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에 대한 어른동화
옛날 옛날에 도토리 산이 있었어요. 그 산 꼭대기에는 큰 도토리나무가 있었어요. 모든 다람쥐들이 다 그 나무를 향해 가는 꿈을 꾸었어요. 그 나무에 가까이 가는 다람쥐들을 모두 부러워했고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달렸죠.
그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엄청 멀고 험했어요. 많은 다람쥐들이 많은 희생 끝에야 그곳에 이르러 풍족한 행복을 누렸죠. 그곳에 갈 수 있는 다람쥐는 100년에 10마리 정도였죠. 아래에 있는 다람쥐들은 각자 쉬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어떤 다람쥐는 포기하고 주변에 조그만 도토리를 주워 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어떤 다람쥐는 달리기를 포기해 버리고 저 산 꼭대기에 보이는 큰 도토리나무에는 도토리가 열리지 않아!라고 외치고 다녔죠.
그러던 어느 날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진 정상으로 널찍한 고속도로가 완공되었어요. Highway 91으로 명명된 이 고속도로에는 중간중간 휴게소도 많아 힘들게 도토리를 주우면서 달리지 않아도 되었고, 훨씬 빠른 속도로 도토리나무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죠. 다람쥐들은 훨씬 여유롭게 그 큰길을 달려갔어요. 천천히 가도 옛날 길보다는 금방 큰 도토리나무에 다다를 수 있었죠. 대부분의 다람쥐들이 그 길에만 오르면 금방 큰 도토리나무에 다다를 수 있었죠.
많은 다람쥐 중 걱정 다람쥐라는 슈퍼 다람쥐가 있었어요. 슈퍼 다람쥐는 달리기도 빨라서 다른 다람쥐들의 두 배의 속도로 달릴 수 있었고, 도토리를 반만 먹어도 달릴 수 있었어요. 모두 걱정 다람쥐를 부러워했어요. 어느 날 걱정 다람쥐는 십자가 모양의 큰길을 보고 의아해했어요. 왜 이렇게 쉬운 길로 다니지? 아무나 다 다니는 이런 길로? 이런 길보다는 힘들게 꼭대기까지 도착해야 도토리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 난 슈퍼 다람쥐니까 다른 길로 달려갈래.
걱정 다람쥐는 큰길에서 벗어나 숲길을 달려갔어요. 옛날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기 전에 있었던 길이라 더 이상 다람쥐들이 달리지 않아 숲이 우거지고, 길가에 도토리도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걱정 도토리는 엄청나게 길을 잘 헤쳐나갔어요. 조금만 먹고도 멀리멀리 달릴 수 있는 슈퍼 다람쥐라 훨씬 앞서 달려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게으르고 자기보다 달리기도 못했던 다람쥐들이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걱정 다람쥐보다 앞서 달리고 있었어요. 못난 다람쥐들이 자기보다 앞서 달리고 있어서 걱정 다람쥐는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난 쟤네보다 더 힘들게, 더 조금 먹으면서 달렸는데 왜? 왜? 게다가 잘난 다람쥐들은 이미 까마득히 멀어져 가고 있었어요. 난 슈퍼 다람쥐인데...... 쟤네보다 잘 달리고 쟤네보다 더 잘 숲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데.. 그렇지만 고속도로가 뚫린 이후로 숲길을 헤쳐나가는 기술은 이미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술이었어요.
많은 친구들이 고속도로로 같이 가자고 소리쳤어요. 이쪽으로 와~ 여기는 편하고 도토리도 많아. 거기는 도토리도 별로 없고 힘든 길이야. 그렇지만 걱정 다람쥐는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봤어요. 내 힘으로 개척한 길. 남들이 다 만들어놓은 길 다닐 때 내 힘으로 개척한 길. 이 길을 버리고 고속도로로 들어가 버리면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은 뭔가. 그런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절대로 절대로 저 고속도로로 들어갈 수는 없어. 난 이 길을 끝까지 갈 거야. 휴게소 없으면 어때? 여기도 도토리는 있다고!
