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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Sep 09. 2020

[19R] 우리의 소원은 우승도 아닌 '파이널A' 잔류

K리그1 리뷰

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가 22경기로 축소된 2020년 K리그1 순위 경쟁은 가히 역대급이다. 19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울산(승점 46점), 전북(승점 41점)의 양강 구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나머지는 대혼돈의 리그다. 연고지 이전으로 자동 강등이 예정된 3위 상주를 제외하고 포항(승점 31점), 대구(26점)는 3위까지 주어지는 ACL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쳤다. 폭우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3골을 넣으며 승리를 따낸 포항이 한 걸음 달아났다. 문제는 6위 강원(승점 21점), 10위 부산(승점 20점)까지 승점 1점 차 살얼음 승부를 펼치는 중위권이다. 한 경기 승패만으로도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에서 강원, 광주, 성남, 서울, 부산은 단숨에 중위권 혹은 강등권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광주는 선두 울산을 맞아 특유의 선수비 후'빠른'역습을 성공시키며 승점 1점을 따냈다. 서울과 부산 역시 팽팽한 공방전 끝에 무승부로 승점을 나눠가지며 순위를 유지했다. 반면 성남은 전북전 올 시즌 2전 전승 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8위로 올라왔고 파이널A 잔류를 노리고 있다. 강원은 홈에서 최하위 인천에 덜미를 잡히며 불안한 6위를 기록 중이다. 매경기 결승전 같은 분위기에서 22라운드 성적을 바탕으로 상위 1~6위 팀이 포함된 파이널A 잔류는 엄청난 목표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새삼 자동 강등임에도 파이널A 잔류를 확정 지은 상주의 맹활약이 내심 고마운 팀들이 많을 것이다. 한편 잔류왕 인천이 13분 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한 무고사의 맹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챙겼기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경기를 주도하고도 상주에 패한 수원은 이제 3점 차로 쫓기게 생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상주 1 : 0 수원 : 홈'최강' 상주와 원정'약골' 수원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

상주와 수원은 지난 라운드에서 나란히 2연패를 끊으며 반등을 노렸다. 누구보다 상대를 잘 아는 선수들이 많은 두 팀의 맞대결은 흥미로웠다. 상주 주장으로 꾸준히 뛰었던 한석종은 전역 후 수원에서 곧바로 훌륭한 공수 조율을 보여주고 있다. 김건희, 김민우 등 상주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도 수원에 많았다. 수원은 김민수, 김건희, 한석종을 모두 선발 투입했고, 지난 경기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인 신예 김태환을 투톱의 한자리에 배치했다. 한편 매탄고 재학 시절 준프로 계약을 체결했던 수원 유스 출신 오현규는 이른 나이에 상주 입대 이후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수원에겐 천만다행으로 오현규가 대표팀에 소집되어 결장했다. 대신 김태완 감독은 문선민을 제로톱에 두고 김보섭, 정재희와 스위칭 플레이를 예고했다. 박용우가 4-1-4-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심상민과 이상기가 양쪽 풀백으로 경기에 나섰다.


