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마음

by 오아

패키지도 울고 갈 정도로 바쁜 여행을 다녀왔다.


계획과는 다르게 조금씩 어긋났고,

약간씩 실망스러웠지만

처지지 않을 정도의 상황과 기분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오랜만에 찾은 제주에서의 책방 투어는 실패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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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 사라진 것인지

우도부터 서귀포까지 가고자 했던 서점이 모두 닫혀있었다.

여행자의 감성으로 독립서점을 찾고

주인장의 취향을 잃어 내는 즐거움을 아예 뺏길 줄이야.

'자유 제주인'을 존중하지만

DM 답장도 없고, 종이 안내문하나 쓰여있지 않은 건 배려가 아무래도 부족한 것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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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좋아하는 장소를 하나씩 찾으며,

우연히 아름다움과 여유를 만나며

조금씩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던 건

여행지에서의 불면증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곤한 일정덕에

10시 11시 9시.. 꼬박꼬박 잘도 잠들었고

나쁘지 않은 수면을 채울 수 있었다.

아이는 노래하던 '갈치회'를 먹었을 때

'우리가 진짜 여행하는 것 같았다'라고 했지만


난 탁 트인 귤밭이 보이는 그 카페에서

'예민 떨며 커피를 즐겼을 때'가 여행이라 생각했다.


또 주인이 바뀌어버린 어느 셀프사진관에서

10cm는 더 커버린 아이와 촬영이 그러했고


전기자전거 뒷칸에 커다란 너를 앉히고

우도 바닷가를 시원하게 내달리던 그때가 그랬다.


몇 년 전 덥고 더운 날 걷다 지쳐 잠시 쉬던

(모기를 잔뜩 물린)

버스정거장을 다시 보았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귀에선 피가 나도록 '물고기와 공룡복원..'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지만

함께 길도 걷고 밥도 먹고 투닥거려 결국엔 좋았다.


그리고 바쁨이 찾아와 주었다.

여행을 마치자마자 당장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결국 잘 내려놓게 되었다.


젯밤 무언의 기대를 담은 누군가를 잘 지웠다.

보이지 않는 얼굴로 마음을 잘 닫아보았다.


조바심도, 용기 없는 불안도 이제는 괜찮다.

용기 없음으로 상황을 망쳐버리지 않을 수 있고

조금 더 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너무도 기대고 싶고

지금이 아니면

평생 누군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마음이 이제는 괜찮아졌나 보다.


있지도 않은 비련을 현실로 만들어

오늘을 굳이 어렵게 만들지 말자 했다.


양방통행이건

딴딴한 돌덩이건

물러터진 홍시던


무엇이든 되면 어떠나 싶다


오지 않은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그리워할 필요도 없다.


덤덤히 내 것을 지키며

진짜 사랑할 용기를 가져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