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라는 게 원래 존재하긴 하나요?
문득 궁금해져서 부모님께 물었다.
"두 분이 생각하기에 자녀의 성격에는 유전이랑 후천적인 요소, 어느 쪽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은 거였나.
사실 스스로 또 다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나온 질문이다.
아버지는 유전적인 요소가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어머니는 반대로 후천적인 요소가 훨씬 강한 것 같다고 답하셨다. 그 예시로 나온 게 하필 나였다.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게 나니까 당연한 거지만, 괜히 뜨끔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 너 어릴 때는 안 이랬어. 원래 엄청 발랄했는데, 크면서 많이 바뀌었지?
원래?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원래 안 이랬는데.
맞다. 원래 안 이랬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사람은 큰 일을 겪으면 변한다고들 한다. 내 인생에도 변화를 손꼽을 만한 사건이 두 번 정도 있었다. 그게 다만 어머니가 말씀하신 어릴 때가 아닐 뿐이지, 많이 변했다.
내가 그렇게 활발했다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어린 시절이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냥 그다지 상상이 가질 않아서.
가장 지쳐 있던 시절에도 분명 이렇게까지 꽁꽁 감싸려고 하진 않았는데. 지금의 나는 이야기를 하려면 다소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은 내가 말을 하면 하던 걸 멈추고 말을 듣는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시선이 나에게 닿는 게 싫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억누르는 게 습관이 됐다.
맞다. 난 겁이 많다. 예전에는 이런 것도 하고 싶고, 저런 것도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마구 떼를 썼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스스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 상태가 되어서 그런지,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건지....
-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
아버지가 가장 많이 하시는 말. 물론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은 일단 해 보고 판단하라는 둥, 대부분 나를 격려하는 말이지만, 글쎄.
내가 못하고 안 하고 싶은 걸 억지로 하고 싶진 않은데. 흔히 얘기하는 그 '원래'의 나는 이미 과거의 내 모습이고, 아무리 그 과거의 내가 발랄했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이야기를 잘했고 애교가 넘쳤더라도, 그건 지금의 내가 아닌데.
누구는 이걸 편견이라고 칭한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프고 극도로 긴장하면 토악질을 하는 걸 '네가 그렇게 미리 생각해서 그렇잖아'라는 말로 표현할 때가 있다. 꼭 편견을 깨부숴야만 할 것 같다. 변한 부분은 되돌리고 싶어하고 변하지 않은 부분은 바꾸고 싶어 한다.
그때마다 늘 생각한다. 원래... 이런 사람인 걸 어떡해.
참 요상하지. 지금의 나에 초점을 맞춰놓고 정작 정답은 과거에서 찾아 헤매고.
원래, 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영양가 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원래라는 건 대체 뭐고, 왜 나는, 사람들은, 습관처럼 이 말을 찾다가도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부정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