전반전은 탄탄한 압박과 활발한 활동량을 자랑한 수원의 분위기였다. 김태환, 김건희 최전방 공격수부터 전방 압박을 이어갔고, 한석종은 침착하게 공수 간격을 조율하며 점유율을 높여갔다. 이상민의 고군분투로 버티던 수원의 중원이 한석종 영입, 최성근 복귀 이후 확실히 무게감이 더해졌다는 걸 알 수 있는 전반전이었다. 전반 8분 김건희 슈팅은 골키퍼에 막혔고, 전반 15분 김태환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은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왔다. 문선민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빠른 반격에 나섰지만, 수원의 스리백은 쉽게 실수하지 않았다. 상주 역시 한석종을 벼르고 나왔다는 박용우가 중원에서 매끄럽게 상대 전진을 저지했고, 포백 역시 위험한 기회를 잘 버텨냈다. 후반에도 수원은 야속한 골대에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후반 14분 안토니스의 크로스를 김건희가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갔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건 축구 경기의 진리였다. 아슬아슬한 동점을 이어가던 상주는 오히려 후반 22분 결승골을 뽑았다. 정재희의 패스를 따라 골문으로 쇄도하는 문선민과 골키퍼 양형모가 엉켜 넘어지며 공이 흘렀다. 재차 따라오던 이상기는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야속하게 수원 수비수의 가랑이를 지나 골문으로 굴러들어갔다. 경기를 지배하고도 패색이 짙어진 수원은 다급하게 염기훈, 한의권을 투입해 여러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결국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상주는 10번의 홈경기에서 무려 8승을 챙기는 무서운 기세를 보여줬고, 조금씩 조직력이 갖춰지는 스쿼드에 힘입어 기분 좋은 2연승에 성공했다. 나아진 경기력에도 승점을 챙기지 못한 11위 수원은 홈경기(9경기 12득점)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빈약한 원정 경기(9경기 5득점) 득점력에 울었다. 타가트, 크르피치, 김건희. 공격 자원은 많지만 골이 터지지 않는 상황이 쉽사리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강등 경쟁 중인 수원에게 더 큰 문제다.



- 성남 2 : 0 전북 : 간절했던 성남 홈경기 첫승 제물은 강력한 천적 전북

2020 시즌 홈경기 무승. 전북 상대 최근 전적 9경기 5무 4패. 성남은 리그 2위를 달리는 전북에 비해 누가 봐도 열세였다. 전북은 지난 경기 강원에 발목을 잡혔지만, 여전히 강등의 위험이 존재하는 혼돈의 중위권이 아닌 압도적인 우승 경쟁권이었다. 김남일 감독은 베테랑 김영광에게 골문을 맡기고 탄탄한 스리백(임승겸-연제운-이창용)으로 안정적인 스쿼드를 꾸렸다. 국내 선수로만 11명이 나섰고, 박태준, 김동현, 이태희 등을 빼곡하게 배치하며 전북의 중앙 공격 전개에 대비했다. 반면 시즌 첫 홈경기 패배로 1위와 승점 차가 벌어진 전북은 다급한 상황이었다. 김진수가 중동으로 떠났고, 이용도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이주용, 최철순이 측면 수비에 나섰다. 모라이스 감독은 오랜만에 조규성을 최전방에 선발 출전시켰고 한교원, 김보경, 쿠니모토, 이승기 등 공격적인 성향의 미드필더를 대거 투입했다.


초반부터 강하게 성남을 몰아붙인 전북은 전반 13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김보경이 정확한 왼발 프리킥을 시도했는데 크로스바를 맞고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전북이 중앙에서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성남 골문을 노렸지만, 성남은 안정적으로 공세를 막아냈다. 오히려 전반 29분 역습 상황에서 집중력을 선보이며 성남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길게 넘어온 공을 박수일이 슈팅까지 했지만, 수비수에 굴절돼 굴절돼 골대에 맞았다. 흘러나온 공을 유인수가 빠르게 밀어 넣으며 경기의 리드를 가져왔다. 이주용, 조규성 등 여러 선수가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단조로운 크로스는 제공권이 뛰어난 성남 수비에 번번이 막혔고, 세컨드 볼 역시 성남의 몫이었다. 탄탄한 수비를 최우선시하고, 최전방의 김현성의 머리, 나상호의 침투를 노린 간결한 성남 전술이 오히려 성과를 거뒀다. 전북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구스타보를 투입해 동점을 노렸지만 성남의 분위기는 이미 뜨거웠다.


