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18R 리뷰
국내 프로야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며, 해당 선수가 뛰던 2군 리그는 중단되었다. 우리의 일상을 아예 뒤흔든 코로나19의 여파는 프로 스포츠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다행히도 무관중으로 진행 중인 8월 마지막 주 K리그는 화끈한 골잔치로 마무리됐다. 6경기 27골. 무득점 경기는 하나도 없었고 짜릿한 극장골, 시원한 멀티골이 여러 경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주축 선수가 대거 전역하며 전력 누수가 불가피했지만, 상주 상무는 01년생 스트라이커 오현규의 2경기 연속골로 대승을 거뒀다. 위기의 팀 수원 역시 염기훈이 교체로 들어가고 3골이 터지며 시원한 역전승으로 한숨 돌렸다. 국내로 복귀한 이청용, 기성용이 처음으로 만나는 쌍용 매치 역시 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력차를 자랑하는 울산의 3대 0 완승이었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맹활약한 이청용이 있었다.
가장 화끈한 경기는 10골이 터진 광주와 대구의 경기였다. 양 팀 합계 10득점은 K리그 통산 4번째이자, 최다 득점 타이기록이다. 경기 초반 터진 데얀의 선제골로 대구가 리드를 가져왔지만, 펠리페, 엄원상, 윌리안의 삼각편대가 공격을 이끌며 경기를 뒤집었다. 게다가 교체로 들어온 임민혁, 김주공 모두 골맛을 보며 완벽한 대승을 완성했다. 특히 펠리페는 10호골을 터뜨리며 광주 외국인 선수 1부 리그 최다골 기록을 새롭게 써나가고 있으며, 통산 득점 기록(36골)도 매경기 갱신하고 있다. 한편 외인 공격수 시대에 가뭄에 단비처럼 멀티골을 기록한 선수도 있다. 작년 영 플레이어상을 타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강원 김지현은 전북전 교체 투입되어 2골을 몰아넣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비록 많은 이들이 경기장을 찾지는 못하지만 시원시원한 골들로 무덥고 습한 여름날에 지친 팬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인천은 기나긴 부진 끝에 2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지만 여전히 12위였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상태에서 인천의 상대는 상위 스플릿 잔류를 확정한 강팀 상주였다. 지난 라운드에서 11위 수원을 꺾고 승점차를 좁힌 일등공신 송시우, 오반석, 무고사 등이 그대로 선발로 나섰다. 중원의 아길라르는 조커 역할로 벤치에서 시작한 것을 빼면 최근 좋았단 흐름을 그대로 가져가기 위한 스쿼드였다. 반면 2연패에 빠진 상주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전역했지만 지난 전북전에서 희망을 봤다. 01년생 스트라이커 오현규가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고, 오랜만에 경기장에 나선 신병들 위주로도 전북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게다가 인천전에는 휴식을 취한 박용우, 문선민이 선발 명단에 올랐고, 심상민, 정재희, 이상기 등 새 얼굴로 라인업을 꾸렸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바뀌더라도 김태환 감독이 추구하는 세심한 패스 플레이, 빠른 역습을 100% 수행할 수 있는 조직력을 선보일 경기였다. 그리고 김태환 감독은 그것을 완벽히 증명했다.
경기 초반은 왼쪽 측면에서 친정팀 인천을 탈탈 턴 문선민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전반 13분 문선민은 측면에서 치고 들어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오현규는 침착하게 골문으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골문 앞에서 탁월한 위치 선정과 정확한 마무리를 보여준 오현규는 2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빠른 시간 선제골을 넣은 상주는 차분하게 공을 돌리며 경기를 이끌었고, 김민혁, 이동수가 연이어 슈팅을 시도하며 추가골을 노렸다. 우세한 상황에서 전반 28분 문선민의 발끝에서 상주의 추가골이 나왔다. 빠른 돌파로 수비수를 제치고 다시 측면을 파고들었고, 첫 골처럼 크로스를 오현규가 슈팅했지만 수비를 맞고 나왔다. 그리고 흐른 공을 재차 김민혁이 밀어 넣으며 2골 차로 달아났다. 인천은 조금씩 라인을 올려 강하게 상주를 압박했고, 결국 무고사가 전반 38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만회골을 뽑았다.
