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K리그 통산 200승에 1승이 모자란 대구. 리그 15경기 내내 1승을 올리지 못한 인천에게 16일 DGB대구은행파크 원정은 절대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상위권 대구는 세징야, 에드가가 부상에서 복귀했다. 김대원, 정승원 등 유망주를 넘어 리그 수준급 선수로 성장한 이들도 많았다. 반면 인천은 유일하게 리그에서 무승팀이었고,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외국인 선수의 중요도가 매우 큰 K리그에서 케힌데, 부노자는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2017년부터 시즌 초반 부진하다가 막판 대반전으로 가까스로 강등을 피했던 '생존왕' 타이틀에도 서서히 불안감이 드리웠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리그 경기수가 줄어들어서 승점차를 좁히기 쉽지 않았고, 광주, 부산처럼 강등 경쟁팀과의 맞대결에서 내리 패했기 때문이다. 무무-패패패패패패패패-무무무-패패-'승' 하지만 인천은 절대적 열세를 이겨내고 무고사의 선제골을 지켜 드디어 개막 100일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코치, 선수들이 무고사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오늘 그에 대해 보답을 한 것이다
- 조성환 감독
15라운드까지 한 자릿수 득점(8점)을 기록한 팀은 인천이 유일했다. PK를 제외하면 필드골이 1개에 그쳤던 스트라이커 무고사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인천은 수비 진영부터 상대 압박에 무너졌고, 중원 싸움에서도 밀려 빠른 역습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부담감과 상대 집중 견제에 에이스 무고사도 골문 앞에서 침착하지 못했다. 답답한 인천의 혈을 뚫어준 건 아길라르의 재영입이었다. 아길라르는 7월 임대 영입 이후 14라운드 광주전에서 놀라운 중거리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대구전에서도 사실상 프리롤로 공수를 오간 아길라르는 침착한 공격 전개와 과감한 슈팅으로 활력을 더했다. 최전방에서 무고사와 호흡을 맞추다가도 후반 막판에는 측면 수비까지 해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밖에도 김도혁도 탈압박과 중원 싸움을 수월하게 해냈고, 이준석, 무고사는 공간 침투는 물론 최전방 압박도 적극적으로 해주며 상대를 괴롭혔다. 후반 교체 투입된 문지환 역시 센터백으로 나올 때보다 안정적인 몸놀림으로 중원에서 상대를 저지했다. 한편 경기 초반 무고사는 골망을 흔들었지만 반칙으로 무효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에 전반 29분 깔끔한 선제골을 뽑았다. 결국 인천의 해결사는 무고사였다. 무고사는 측면에서 이준석이 공을 흘리고 공간을 파고들자 센스 있게 2대 1 패스를 연결했다. 뒤이어 올라온 크로스를 다이렉트로 때려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밀어 넣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흔들었던 이준석의 이타적인 패스도 훌륭했고, 기회가 왔을 때 해결하는 무고사의 골 결정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잔류 자신 없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
- 오반석
인천은 시즌 초반 스리백을 쓰다가 부진이 길어지자 포백을 택했다. 하지만 거듭된 PK 허용과 불안한 후방 빌드업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쉽게 실점을 헌납했다. 상대의 전방 압박에 어처구니없는 패스 미스와 골키퍼의 실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 부임한 조성환 감독은 '수비 안정화'를 최우선 목표로 택했다. 부임 이틀 후였던 성남전에는 기존의 포백을 들고 나왔지만, 대구전에는 스리백을 택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마하지, 풀백들의 부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오반석-양준아-김연수 세명의 센터백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택했다. 제주 시절 지도했던 오반석은 예전보다 수비 라인을 올려 적극적으로 중원 싸움에 가담했고, 순간적인 숫자 싸움에 우위를 점했다. 양준아 역시 수비 라인을 조율하며 빠른 대구 윙어들을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대구는 16회의 크로스, 28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인천은 18개의 태클을 시도해 9번이나 성공시켰고, 수비수들은 온몸을 날리며 11번이나 공을 막아냈다. 후반전에는 사실상 5백으로 전환했고, 폭염 속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무실점을 지켜냈다. 한편 올해 첫 선발로 나선 골키퍼 이태희의 활약도 엄청났다. 정산, 김동헌에 이어 세 번째 골키퍼였던 이태희는 7차례의 선방을 선보이며 골문을 탄탄히 지켰다. 김대원과의 일대일 맞대결에서 빠른 판단으로 공을 막아냈고, 빠른 드리블로 순식간에 골문 앞으로 돌진한 세징야의 슈팅마저 얼굴로 튕겨냈다. 이태희의 선방쇼는 78분 가장 빛났다. 정승원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가까스로 손끝으로 쳐냈고, 아름다운 궤적의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넘어갔다.
승점 1점(무승부)은 큰 의미가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 이태희
경기 중간 쿨링 브레이크를 시행할 정도로 무덥고 습한 날씨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마치 리그 우승을 한 것처럼 그라운드 안팎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1승을 향한 집념과 90분 동안 이어온 집중력이 돋보인 승리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인천의 순위는 여전히 최하위다. 리그 유일한 한 자리 득점을 기록 중이고, 무실점 경기는 고작 3번뿐이다. 여전히 '생존'이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원팀이 되어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뛰어야 한다. 조성환 감독의 말처럼 빠르게 반등하기 위해서는 연승으로 빠르게 승점을 되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다음 17라운드 상대는 11위 수원이다. 사실상 6점짜리 맞대결에 인천은 무승부가 아닌 승리가 필요하다. 홈에서 수원 상대로 10경기(7무 3패) 동안 승리가 없었던 만큼, 언더독 인천의 총공세를 기대해본다.
17R 인천유나이티드 VS 수원블루윙즈
8월 22일(토)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