오히려 후반 6분 측면을 뚫은 유인수의 패스를 받은 박태준이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뒤늦게 남은 교체 카드를 전부 공격적인 외국인 선수(바로우, 무릴로)를 택했다. 게다가 후반 23분 김현성이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며 수적 우위의 상황까지 펼쳐졌다. 하지만 조급하지만 정교하지 못한 공격 전개로 이렇다 할 공격 없이 완패했다. 성남은 볼 점유율은 35%로 전북에 끌려다녔지만 효율적이고 완성도 높은 역습으로 깔끔한 2골, 짜릿한 홈경기 첫 승을 챙겼다. 안정적인 잔류권에 한걸음 다가갔고, 9월 23일 FA컵 준결승 맞대결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은 것도 결실이다. 반면 김진수가 이적한 뒤 내리 2연패에 빠진 전북은 측면의 불안함을 거듭 노출했다. 수비진의 불안함은 물론 날카로운 크로스가 사라졌다. 시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리그 4연패를 노리는 전북에게 가장 큰 위기가 닥쳤다.



- 서울 1 : 1 부산 : 극장 무승부의 달인 부산에 막힌 기성용의 홈 복귀전

서울은 리그 선두 울산에 완패하며 무패 기록은 4경기(3승 1무)로 끝났지만, 기성용이 K리그 복귀전을 치르며 희망을 봤다. 그리고 파이널 A 진출을 위해선 숙적 부산을 꺾어야만 했다. 서울은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을 1승 1무로 꺾고 극적으로 잔류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악의 부진 속에 지난 7월 부산 원정에서 0대 2로 패했고 결국 최용수 감독은 사퇴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상승세 속에 김호영 감독대행은 해결사 박주영을 최전방에, 부상에서 복귀한 윤영선을 센터백으로 내세웠다. 무더운 8월에 신예들의 체력, 투지를 믿었다면, 이제는 베테랑을 중용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맞선 9위 부산(승점 19점) 역시 8위 서울(승점 20점)을 잡고 강등권이 아니라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야만 했다. 하지만 부산은 최근 7경기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고, 수원전 패배와 함께 원톱 이정협의 허리 부상도 뼈아팠다. 조덕제 감독은 빈치씽코가 아닌 토종 공격수 김현을 최전방에 올리고 호물로, 이규성, 박종우로 중원을 꾸렸다.


전반은 양 팀 모두 조심스러운 탐색전이 펼쳐졌다. 최전방 김현을 향한 부산의 역습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서울 역시 두터운 수비라인을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다. 하지만 박주영과 조영욱의 호흡이 빛난 전반 24분 서울이 먼저 승기를 잡았다. 고요한의 스루패스를 박주영이 골키퍼를 제치고 골문 앞으로 공을 넘겨줬다. 수비수 틈 사이에서 조영욱은 재치 있게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후 부산 도스톤벡의 자책골로 정정됐다.) 지난 경기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비축한 박주영은 이후에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35분 조영욱의 이타적인 패스로 일대일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은 빗겨맞았고, 재차 튕겨 나온 공을 노렸지만 스텝이 꼬여버렸다. 후반에도 경기의 주도권은 서울이 가져갔다. 후반 18분 조영욱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대를 맞았고, 한승규의 슈팅도 위력적이었다. 김호준이 가까스로 막은 공을 고요한이 따냈고, 이후 충돌 과정에서 PK가 나왔다. 다들 그라운드가 아니라 벤치를 바라봤고, 그 이유는 곧장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절묘한 순간 기성용이 김원식과 교체 투입되며 3,941일 만에 상암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성용은  페널티킥을 사양하는 제스처를 취했고, PK 역시 비디오 판독 결과 오심으로 판정되어 번복되었다. 팀보다 본인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원치 않고, 천천히 몸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기성용은 짧은 시간 경기를 지배하진 못했지만, 묵직한 중거리 슈팅으로 클래스를 증명했다. 반면 부산의 김정현은 시즌 첫 출전, 그것도 2분 만에 경기를 뒤흔들었다. 후반 39분 김정현은 호물로의 코너킥을 절묘한 위치 선정, 정확한 헤더로 동점골로 마무리했다. 터프한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현은 빈치씽코, 권혁규 등 공격적 교체 카드를 제치고 경기에 나선 이유를 골 결정력으로 증명했다. 게다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한동안 회복에만 몰두했던 사연이 알려지며 더욱 뜻깊은 골이 되었다. 경기 종료 직전 박주영이 강민수에게 걷어차이며 극적인 페널티킥을 얻는 듯했지만 심판은 외면했고 경기는 그대로 무승부로 끝났다. (파울 이전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다.) 서울은 주도권을 쥔 기성용의 홈 복귀전을 아쉽게 비겼고, 반대로 부산은 지난 성남전만큼이나 짜릿한 승점 1점을 챙기는 성과를 얻었다.