하지만 문선민의 컨디션은 최고였고, 측면에서 누구도 제어할 수 없었다. 후반 3분 문선민이 인천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골문으로 돌파했고, 살짝 내준 공을 정재희가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인천에서 2 시즌 동안 맹활약했던 문선민이 3골에 모두 관여하며 비수를 꽂았다. 인천은 송시우가 활발하게 상대 뒷공간을 침투하고, 조커 아길라르까지 투입했지만 상주는 탄탄했다. 결국 전역 선수의 공백이 크지 않다는 걸 증명하며 상주는 2연패 뒤 상쾌한 1승을 챙기며 3위를 지켰다. 왼쪽 측면에서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친 강상우가 전역했지만, 그 빈자리는 국가대표 윙어 문선민이 굳건했다. 아울러 정재희, 심상민, 이동수 등이 제 포지션에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내 자신감과 경기 감각까지 되찾았다. "수원을 위해 돕고 싶었다."는 수원 출신 상주 공격수 오현규의 말처럼 12위 인천과 11위 수원의 격차는 다시 6점으로 벌어졌다. 리그 공식 인정을 위해 4경기가 남은 현재 아직 인천의 강등 위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프런트 꼭두각시, 자격 없는 대행, 의지 없는 선수", "너의 승진, 우리의 강등". 무관중 경기가 다행 일정도로 빅버드 곳곳에 보이는 플래카드는 매우 적나라했다. 8월 1무 3패, 11위. 처참한 수원의 성적에 팬들이 분노를 터뜨렸고, 침체된 팀 분위기는 반등의 여지가 없었다. 그나마 상주에서 전역한 한석종이 유일한 희망으로 선발로 나섰고, 부상에서 회복한 최성근까지 중원에 투입했다. 다급한 주승진 감독대행은 타가트의 짝으로 프로 무대에선 수비수로 주로 뛴 김태환을 기용했고, 3-5-2 포메이션을 택했다. 염기훈을 후보 명단에 올렸고, 지난 경기 부진한 헨리는 명단에서 보이지 않았다. 반면 지난 경기 포항을 꺾고 기세가 오른 부산은 이동준, 김병오, 호물로의 장점인 빠른 역습, 그리고 최전방의 활발한 공격수 이정협의 골 결정력을 믿었다.
수원의 과감한 변화는 경기 시작 동시에 와르르 무너졌다. 전반 2분 한석종이 중원에서 공을 빼앗겼고, 이동준이 공을 이어받아 빠르게 쇄도했다. 뒤이어 빈 공간으로 침투한 이정협을 향해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정협은 침착하게 공을 트래핑하고 슬라이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부산이 가장 잘하는 빠른 측면 역습과 깔끔한 최전방 마무리가 빛난 순간이었다. 수원은 이후 빠르게 볼 점유율을 높이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부산의 두터운 수비가 만만치 않았다. 수원은 약 70대 3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가며 6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수원은 한석종을 기점으로 안정적으로 공을 돌렸지만, 결정적인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초반 실수를 만회라도 하듯 한석종은 공수 전반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준수하게 해냈다. 타가트는 예전 같지 않은 슈팅 타이밍으로 아쉬운 기회를 날렸고, 부산은 '선수비 후역습'의 정석을 보여줬다.
답답한 수원의 흐름을 바꾼 건 역시 염기훈이었다. 허리 부상을 당한 이정협을 대신해 빈치씽코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과 정반대였다. 후반 17분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최성근을 대신해 투입된 염기훈은 2분 뒤 동점골의 시발점이 되었다. 타가트를 향한 빠른 패스가 경합 과정에서 튀어올랐고, 김민우는 빠르게 공을 따내 침착하게 동점골을 터뜨렸다. 염기훈의 가세로 기세가 오른 김민우는 후반 28분 역전골까지 기록했다.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김태환이 과감하게 때린 공이 최필수를 맞고 나오자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부산은 수비 안정화를 위해 센터백 도스톤벡까지 투입했지만, 염기훈 교체 이후 내리 실점하며 무너졌다. 경기의 백미는 염기훈이 후반 40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3번째 골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수원에서 첫 경기를 치른 한석종은 중원에서 듬직하게 경기를 지배했고, 베테랑 염기훈 활용법을 찾아내는 동시에 부진하던 김민우까지 살려냈다. 한편 수원은 무승 행진을 끊었지만, 정식 감독 선임을 계속 미루다 가는 잠깐의 반등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쌍용'으로 불리며 K리그, 나아가 국가대표를 이끌었던 두 선수가 드디어 K리그에서 만났다. 