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빨리 잡아먹지만,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빨리 죽는다.
일찍 일어나면서 내 하루는 더 피곤해졌지만,
일찍 일어나면서 내 삶은 더 윤택해졌다.(정말?)
게으른 삶의 패턴에 변화를 주고자 지난주부터 기상 시간을 두 시간 앞당겼다. 직장인들이나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보기엔 여전히 한없이 늦은 기상이겠지만, 야행성 인간이자 숨 쉬는 것만 빼면 다 귀찮은 내겐 매우 큰 도전이다. 적절한 수면의 양을 확보하면서 이 기상 시간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잠드는 시간도 앞당겨야만 했다. 자연스레 하루를 보내는 방식도 바꿀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다행히도 나는 우려보다는 새 기상 시간에 잘 적응하고 있다. 물론 고작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벌써부터 안심을 할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의 삼일을 넘긴 것 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 오늘은 하마터면 못 일어날 뻔 하긴 했지만, 그런 건 흐린 눈으로 넘어가자.
여하튼 일찍 일어난 덕분인지 요새 들어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좀 많이 당황스럽다. 내가 체감하는 시간과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 다른 것을 알고 놀란 적도 여러 번이다. 예를 들면 몸이 너무 무겁고 피곤하니 "아 이제 밤 열 시쯤 됐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시계를 확인하면 겨우 일곱 시 아니면 여덟 시였다. 그러면 아직도 잠에 들 때까지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사실에 절로 탄식을 하게 된다. 적어도 그 비는 시간에 하염없이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만 할 수는 없으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도 받는다.
뭐 덕분에 조금은 삶의 질이 약간 오른 기분이다. 이 패턴이 얼마나 지속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의 습관을 만들려면 적어도 두 달은 지속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음 솔직히 말하자면 한 달만 잘 유지해도 완전히 감사할 것 같다. 일단은 당장 내일 아침부터 다시 일어날 수 있어야 할 텐데. 흑, 사실 그냥 자고 싶다...
POD 에세이 퇴고를 마쳤다. 이 후기에 대해서는 다음 브런치 글에서 본격적으로 써보려고 한다. 절대로 지금 쓰기가 귀찮아서 미루는 게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음... 그래 아닐 것이다.
에세이도 완료했겠다, 이제는 새로운 글 프로젝트를 찾아야 할 차례. 위에서 언급했듯이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늘었겠다, 이번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간신히 올리던 브런치 연재(?) 횟수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도를 닦는 수도승의 마음으로 몸가짐을 깔끔히 한 뒤 처음 보는 깔끔하고 조용한 카페에 찾아갔다.
적당히 낮은 조도, 집중력을 자극하는 은은한 음악, 맛은 평범하지만 카페인 함량은 적당한 아이스커피 한 잔,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100% 충전된 노트북. 모든 준비는 완벽하다. 다른 손님도 없다. 스마트폰도 가방 안에 치워놨다. 방해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열심히 손가락을 두드리자.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는 만족감에 취하면서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헉!!"
아무래도 어제 팔뚝살 운동을 너무 무리해서 했나 보다. 날개처럼 자라나 있는 지방덩어리들을 없애겠다고 열심히 쇠질을 했더니 팔이 얼얼하니 힘이 안 들어간다. 아 안 되겠어, 오늘은 아무래도 글을 쓸 날이 아닌가 봐. 팔을 못 움직이는데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여.
그래. 설렁설렁 하긴 했어도 퇴고한다고 고생(?)도 많이 했겠다, 이번 주는 이 정도만 하자. 그래도 되겠지. 암암, 그러면 되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