- 포항 3 : 2 대구 : 비가 오면 생각 나는 스틸타카, 외로운 세징야는 오늘도 힘들다

포항과 대구의 목표는 똑같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 정규 리그 3위까지 출전권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현재 3위 상주는 ACL에 출전하지 못하므로 4위 포항, 5위 대구가 호시탐탐 마지막 한 장을 노리고 있다. (FA컵 우승팀에게도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울산, 전북, 포항, 성남이 살아남아있다.) 양 팀은 3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로 최근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포항은 꾸준한 스트라이커 일류첸코에게 휴식을 주고, 팔라시오스를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K리그2 안양 시절 투톱으로 나서기도 했던 팔라시오스가 골 결정력을 증명할 기회였고, 양 측면에는 파괴력 있는 송민규, 이광혁이 조력자로 나섰다. 리그 최고 공격력을 지닌 '수비수' 강상우는 오른쪽 풀백으로 경기에 나섰다. 반면 최근 1무 3패로 부진이 깊어진 대구는 츠바사와 김선민으로 중원을 꾸리고 황순민이 장기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신창무가 메웠다. 지난 대구전 충격적인 6실점에도 멀티골로 최선을 다한 세징야 역시 선발로 나섰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 초반 먼저 골문을 흔든 건 물오른 세징야였다. 전반 6분 신창무의 크로스를 김대원이 정확하게 컨트롤하지 못하고 공이 흐르자, 세징야 곧장 달려들어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쏟아지는 비에 그라운드는 미끄러웠지만, 폭우에 기분 좋은 승리가 많았던 포항은 빠른 시간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17분 팔라시오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팔로세비치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지만 '세징야 원맨팀'이란 이미지, 아니 공식이 분명 존재하는 대구가 다시 리드를 가져갔다. 전반 33분 빠른 역습 상황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수비수가 멀리 걷어내지 못하자, 세징야가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골문 구석으로 꽂아 넣었다. 무려 17경기 12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세징야는 빛났지만, 지난 경기부터 급격하게 무너진 수비 라인은 대구의 큰 약점이었다. 후반 4분 최영준의 감각적인 힐패스를 송민규가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가며 슈팅했고, 구성윤이 막았으나 공은 빈 골문 앞에 있는 팔라시오스에게 연결됐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스코어는 2대 2, 기세는 포항의 몫이었다.


미끄러운 그라운드를 의식한 양 팀은 이광혁, 김선민이 번갈아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결승골을 노렸다. 특히 김기동 감독은 일류첸코를 투입했고, 후반 30분 왼쪽 풀백 강상우를 오른쪽 윙어로 전진 배치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강상우 시프트는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후반 35분 강상우가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간 뒤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송민규는 정확한 타이밍이 뛰어올라 헤더 결승골을 넣었다. 강상우는 팀 사정상 풀백으로 나서고 있지만, 전역 후 2경기 만에 결승 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한 공격 본능을 뽐냈다. 송민규 역시 자기만의 시그니쳐 골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한 뒤, 팀 선배 남준재의 트레이드마크 레골라스 세리머니까지 펼치는 여유를 선보였다. 이에 비해 다급한 대구는 이진현까지 투입했지만 더 이상 골을 터지지 않았고, 최영준과 정승원의 거친 몸싸움으로 경기는 과열된 채 마무리됐다. 묘하게 비만 오면 경기력이 좋아지는 포항은 대구 상대 3무 1패를 끊고 승점 3점을 따냈고, 대구는 득점력 빈곤이 해결되니 수비력 불안이 터지며 걱정이 커져만 간다.



