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100원? 고작 4,100원! 왜 스타벅스인가

[도서] 스타벅스 웨이, 조셉 미첼리

by 샘바리
최고의 기업은 원재료를 사서 브랜드를 판다.
- 워렌 버핏


한국은 명실상부한 커피의 나라다. 지난해 세계 6위 규모의 원두를 소비하고, 20세 이상 성인은 1년에 커피를 무려 353잔이나 마신다. (전 세계 평균 132잔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길거리 곳곳에 프랜차이즈 매장과 개인 카페가 넘쳐나고, 커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닌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브랜드는 역시 '스타벅스'다. 지난해 매출액이 1조 5천억 원으로 2위 투썸플레이스(2,743억 원), 이디야(2,005억 원)를 다 합쳐도 압도적이다. 1L 커피, 9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등장하며 저가 업체가 생겨나고, 오픈 초기 대기만 4시간이라는 블루보틀 같은 스페셜티 커피 업체도 들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꾸준히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벅스 웨이>는 국내,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을 5가지로 분석한 경영학 책이다.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스토어에서 마신 음료


훌륭한 브랜드는 항상 의도하는 청중과 정서적 관계를 맺는다.
그런 브랜드들은 순전히 이성적이거나 순전히 경제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친밀감, 애정,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소비자는 감성의 세계에 산다. 감정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훌륭한 브랜드는 구체적인 제품 기능과 이익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감정을 파고든다.


1999년 국내에 처음 들어온 스타벅스는 어느덧 전국 1,200개가 넘는 매장을 자랑하며 '된장녀'가 아닌 '스세권'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자판기 믹스 커피에 익숙한 당시, 명품백에 목매고 허영심 넘치는 이들을 조롱하는 수단으로 스타벅스가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핫플레이스 중심에 자리 잡고,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명소로 '스세권'(스타벅스 인근 지역 상권까지 활기를 띄는 것)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미묘한 차이의 원두 맛보다는 기력 회복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나조차도 스타벅스를 제일 먼저 찾는다. 어느정도 맛의 품질이 보장이 되고, 눈치보지 않고 무료 와이파이를 쓰면서 오랜 시간 보내도 전혀 눈치보일 게 없기 때문이다. 할인, 쿠폰 등 다양한 프로모션, 편리한 사이렌 오더, 글로벌하면서 로컬의 특색을 살리는 메뉴. 이유 있는 스타벅스의 성공의 원동력을 <스타벅스 웨이>에서 기업문화, 전략 측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1원칙 음미하고 고양하라

제2원칙 사랑받기를 사랑하라

제3원칙 공통 기반을 향해 나아가라

제4원칙 연결을 활성화하라

제5원칙 전통을 간직하면서 전통에 도전하라

축구장 크기의 세계 최대 크기의 상하이 스타벅스 매장


전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 여러 파트너들의 인터뷰 내용을 한데 모아 스타벅스의 본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그들의 본질은 당연히 커피, 더 자세히 설명하면 '커피에 대한 열정'이다. 커피를 직접 내리는 바리스타뿐 아니라 회사에 일하러 오는 모든 이들에게 커피 산업의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을 이해하고 열정을 요구한다. (이를 위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도 잘 구축되어 있다.) 아울러 스타벅스는 직원을 갑을 관계의 부하가 아닌 '파트너'로 대한다. 직원들의 행복, 근무 만족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모든 직원에게 종합 의료보험을 제공한 미국 최초의 기업이 되었다. 이들은 직원의 만족도가 결국 마주하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수준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시급 아르바이트가 카페 직원의 대다수인 한국에서도 스타벅스는 모두 4대 보험, 택시비 등이 지원되는 정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당연히 인건비 비중이 높지만 그만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건 스타벅스 성공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우리의 커피. 핵심은 지금까지도 늘 품질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우리는 최고의 원두를 윤리적으로 구매하여 세심하게 로스팅하며
커피 농가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이 모든 일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가격 동결의 비결 '사이렌 오더'. (출처 : 스타벅스 코리아)


스타벅스에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서브프라임 사태, 글로벌 점포 포화, 저가 브랜드 부상 등의 위기에 과감한 혁신을 선포하고 실제 실천에 나섰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술인력을 늘리고, 선불카드/드라이브 스루 등 다양한 신규 전략을 펼쳤다. 2014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선보인 '사이렌 오더'는 본사로 역수출될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대기하기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간편하고 빠르게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받아갈 수 있다. 실제 이런 최첨단 기술은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2014년 커피 가격을 평균 2.1% 인상한 후 5년간 스타벅스는 한국에서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 상승, 최저임금 이슈에도 정보기술을 활용해 매장 효율성을 높여서 가격 동결이 가능했다. 주문, 음료 준비 시간 절감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고 타업체와의 차별화를 이끌어냈다. 고객 편의성이 높아지고, 꾸준히 등장하는 새로운 굿즈들로 충성도는 더욱 높아간다. 연말이 되면 스티커를 부지런히 모아 다음 해 다이어리를 받아가는 것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굿즈가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스타벅스. 지갑 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출처 : 스타벅스 코리아)


저는 매장 디자인을 판단할 때 이렇게 묻곤 합니다.
오늘 밤 매장 전면에 내다 건 로고와 간판을 없앤다면 내일 그 공간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그게 스타벅스 매장임을 알아보겠는가?


조금 늦게 출근하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근처 스타벅스를 찾는다. 1번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앱을 켜고 사이렌 오더를 준비한다. (마지막 양심인지) 저지방 우유로 교체한 돌체 라떼, 텀블러로 테이크 아웃할 바닐라 더블샷을 미리 충전해둔 스타벅스 카드로 결제한다. 매장에 도착하면 사람이 북적거리지만, 알맞게 음료가 준비되어있다. 늘 그렇듯 새로 나온 머그컵을 구경하다가 빈자리에 찾아 책을 꺼내고, 출근하는 아내에게 인사를 건넨다. 매장 내 파트너들은 정신없는 바쁨 속에서도 적당한 수준의 친절과 훌륭한 수준의 음료를 제공한다. 무려 4~5천 원에 해당하는 커피 한잔이지만 의미 있는 하루를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고작 4~5천 원에 불과한 소비다. 저렴한 가격, 배달 서비스로 중국 루이싱 커피가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스타벅스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 리저브 매장의 부진 등 잡음도 들려온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마 죽기 전까지 계속 커피를 마실 것이고, 그런 일상에서 스타벅스는 현재 기준으로는 가장 훌륭한 선택지란 점이다. 상해에서 만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원두,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내음, 그리고 눈길을 빼앗는 수많은 굿즈들은 아직도 생생하니 말이다.


우리의 본질은 우리가 반복해서 하는 행동이다.
훌륭하다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 낳은 결과다.
- 아리스토텔레스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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