이청용은 리그 선두를 달리는 울산으로 복귀했고, 기성용은 잡음도 많았지만 결국 친정팀 서울로 복귀했다.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무대를 누비고 돌아온 두 선수의 만남은 큰 화젯거리였다.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만난 두 선수는 반갑게 담소를 나눴고, 경기는 울산의 우세가 점쳐졌다. 이청용은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고, 고명진, 신진호, 김태환 등 서울에 몸담았던 선수들이 대거 선발로 나섰다.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주니오, 원두재 역시 그대로 투입됐고, 불투이스와 김기희가 중앙 수비를 맡았다. 반면 서울은 기성용을 처음으로 벤치에 앉혔고, 원톱 윤주태를 지원할 자원으로 조영욱, 정한민, 한승규 등 젊은 선수들을 택했다. 최근 4경기 3승 1무의 상승세인 만큼 반전을 기대하며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쌍용 매치의 주인공은 시작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 이청용이었다. 간결한 볼터치와 빠른 탈압박을 선보이다가 전반 18분 만에 '골'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신진호의 코너킥이 수비를 맞고 골문 앞에서 혼전이 벌어지자, 이청용은 재빠르게 공을 차 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노련한 패스 플레이와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공격에 서울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여러 차례 쉬운 볼 컨트롤 미스까지 선보이며 밀리는 형국이었다. 결국 전반 40분 황현수가 부상으로 교체당하고, 뒤이어 내준 코너킥에서 또 실점을 내줬다. 이번엔 고명진이 올린 공을 수비수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골대 앞에서 기다리던 골무원 주니오가 쉬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득점 이외에도 김태환, 박주호 등 노련한 측면 수비수들이 여유롭게 발 빠른 윙어들을 꽁꽁 묶었고, 원두재 역시 활발한 움직임으로 중원을 장악했다. 서울의 강한 압박은 울산의 한 템포 빠른 패스 플레이와 스위칭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0대 2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드디어 기성용이 후반 20분 투입됐다. 기성용과 이청용의 맞대결은 2015년 12월 영국 이후 처음이었다. 기성용은 발목 부상 이후 재활을 거쳐 100%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교체 투입만으로도 경기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후반 30분 과감한 전진 패스로 한승규의 슈팅까지 연결하는 장면에선 클래스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11명 전체적인 팀 전력에서 압도하는 울산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청용은 골문 앞에서 수비수를 뒤흔들고 연이어 결정적인 크로스를 선보이며, 팀 동료들과 시너지를 냈다. 결국 후반 막판 역습 상황에서 정훈성까지 쐐기골을 터뜨리며 경기는 울산의 완승으로 끝났다. 2017년 10월 패배 이후 울산은 서울을 상대로 8승 2무로 압도적인 천적 관계임을 증명했고, 강력한 스쿼드의 힘을 증명했다. 한편 서울은 전체적인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했고, 수비진이 무너지며 무패가 끊겼다. 하지만 중원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줄 리더 기성용이 경기에 나선 것만으로도 큰 수확을 거뒀다.
전북은 선두 경쟁자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 5월 강원에 0대1로 패하며 벌어진 격차가 쉽게 줄어들지 않아 여전히 2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국가대표 풀백 김진수가 거액의 연봉을 제시한 알 나스르로 떠나며 공백이 생겼다. 김진수의 빈자리는 풀백 이주용이 선발로 나섰고, 구스타보와 바로우 콤비도 출격했다. 아울러 최근 지난해의 폼을 되찾고 있는 MVP 김보경이 손준호, 이승기와 함께 중원을 꾸렸다. 반면 6경기(4무 2패) 연속 승리가 없는 강원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서도 후방 빌드업, 패스 플레이 등 자신의 팀컬러를 포기하지 않는 뚝심은 결과가 나오지 않자, 의구심이 커져갔다. 김병수 감독은 스리백으로 출전하던 신세계를 미드필더로 한 칸 올렸고, 이호인-임채민-김영빈으로 스리백을 꾸렸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고무열은 정석화, 조재완과 활발한 스위칭을 예고했다.