- 강원 2 : 3 인천 : 스트라이커 무고사가 잔류왕 DNA를 발동시켰습니다.

강원은 지난 라운드 6경기 무승을 끊고 전북을 이겼다. 기분 좋은 원정 경기 승리 이후 홈으로 돌아왔는데, 목적지는 춘천이 아닌 강릉 종합운동장이었다.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홈경기가 예정되었지만, 태풍과 장마의 여파로 잔디가 온전치 않아 결국 강릉으로 돌아왔다. (강릉 종합운동장의 잔디 역시 매우 열악했는데, 춘천의 상태는 상상이 가질 않는다.) 패스 축구를 선호하는 강원에게 아이러니하게 더 불리한 그라운드 상태였다. 김병수 감독은 교체 카드 1장을 포기하고 U22 자원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경험이 풍부한 김승대-고무열-정석화로 공격진을 꾸렸다. 중원에서도 무난한 활약을 펼친 신세계가 스리백으로 복귀했고, 신광훈이 우측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다. 강원만 만나면 약해졌던 인천(최근 10경기 1승 3무 6패)은 무고사의 국가대표 차출을 막으며 잔류의 희망을 이어갔다. (자가격리, 컨디션 조절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 무고사의 공백은 사실상 시즌 종료를 의미했다.) 아길라르와 무고사가 공격을 책임지고, 오반석-양준아-김연수으로 수비라인을 꾸렸다. 아길라르 복귀 이후 꾸준히 폼이 올라온 김도혁 역시 중원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전반전은 늘 그렇듯 차분하게 점유율을 끌어올린 강원의 흐름이었다. 강원 측면에서 김경중, 신광훈이 여러 차례 돌파를 시도했고, 후방 수비진부터 차근차근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봤다. 반면 인천은 사실상 무고사만 전방에 남겨두고 대부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위험한 흐름을 버텨냈다. 비가 내리고,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강원은 결정적인 마무리를 짓지 못했고,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났다. 한편 경기 점유율(65대 35)은 강원의 몫이었지만, 선제골은 인천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호인이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스트라이커 무고사가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기세가 오른 인천은 아길라르의 여유로운 탈압박과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노렸고, 결국 성과를 거뒀다. 후반 17분 지언학의 크로스를 무고사가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2번째 골을 터뜨렸다.


생존왕 인천의 간판 골잡이는 역시 무고사였다. 후반 20분에는 첫 번째 슈팅이 수비진을 맞고 나오자 무고사가 감각적인 힐킥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무고사는 매년(2018년 19골, 2019년 14골) 위기의 순간마다 제 몫을 해주며 강등 탈출을 이끌었기에, 최근 가파른 상승세가 반가울 따름이다. 뒤늦게 강원은 후반 20분 김지현, 후반 24분 이호인의 만회골로 단숨에 1골 차로 따라잡았지만, 인천은 필사적이었다. 송시우, 이우혁, 전역 후 복귀한 김대중까지 2실점 이후 나란히 투입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강원은 교체 투입된 조재완의 빠른 돌파와 김지현의 슈팅으로 극적인 동점을 노렸지만 경기는 그대로 인천의 승리로 끝났다. 간절한 수비로 승점 3점을 챙긴 인천은 다시 11위 수원을 3점 차로 쫓아가며 희망을 이어갔다. 반면 강원은 지난 라운드 강팀을 꺾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위권팀에 발목을 잡히며 파이널A 잔류에 적신호가 켜졌다.


 - 울산 1 : 1 광주 : 밀집수비, 빠른 역습에 또 당한 울산. 데스노트는 현재 진행 중.