그렇게 얼마간을 더 가다가 걱정 다람쥐는 배고픔과 계속된 숲을 헤쳐가는 작업으로 지쳐버렸어요. 이제 걸을 힘도 없고, 도토리도 없고. 그런 걱정 다람쥐를 보고 고속도로에 있던 착한 다람쥐들이 깜짝 놀라 내려와서 도토리도 주고 걷도록 도와주고 같이 고속도로로 가자고 했어요.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슈퍼 다람쥐가 이런 숲길에 지쳐있다는 것에 착한 다람쥐들은 너무나도 놀랐어요.
"난 안 갈 거야. 난 내 길을 잘 가고 있었다고! 너도 이 길을 따라와. 내 길은 힘들지만 아름답고 멋진 오솔길이라고!"
착한 다람쥐들은 걱정 다람쥐에게 힘을 보태기로 했어요. 같이 길을 내고, 도토리를 주워오고, 걱정 다람쥐는 자기 길을 도와주는 다람쥐들이 있어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그런데 그 다람쥐들은 곧 지쳐갔어요.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고속도로만 달리던 다람쥐들이 숲길을 헤쳐가는 건 무리였을까요? 걱정 다람쥐는 다 잘할 수 있는 슈퍼 다람쥐인데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보통 다람쥐들이 그 길을 헤쳐나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어요. 도토리를 10개씩 먹고 편한 길로만 달리던 다람쥐들은 걱정 다람쥐가 쉬고 있는 동안 5개씩만 먹고 힘들게 길을 만들면서 가는 삶이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다들 걱정 다람쥐를 사랑하고 도와주고 싶었지만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다들 결국 걱정 다람쥐를 남겨놓고 고속도로로 돌아가버렸죠.
그러던 중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에서 쉬고 있던 곰 다람쥐가 길 옆에서 힘들어 울고 있던 걱정 다람쥐를 발견했어요. 다람신께서는 걱정 다람쥐가 너무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곰 다람쥐를 보내서 고속도로로 끌고 오라고 했어요. 설마 이 좋은 91번 고속도로로 안 오기야 하겠어? 그러면서 곰 다람쥐는 의기양양하게 걱정 다람쥐에게 내려갔어요.
"걱정 다람쥐야, 저기 고속도로가 있어. 같이 가자. 저기는 달리기도 쉽고 네가 달리는 100미터마다 도토리 휴게소도 있어. 여기는 500미터를 달려도 도토리가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숲이잖아. 올라가서 같이 가자."
걱정 다람쥐는 어이가 없었어요. 뭐 이런 곰팅이 같은 다람쥐가 다 있어? 누가 고속도로 있는 거 모르나? 100미터마다 휴게소가 있는지는 몰랐지만 휴게소가 잘 갖춰져 있다고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고. 그리고 여기도 꽤 괜찮아. 난 도토리를 20개나 모아 놨고, 이제 난 숲길을 헤쳐나가는데 꽤나 익숙하다고! 네가 이 숲을 알기나 해?
곰 다람쥐는 어리둥절해서 쳐다봤어요. 왜 안 가지? 저기가 좋은데.. 이 숲도 좋나? 힘들어 보이는데.. 91번 고속도로는 현재 이 산 최고의 고속도로이고 저 길 아니면 큰 도토리나무로 갈 방법도 없을 텐데. 왜 여기 있지?
걱정 다람쥐는 멍청한 곰 다람쥐 같으니라고 하면서 보란 듯이 능숙하게 숲길을 헤쳐 갔어요.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의 능숙한 낫질 솜씨에 넋을 잃고 바라봤어요. 우와. 저 솜씨면 고속도로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어도 다 헤쳐나갈 수 있겠다. 게다가 5개만 먹고도 200미터를 달릴 수 있는 슈퍼 다람쥐라니! 고속도로에 데려다 놓으면 나보다도 훨씬 빨리 뛰겠다. 대단해. 멋져.
곰 다람쥐는 또 걱정 다람쥐에게 말했어요.
