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말 좋은 사람이라 했다
일은 똑 부러질진 몰라도
마음은 여려서
진짜 걱정되는 사람이라고
안 그래도 되는데
스스로 낮추며 배려하는 걸 안단다
그러곤
젊고 어린 당신이 아까워요. 했다
여긴 시골이고
본인은 나이가 많은 옛사람이니
내겐 새거. 신식의 사람이 어울린다나 뭐라나
겨우 5살 차이면서.
거리가 멀어
자주 볼 수도 없단 통상적인 말과
어쩔 도리 없다는 일상의 바쁨을 조용히 쏟아낸다
감정에 깊게 휩싸이지 말라며
조언인지 걱정인지 모를 말도 했다
간밤 공자님 같던 일장연설은
곧 덮치는 파도를 모른 채
무작정 바다에 뛰어드려는 꼬마에게 경고를 준거란다.
혼남과 배려를 동시에 받는 경험이었다
'당신이 아까워요'를 몇 번이나 말했을까
'진짜 걱정돼요' 나 하지 말던가
그러더니
"혹시 모르잖아요. 다 싸들고 올라갈지..모르는 거예요."
하고 나를 달래는 그의 애씀이 안쓰러워
"됐어요. 아저씨"라고 조용히 응수해주었다.
기분이 괜찮아 보여 다행이라던 그가
오늘의 바쁨을 조심스레 보인다
내일은 시간이 맞지 않아 바래다주지 못할 수 있으니
서운해하지 말라는 당부와
언제 언제 전화한다는 약속 같은 말이 남았다.
..
대체 우린 무어냐. 물을까 싶다가
스님도 아닌 그가
걱정과 연민과 번뇌를 하는 것 같아
"네."하곤
더 멀어진 것 같은 그의 동네에서
조용히 짐을 쌌다.
..
아무도 모르는 멀리에
작지만 소중한 마음을 두어보고 싶었다
그도 나도 바쁘고 복잡하니까
가끔 진짜 편이 되어주면 되는거 아닐까 하고
편안하고 친근하고
가치관이 통하는 그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나랑 연애라도 하게요?"
하며 놀란 그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진
묘하게 자꾸만 힘이 들어간
그의 눈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
아깝다고
밀어내면서도
카톡 알람은
나만 뜬다 하고
내가 보낸 편지는
금고에 뒀다 하고
명절날 만난 삼촌처럼
좋은 것만 골라 먹이고
꼬박꼬박 바래다준
당신의 성의는 무엇일까
전화할게요. 하는
당신의 말에서
난 또 무슨 기대를 품는 걸까
'장황하다' 해버리면서도 끝까지 듣고야 마는
그의 돌봄 섞인 충고를 난 왜 기다리는 것일까
소녀같이 꿈꾼다며 타박하듯 타이르는 그에게
마음을 전하고야 만 것은 정말 실수일까
마치 탐정처럼
말과 말사이
허상을
끝내 걸러내고 말아야 하는 것일까
..
기차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