선두 경쟁을 펼치는 울산의 3대 0 완승은 전북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승점차를 좁혀야 한다는 걸 의식이라도 한 듯 초반부터 구스타보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특히 전반 27분 절묘한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이주용이 구스타보를 향해 낮게 깔아줬고, 완벽한 일대일 상황이 펼쳐졌다. 구스타보는 스텝을 맞춰 침착하게 슈팅했지만, 각을 좁힌 이범수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전북 벤치에 앉아있는 형 이범수가 보란 듯이 이범영의 선방을 곧바로 이어졌다. 2분 뒤 이성윤이 하프라인에서 빠르게 공을 커팅하고 돌파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범영의 손끝을 맞고 골대를 넘어갔다. 전북은 경기를 주도하고도 골을 넣지 못하며 불안하게 후반전을 맞이했다. 반면 무실점으로 잘 버티며 간간이 날카로운 역습을 선보인 강원은 후반전 승부를 걸었다.
전반전의 주인공이 이범영이었다면, 후반전은 지난해 영 플레이어상 수상자 김지현의 무대였다. 후반 20분 교체 투입된 조커 김지현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였다. 후반 30분 정석화가 연결해준 공을 김지현이 침착하게 페인팅으로 수비수 둘을 흔들었다. 그리고 간결한 감아 차기로 송범근이 손쓸 수 없는 골문 구석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지난 강원 원정 패배가 떠오른 듯 다급해진 모라이스 감독은 공격수 조규성을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다. 결국 종료 2분 전에 구스타보의 슈팅에 이은 한교원에 마무리로 1대 1을 만들었지만, 극장골의 주인공은 전북이 아닌 강원이었다. 종료 직전 고무열이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송범근이 선방했지만 김지현이 재차 달려들어 가볍게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지현의 탁월한 위치 선정은 결국 강원의 기나긴 무승을 끊었고, 전북에 시즌 2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뤘다. 반면 전북은 울산과의 승점차가 다시 4점으로 벌어지며 김진수의 공백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5경기 무승(2무 3패)의 포항에게 8월은 분명히 위기의 시기였다. 전북, 울산을 만나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기에는 하위권 팀인 인천, 광주와의 무승부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오닐과 권완규의 부상까지 겹치고, 주전들의 체력 부담이 심해진 와중에 반전의 카드는 제대한 강상우였다. 왼쪽 윙어로 올 시즌 국내 선수 최다 공격포인트(7득점 5도움)를 기록하고 있기에 전역이 무척 반가웠다. 포항은 가장 급한 왼쪽 풀백 자리에 강상우를 선발로 투입했고, 4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세운 김광석의 짝으로 하창래를 내보냈다. 성남 역시 극장골로 부산에 비기고, 울산에 패하며 불안한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상호가 인천전 2골을 시작으로 지난 경기에서도 골맛을 봤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포항전 역시 원톱 양동현을 중심으로 나상호, 이스칸데로프, 유인수 등 공격적인 자원을 대거 투입했다. 득점력 빈곤으로 고민에 빠진 김남일 감독에겐 반드시 선제골이 필요했다.
전반 6분 코너킥 상황에서 포항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낮고 빠르게 올라온 공을 김영광이 쳐냈지만, 멀리 가지 못했고 골문 앞에서 일류첸코가 슈팅을 시도했지만 빗겨맞았다. 뒤이어 팔라시오스의 측면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첫 골의 주인공은 적극적인 공격의 포항이 아닌 행운의 성남이었다. 전반 20분 이스칸데로프의 공을 받은 나상호가 지체 없이 슈팅했고, 공은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높게 떴다. 절묘하게 스핀이 걸린 공은 강현무를 훌쩍 지나 뚝 떨어지며 골대를 맞고 그대로 골라인을 넘었다. 만회골을 위해 팔라시오스, 하창래가 연이어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성남의 센터백들은 견고하고 침착했다. 하지만 성남은 2명의 선수를 동시에 하프타임에 교체하며 스스로 좋은 분위기에 변화를 줬다. 이스칸데로프, 양동현을 빼고 김현성, 이재원을 투입했는데 오히려 포항이 후반전 다른 흐름을 보여줬다.
후반 6분 팔로세비치의 코너킥을 일류첸코가 머리로 밀어 넣으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5분 뒤에도 이광혁의 크로스를 집중력 있게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 여러 차례 아쉬운 기회를 놓쳤던 일류첸코는 후반전에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골문 앞 집중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주니오의 압도적인 페이스에 밀려서 그렇지 득점 2위, 도움 2위, 공격포인트 2위란 기록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12골, 5도움) 양 팀 모두 송민규, 심동운, 토미 등 골을 넣어줄 선수들을 총출동시키며 공방전을 펼쳤지만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오랜만에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강상우는 무난한 활약으로 팀에 보탬이 되었고, 일류첸코도 공격 전반에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광석의 400경기 출전, 강상우의 복귀전 등으로 일부러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고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필요했다.” 김광석 감독의 의도된 부담감을 이겨낸 포항은 6경기 만에 승리를 따내며 기분 좋게 8월을 마무리했다.