"우와 멋지다. 우리 고속도로에서 같이 달리면 엄청 잘 달릴 것 같아. 난 10개 먹고 150미터 정도 달리지만, 도토리는 얼마든지 있고 걱정 다람쥐가 조금만 천천히 달리면 우리 같이 달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난 고속도로로 와서 체력도 비축해 놓았거든. 올라가서 같이 가자. 네가 지금 좀 지쳐있지만 도토리 휴게실 가서 가락국수 한 그릇 하고 도토리 묵무침 먹으면 다시 힘이 날 거야."
걱정 다람쥐는 미련 곰팅이 같은 곰 다람쥐가 또 어이가 없었어요.
"누가 모르냐고! 난 이 길을 25년간 헤쳐왔고 이렇게 멋진 길이 되었잖아! 난 이 길을 갈 거라고!"
"응? 이 길? 작은데?"
"죽을래? 내가 어떻게 만든 길인데, 아름다운 오솔길이잖아!"
"응? 난 몸이 커서 이 작은 오솔길로는 잘 못 걷는데.."
"야 그럼 네가 맞추든가 저리 가! 왜 같이 가겠다고 난리야?"
"응? 웅.... 그게 아니고.. 저기 가서 같이 달리면 너도 더 빨리 가고 나도 너랑 더 재밌게 달리.."
"아 됐다니까!"
"응? 웅... 왜 그러지?;;; 웅...."
영문을 모르던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가 또 능숙하게 숲을 헤쳐나가는 것을 지켜봤어요. 걱정 다람쥐는 엄청 힘들었지만 멍청한 곰 다람쥐 앞에서 힘든 모습을 보일 수 없어 낫질을 하면서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고고한 표정을 유지했어요. 곰 다람쥐는 참 이상했어요. 왜 낫질을 하는데 옷매무새를 가다듬지? 왜 낫질을 하는데 안 힘든 표정을 하지? 땀나는데... 그러다가 그것까지 물어보면 낫으로 맞을까봐 그냥 뒤에서 쳐다보고만 있었어요.
"그렇게 쳐다만 볼 거면 저리 가!"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의 모습에 반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럼 나 갈께.. 하고 돌아서려고 했는데,
"야 어디가! 뭐야 이 멍청한 곰돌이. 진짜 멍청하잖아! 와서 낫 들어!"
하고 걱정 다람쥐가 소리쳤어요. 곰 다람쥐는 또 어리둥절해서 낫을 들고 낑낑거리면서 베기 시작했어요. 고속도로 다람쥐라 어설프게 낫질을 해 대는 것을 보고 걱정 다람쥐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어요.
"야 이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이렇게 베라고 이렇게!"
곰 다람쥐는 고속도로에서 잘 달리는 다람쥐로 소문이 났었는데, 걱정 다람쥐한테 혼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어... 음... 아... 나 원래 잘하는데..."
"잘하긴 뭘 잘해? 잘하는 게 하나도 없잖아!"
"나 고속도로에서는 잘 달려..."
"여긴 숲이라고! 숲! 낫질하는 거 안 보여?!"
"그런데 왜 고속도로 놔두고 자꾸 숲으로 달려?"
"아휴 이 멍청 곰아! 여기가 예쁘고 아담하고 분위기 있는 숲길이라니까!"
"그렇지만 고속도로는 네가 좋아하는 거 다 있는데? 네가 안 만들어도 예쁘고 아담한 쉼터도 있고, 분위기 있는 식당도 있고, 널찍한 길도 있는데?"
"그건 비싸잖아!"
"응? 돈 벌기도 쉬워. 나 고속도로에선 잘 나가는 다람쥐라 돈도 잘 벌어."
"그래도 여긴 공짜라고!"
"힘들잖아.."
"자꾸 말대답할래? 낫질도 못하는 게!"
"응?... 웅... 낫질은 잘 못하기는 해.... 웅..."
"멍청한 곰 다람쥐 같으니라고.."
"웅....."
곰 다람쥐는 낫질을 좀 하는가 싶더니 곧 울상이 되어 주저앉아버렸어요. 난생처음 이렇게 혼나 보는 거라 정신이 없었어요.
"나 칭찬해주면서 하면 안 돼? 나 칭찬해주면 잘하는 곰 다람쥐인데.."
"놀고 있네. 여긴 숲이라니까!"