김도훈 울산 감독의 데스노트에는 우승 경쟁자 전북과 함께 다크호스 광주가 있었다. 승승장구 중인 울산은 전북, 광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지난 6월 홈에서도 광주와 1대 1로 비겼기 때문이다. 특히 발 빠른 엄원상에게 실점하고 끌려다가 가까스로 비긴만큼 광주는 껄끄럽고, 반드시 이기고 싶은 팀이었다. 울산은 윤빛가람, 원두재로 중원을 안정적으로 꾸리고, 공격력이 뛰어난 측면 수비수 홍철과 김태환으로 광주를 압박했다. 최근 2경기 3골을 몰아넣으며 건재함을 보여준 득점왕 주니오 역시 선발로 출전했다. 반면 광주는 최근 2승 3무를 기록하며 자신감이 최고치다. 특히 지난 경기에선 무려 6골을 몰아넣었고, 펠리페-윌리안-엄원상의 공격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여름이 복귀한 중원에는 박정수, 두현석이 선발로 나섰고, 골문은 지난해 K리그2 베스트일레븐을 차지한 윤평국이 나섰다.


전북이 성남에게 패하며 승점차를 벌릴 기회였지만 울산은 광주에 고전했다. 특히 윙어 엄원상, 윌리안이 빠른 돌파로 공격을 이끌며 결국 콤비 플레이로 선제골까지 뽑아냈다. 전반 22분 조현우가 막아낸 공을 수비진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엄원상이 빠르게 공을 커트해 크로스로 연결했다. 골문 앞에 자리 잡은 윌리안은 가볍게 머리로 밀어 넣으며 리드를 가져왔다. 반격에 나선 울산 홍철과 김태환은 보다 공격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주니오가 상대 견제에 막히며 고전했다. 센터백 아슐마토프부터 여름, 박정수 모두 거칠게 상대와 부딪히며 울산의 반격을 막아냈다. 김도훈 감독은 전반 40분 만에 이상헌을 빼고 이동경을 투입해 빠른 시간 동점을 노렸다. 이후 후반 12분 이청용까지 빼고 비욘 존슨을 넣어 공격에 무게감을 더했다.


그리고 주니오의 집중 견제를 분산시키려는 공격수 투입은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후반 13분 김태환이 가까운 포스트를 향해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비욘존슨에게 마크가 몰린 틈을 타 주니오가 감각적으로 다이빙 헤딩으로 동점에 성공했다. 이후 후반 25분 윌리안이 김태환과의 신경전에서 불필요한 반칙을 하며 퇴장당하자 울산의 역전이 가까워 보였다. 이근호까지 투입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광주 수비진의 집중력과 윤평국의 슈퍼세이브가 돋보였다. 특히 윤평국은 종료 직전 일대일 상황에서 주니오가 슈팅한 공을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막아내며 승점 1점을 지켜냈다. 울산은 지난 맞대결과 비슷하게 밀집 수비, 빠른 역습에 고전하며 독보적인 1위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반면 광주는 전북, 상주로 이어지는 힘든 일정에 윌리안의 퇴장 공백이 뼈아프지만, 대구전 대승 이후 갈수록 짜임새가 높아지는 박진섭 감독의 지도력을 믿고 있다.


- 내 맘대로 19R 베스트 일레븐

FW 세징야 무고사 주니오

MF 송민규 김정현 강상우 엄원상

DF 유인수 연제운 이상기

GK 윤평국


- 베스트골 : 팔라시오스(포항스틸러스) VS대구FC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지만, 스틸타카 특유의 패스 플레이는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세징야의 멀티골로 1대2로 지고 있던 포항은 후반 4분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 송민규가 공을 주고 곧바로 골문으로 쇄도했고, 최영준은 대구 수비수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감각적인 힐킥으로 다시 공을 송민규에게 건네주었다. 송민규는 주저하지 않고 빠른 템포로 슈팅을 시도했고, 골키퍼 맞고 나온 공을 팔라시오스가 밀어 넣었다. 오랜만에 최전방에 나선 팔라시오스의 집중력과 위치 선정도 돋보였다. 팀플레이의 진수를 선보이며 기세가 오른 포항은 이후 송민규의 결승골까지 만들어내며 달콤한 승리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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