슈팅 38개. 선방 7개. 10골. 화끈한 공격 축구가 펼쳐진 대구와 광주의 난타전이 남긴 어마어마한 수치다. 지난 10라운드 맞대결에서 무려 6골(2대4 대구 승)이 터졌지만, 이번 경기의 다득점은 예상 밖이었다. 대구는 수원전 승리 이후 3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고 있었다. 리그 200승에 1승만 남겨두고 계속 미끄러지는 아쉬운 흐름이었다. 광주 역시 지난 서울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골 결정력 부재로 0대 0 아쉬운 무승부를 거뒀다. 측면의 윌리안, 엄원상이 좋은 컨디션으로 활발하게 수비를 괴롭혔지만 정작 골이 없었다. 두 번째 달빛 더비를 맞아 대구는 세징야, 김대원과 함께 마무리를 지어줄 베테랑 공격수 데얀을 선발 투입했고, 윙어 엄원상의 스피드를 막기 위해 김동진을 내세웠다. 이에 맞서 광주는 여름의 퇴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현석, 여봉훈을 선발로 택했고, 엄원상과 윌리안 발 빠른 양쪽 윙어를 가동했다.
빠른 시간 첫 골의 주인공은 박스 안에서 여전히 위협적인 데얀이었다. 데얀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낮고 강한 슈팅으로 272분 동안 이어진 팀의 무득점 기록을 끊었다. 하지만 장신 수비라인은 광주가 자랑하는 측면 스피드에 쉽게 리드를 빼앗겼다. 전반 20분 엄원상이 날렵한 페이크와 과감한 돌파로 PK를 얻어내 펠리페가 가볍게 동점골을 넣었다. 5분 뒤에는 프리킥 혼전 상황에서 아슐마토프가 공을 밀어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오프사이드 논란이 있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김선민의 몸에 맞고 흐른 공이 백패스로 여겨져 골로 인정되었다. 대구는 세징야가 고군분투하며 후반 초반 PK골로 따라갔지만,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발목 잡혔다. 후반 14분 윌리안이 하프라인에서부터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다시 달아났다. 뒤이어 펠리페 역시 침착하게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골망을 흔들어 스코어는 4대 2가 되었다.
광주는 좌우 측면에서 맹활약한 엄원상, 윌리안을 빼고 임민혁, 김주공을 투입했고 교체는 적중했다. 에드가가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넣었지만, 광주는 무려 2골을 더 넣었다. 후반 34분 임민혁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수비진이 물러서자 곧장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5번째 골을 뽑았다. 2분 뒤 김주공 역시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간결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면 윙어들의 양질의 크로스, 골문 앞에서 정확한 마무리를 이어가는 광주 공격진을 막기에는 구성윤의 선방도 한계가 있었다. 경기 종료 직전 포기하지 않고 세징야가 골문으로 돌진하며 만회골을 뽑았지만 경기 스코어는 4대 6으로 끝났다. 10골은 K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골 타이기록이고, 2018년 전남과 수원전 이후 2년 만이다. 광주는 최근 3연속 무승부 이후 골퍼레이드와 함께 승리를 따내 7위로 도약했다. 반면 대구는 세징야, 에드가가 활약했지만 주축 정태욱이 부상으로 빠지고,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으로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FW 김지현 펠리페 일류첸코
MF 김민우 이청용 문선민 윌리안
DF 김광석 권경원 김기희
GK 이범수
무려 10골이 터진 대구와 광주의 맞대결에는 놀라운 골들도 많았다. 혼전 상황에서 집중력이 돋보인 아슐마토프의 골, 페널티 박스 안에서만큼은 클래스를 보여주는 데얀의 선제골,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침착한 마무리로 골을 터트린 펠리페, 2대1 패스로 빠르게 침투하고 간결한 마무리를 선보인 세징야의 만회골. 사실 너무나 많은 골이 쉴 새 없이 터져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원더골은 윌리안의 폭풍 같은 골이었다. 하프라인에서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윌리안은 이미 가속도가 붙었다. 뒤늦게 대구 수비수들이 슈팅각을 좁혔지만, 침착하게 벗겨내고 골키퍼의 위치까지 확인한 이후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광주가 자랑하는 빠른 역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윌리안의 클래스가 돋보이는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