"숲에서는 그러면 안돼?"
"숲에서 칭찬해주는 사람이 어딨어? 나 혼자 달려가는 거라고!"
"그럼 같이 고속도로 가자, 여기 같이 다니기 너무 좁고 힘들어. 저기 가면 훨씬 더 빨리 큰 도토리나무에 갈 수 있다니까. 나랑 같이 가자, 응?"
걱정 다람쥐는 너무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왜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길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하는 거지? 눈에 보이는 게 다인가?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가? 이건 바보인가? 내가 이 길을 얼마나 갈고닦았는데, 이 길을 포기하라니. 내 추억과 내 노력이 담긴 길인데. 갑자기 낯선 고속도로로 달리라니. 거긴 재미도 없고 낭만도 없을 거라고.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가 너무너무 좋아서 같이 있었지만 그래도 고속도로가 너무나도 그리웠어요. 저렇게 널찍하고 100미터마다 휴게소도 있는 저 화려한 길을 왜 같이 안 가겠다는 건지.
그래서 곰 다람쥐는 그냥 주저앉아 버렸어요. 그리고 고속도로 얘기만 매일매일 했어요. 얼마나 좋은 곳인지, 얼마나 편한 곳인지. 걱정 다람쥐는 너무너무 짜증이 나는 그 대화에 화가 나곤 했지만 같이 놀 다람쥐라고는 이 곰팅이 밖에 없어서 그냥 듣곤 했어요.
매일같이 곰 다람쥐가 달래고, 구슬리고, 혼내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 다람쥐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보면 좋은 게 있으려나? 있으니까 얘가 이러는 거겠지? 다들 좋다고 하긴 했는데. 아냐 그래도 나의 이 예쁜 길을 포기할 수는 없어. 하루만 손을 놓으면 다시 우거져서 숲으로 돌아가버릴 거야. 내 힘들었던 25년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곰 다람쥐는 이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부탁했어요. 한 번만, 한나절만 올라갔다가 오자고. 다시 데려다주겠다고. 한나절이면 이 길이 망가지지는 않겠지만 걱정 다람쥐는 처음 가보는 고속도로가 너무너무 두렵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되어 가기가 너무너무 싫었어요.
곰 다람쥐는 이제 며칠 후면 휴가를 마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할 거라고 하면서 나 올라가야 해.. 라고 우울하게 얘기했어요.
"같이 가자. 내가 도토리 많이 줄게."
걱정 다람쥐는 다시 또 걱정하기 시작했어요.
한참을 고민하던 걱정 다람쥐는 그동안 말로만 듣고 한 번도 못 가봤던 91번 고속도로에 한번 가 보기로 했어요. 지금 이 숲길도 너무너무 좋지만, 너무 힘들기도 하고 숲 속 다람쥐들은 다들 힘든 삶을 사느라 따듯한 말 한번 안 해줬었는데, 고속도로 다람쥐들은 꽤나 여유 있어 보이고 좋은 말도 많이 해 줬어요. 이런 다람쥐들이 있는 곳이라면 한 번쯤 가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항상 거친 숲 속을 헤쳐오던 걱정 다람쥐는 언제나 떠날 준비를 위한 큼직한 배낭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모아 온 도토리들을 한껏 짊어지고, 옷하고 낫 등을 챙겨 들고 고속도로에 갈 채비를 했어요. 물끄러미 지켜보던 곰 다람쥐가 물었어요.
“뭐 도와줄 것 없어? 내가 들어줄까?”
“아냐 다 했어. 여기 두둑한 도토리들 보이지? 내가 다 모은 거라고. 그리고 이 낫은 내 생명과도 같아. 이 낫으로 이 힘든 숲길을 다 헤쳐왔다고!”
“음.. 그런데, 여기서 고속도로까지는 100미터도 안돼. 도토리는 10개만 있으면 될 텐데? 가면 도토리 엄청 많아.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낫은 어디다 쓰게?”
“못 들었어? 이 낫은 내 생명과도 같다니까? 제일 중요한 도구이자 무기라고! 게다가 이 아까운 도토리를 버리라는 거야 뭐야?”
