명(강상우, 김대중, 류승우, 이찬동, 진성욱, 한석종)의 전역을 앞둔 마지막 홈경기였기 때문이다. 부산전에도 강상우, 이찬동, 한석종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특히 측면 공격수로 포지션을 옮겨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강상우는 최근 6경기 5골로 무서운 상승세를 뽐냈다. 상주와 같은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부산은 부상에서 복귀한 이정협이 다시 원톱에 섰고, 최필수가 골문을 지켰다. 강원, 성남 등과 촘촘한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대구, 울산에 2연패를 당한 부산은 쉬어갈 여유가 없었다. 파이널 A 진입에 성공한다면 강등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기에 승격팀으로서 더욱 집중력이 높았다.


경기는 홈팀 상주가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순간적인 역습이 장점인 부산에게 찾아왔다. 전반 29분 부산 이동준의 아름다운 가슴 트래핑이 빛났다. 롱패스를 빠른 스피드로 따라가 트래핑 이후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빗겨맞았다. 이에 맞선 상주 역시 한석종이 전반 35분 가까운 거리에서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강력한 프리킥으로 응수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상주 상무에서 맹활약하며 1부 잔류에 공을 세운 이규성이 부산 유니폼을 입고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전반은 치열한 공방전 끝에 그대로 0대 0으로 끝났다. 상주는 내려앉은 부산의 수비를 상대로 박스 바깥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고, 미끄러운 잔디에 마지막 슈팅은 자꾸 빗나갔다. 답답한 상주의 흐름을 바꾼 주인공은 후반 8분 오세훈 대신 투입된 문선민이었다.


"후반전에 상대의 기동력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해서 투입했는데 중요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김태완 감독의 교체 카드는 적중했고, 문선민은 답답한 경기를 소중한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후반 28분 강상우의 패스를 이어받아 문선민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드리블을 시작했다. 주춤주춤 몸싸움을 이겨내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던 문선민은 수비수 4명을 사이에서도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뒤이어 타이밍을 뺏는 절묘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고 오랜만에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공을 지켜내며 상대 수비수, 골키퍼까지 속인 환상적인 슈팅이었다. 뒤이어 문선민은 종료 직전 수비수 실책을 틈타 골키퍼까지 제치고 침착하게 멀티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전역 예정인 선수들이 6명이나 있지만, 상주는 걱정이 없다. 순위에 대한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신병들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고 , 공수 짜임새 있는 팀플레이로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반면 한 경기 승패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는 중위권의 부산은 3연패를 끊고 빠르게 반전을 이뤄내야만 한다.


- 인천 0 : 2 성남 : 신임 감독과의 허니문도 없었던 인천의 지극한 손님 대접

이임생 전 수원 감독과의 협상 소식이 잡음이 많은 가운데 인천은 빠르게 조성환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제주를 이끌고 리그 준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등의 성과를 거둔 증명된 감독이 무패 꼴찌 인천의 소방수로 나섰다. 인천은 지난 경기 부진했던 정산을 대신해 김동헌이 골문을 지켰고, 마하지-김도혁이 포백을 보호하며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다. 상주, 전북, 포항을 상대로 3연속 무승부로 저력을 보여준 인천은 지난 광주전에 역전패를 당하며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다. 신임 감독 선임의 충격 요법으로 반드시 시즌 첫 승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반면 성남 김남일 감독은 7경기 동안 골을 터트리지 못한 나상호를 다시 중용했고, 김영광이 골문을 지켰다. 아울러 인천의 중심 아길라르를 막기 위해 이스칸데로프, 김동현 등을 중원에 배치했다.


인천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선제골을 노렸고, 성남은 원정 경기답게 탄탄한 수비를 우선순위에 두고 조금씩 역습을 시도했다. 김도혁, 오반석, 아길라르가 돌아가며 슈팅을 시도했고, 양 팀은 강한 허리 싸움을 펼쳤다. 특히 성남 김남일 감독은 아길라르에서 공격이 시작하기 전에 강하게 압박하고 괴롭히는 맞춤형 전략을 썼다. 득점 꼴찌 인천(8득점)과 득점 11위(10골) 성남의 맞대결은 전반에만 15개의 파울이 나올 정도로 치열하고 끈끈했다. 결국 득점 없이 끝난 전반전 이후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친 퇴장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나왔다. 이준석의 침투를 막으려다 이태희가 퇴장을 당했지만, VAR 확인 결과 앞서 오반석의 핸드볼 파울로 퇴장은 무효 처리됐다. 다행히도 위기를 넘긴 성남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국가대표 나상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2분 아크 박스 정면에서 나상호가 우측 하단으로 감아 차기를 시도했고, 절묘하게 수비벽을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 이후 인천은 송시우, 정창용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더욱 올라섰지만, 너무 조급했고 역습은 완성도가 떨어졌다. 5백에 가깝게 내려선 성남의 수비진은 두터웠고, 오히려 인천의 희망은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사라졌다. 후반 42분 김영광의 골킥이 경합 과정에서 골문 앞으로 흘렀고, 나상호는 볼을 따내고 침착하게 감아 찼다. 첫 번째 프리킥 골과 같은 방향으로 날카롭게 휘어들어갔고 경기는 2대 0 성남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6월 FC도쿄에서 성남으로 임대 이적해온 나상호가 마수걸이 골을 멀티골로 터뜨리며 성남은 순식간에 상위 스플릿(6위)으로 올라섰다. 반면 인천은 생존왕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5무 10패로 여전히 무승이다. 과연 새로 부임한 조성환 감독은 어떤 묘수로 꼴찌 인천을 되살릴 수 있을까? 


- 내 맘대로 15R 베스트 일레븐

FW 문선민 나상호 정한민

MF 김보경 고영준 이성윤 한승규

DF 헨리 홍정호 연제운

GK 양형모


- 베스트골 : 문선민(상주 상무) VS 부산 아이파크

월드컵에서 문선민은 골문 앞에서 '접기'를 계속하다 타이밍을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리그에서 일취월장한 문선민에게 더 이상 불필요한 접기는 없었다. 비가 내려 미끄러운 그라운드, 잔뜩 주저앉은 탄탄한 부산의 밀집수비. 이를 뚫은 방법은 교체 투입된 문선민의 빠른 스피드뿐이었다. 후반 28분 문선민은 아크 정면에서 주춤주춤 개인기로 수비수 틈바구니로 들어갔다. 상대 수비가 앞뒤에서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공을 지켜내고, 한 박자 빠르게 골문 왼쪽으로 공을 밀어 넣으며 가볍게 선제골을 뽑았다. 게다가 종료 직전에는 탁월한 스피드로 골키퍼까지 제치며 깔끔한 쐐기골을 뽑고 유쾌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강상우의 전역 이후 보다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문선민은 앞으로 관제탑 세리머니, 가늠쇠 세리머니 등 다양한 팬서비스를 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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