“응? 웅… 도토리 무겁잖아. 필요 없는데.. 그리고 낫도..”
“네가 도토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나 해? 그리도 이 낫도, 네가 이 낫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 줄 알아?”
“아 그런가? 웅… 고속도로에는 도토리가 많아. 웅… 근데 너한테 소중한 거니까…… 웅…... 그런데 필요한 건 아닌데…”
“멍청한 곰 다람쥐 같으니라고! 앞장서!”
“웅…… 그래… 가자 이제..”
곰 다람쥐와 걱정 다람쥐는 얼마간 숲길을 지나 고속도로로 올라왔어요. 걱정 다람쥐가 들고 있던 큰 배낭은 엄청나게 무거워 보였지만 걱정 다람쥐는 슈퍼 다람쥐답게 능숙하게 배낭을 메고 길을 따라갔어요. 곰 다람쥐는 100미터 밖에 안 된다며 미리 도토리 10개를 뱃속에 넣어놓고 배를 두드리며 앞으로 걸어갔어요.
“자 여기가 고속도로 휴게소야. 저 수레가 내가 끌고 다니는 수레고.”
곰 다람쥐는 자신의 전부가 담긴 수레를 가리키며 으쓱하며 말했어요.
“수레? 수레가 뭔데?”
“응? 고속도로에서는 길이 좋으니까 바퀴가 달린 수레를 끌고 다녀. 배낭은 무겁잖아.”
“그렇지만 수레는 숲 속에 못 들어가잖아?”
“응. 그런데 숲 속에 들어갈 일이 없으니까…”
“야 너네는 어떻게 준비도 안 하고 사냐? 걱정도 안 돼? 갑자기 고속도로가 끊겨있거나 하면 어떻게 해? 큰 도토리나무에 안 갈 거야?”
“아 저 고속도로는 엄청 튼튼해. 다람신님이 직접 설계 시공하셨다고. 절대로 끊겨있거나 눈비가 와도 무너지는 일이 없다고.”
“이런 속 편한 다람쥐들을 봤나. 언제나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숲 속에서 안 살아본 것들이 어떻게 알겠어?”
“웅… 자 그럼 휴게실에 왔으니까 가락국수 하고 도토리 묵무침부터 먹자. 내가 낼게.”
걱정 다람쥐는 난생처음 보는 맛있는 요리에 마음을 좀 열고 쉬기로 했어요. 그동안 숲에서 힘들었던 하루하루에 비하면 여기 다람쥐들은 참 쉽게 살았구나 싶었어요. 그러니 배가 나오지…
자 여기 내 수레에 네 배낭도 실어. 이제 한숨 잘 준비를 해볼까?
곰 다람쥐는 자기 수레에서 텐트를 꺼냈어요. 다람쥐 한 마리 정도 들어가는 텐트가 순식간에 펼쳐졌어요. 곰 다람쥐는 능숙하게 그 앞에 있는 휴게실 가스버너에 스위치를 넣었어요. 숲 속 모닥불에서는 한참이나 기다려야 올라오던 따듯한 온기가 배부르고 나른한 몸을 확 휘감았어요.
“그런데 난 어디서 자? 텐트는 다람쥐 한 마리 용인데?” 걱정 다람쥐는 걱정이 되어서 물었어요.
“아, 오늘은 내가 밖에서 잘게. 내일은 텐트 사러 가자.”
“응 그럼 이 수레에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응 이건 내 수레고, 오늘만 네 배낭 맡아 준거야. 내일 네 수레도 사야지.”
“나 돈 없어.”
“응? 웅…… 웅……. 아 그런 문제가 있구나……”
이런 미련 곰팅이. 걱정 다람쥐는 뭐 이런 아무 생각 없는 다람쥐가 다 있나 라는 생각에 한숨이 푹 나왔어요.
“그럼 돈 없이 어떻게 할 건데? 날 숲 속에서 데려왔으면 그 정도 준비는 해 놨어야 할 것 아냐? 나 그럼 내일 숲으로 돌아 갈래.”
“응? 아냐 아냐. 내가 그러면 수레도 사주고 텐트도 사 줄게. 내 것 조금 팔면 될 거야. 나는 곰 다람쥐라 도토리 말고 꿀단지도 있어. 이거 비싼 꿀단지인데 이거 팔면 다 살 수 있을 거야.”
“그럼 그다음엔? 난 어떻게 살아?”
“너도 고속도로 주변 상점에서 일하면 돼”
“응? 일하라는 말은 없었잖아! 난 숲에서 한 번도 일 안 하고 살았다고!”
“아, 고속도로에서는 모든 다람쥐들이 다 일을 해. 그래도 네가 숲에서 하던 일보다는 훨씬 쉬워. 계산 도와주는 건데, 금방 배워서 할 수 있을 거야. 너는 슈퍼 다람쥐니까.”
“난 낫질을 제일 잘하는데?”
“여기서는 낫질은 필요 없어.”
“그럼 내가 제일 잘하는 거 안 하고 계산이나 하라고? 슈퍼 다람쥐를 뭘로 보는 거야?!”
“응? 계산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나중에 돈도 벌고 도토리도 많이 사고, 수레도 좋은 거 사고, 그리고 계산 실력이 많이 늘면 다른 다람쥐들 가르칠 수도 있고 회계사도 되고 너만의 가게도 가질 수 있어.”
“야! 난 낫질을 제일 잘한다니까! 언제 계산 공부해서 그걸 하고 있어! 난 잘하는 게 있다고!”
“아니 숲에서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들이야. 더 편하고 맛있는 것도 많아.”
“야! 난 슈퍼 다람쥐라고! 낫질을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슈퍼 다람쥐야! 너 나보다 낫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그러면 날 존경하라고!”
“응 존경해. 멋있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여기서는 낫질 안 해. 너 계산 공부하면 훨씬 더 편하게 잘 살 수 있을 거야.”
“이런 멍청한 곰아. 나를 존경하면 내가 낫질을 잘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어야지 왜 나한테 계산을 시켜?!”
“웅… 웅… 그게… 그건 힘들고…. 여기로 가면 큰 도토리나무에도 더 빨리 갈 수 있고…”
“어휴 맨날 그 큰 도토리나무 얘기. 난 낫질을 잘한다고!”
“응... 알겠어… 나도 그런 모습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 웅……. 정말 멋있어…… 역시 슈퍼 다람쥐야.”
“그렇지? 그럼 자자!”
걱정 다람쥐는 곰 다람쥐가 얼마나 자기를 멋지다고 생각하는지를 확인하고 텐트에 들어가서 잠자리에 들었어요. 그리고는 내일이면 다시 숲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낫질을 얼마나 잘하는데.’ 걱정 다람쥐는 바보 같은 다람쥐들이 가득한 고속도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자 곰 다람쥐는 또 능숙하게 텐트를 접고 아침 도토리를 준비했어요. 그리고 수레에 짐을 다 싣고 다시 떠날 준비를 했어요. 수레 맨 꼭대기에는 걱정 다람쥐의 배낭도 얹었어요. 걱정 다람쥐는 아침이 밝자마자 숲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은 아침 도토리에 하루쯤 더 머물러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분이 좋아진 걱정 다람쥐는 고속도로를 한번 뛰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걱정 다람쥐의 큰 배낭을 얹은 큰 수레를 낑낑거리고 끌고 가는 곰 다람쥐는 짐짓 안 힘든 척을 하며 걱정 다람쥐에게 내가 다 짐을 들고 갈 테니 먼저 달려가라는 뜻으로 손으로 빨리 가라는 시늉을 했어요. 걱정 다람쥐는 오랜만에 슈퍼 다람쥐의 질주 본능을 만끽하며 달릴 생각을 하니 신이 났어요. 혼자서 속으로 구령을 세며 준비, 발사! 걱정 다람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려갔어요. 평화롭게 도토리 차를 즐기던 주변 다람쥐들은 다들 놀라움에 쳐다봤어요. 아침부터 저런 속도를 낼 수 있다니. 으쓱해진 걱정 다람쥐는 다리의 근육 하나하나가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으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음질쳤어요. 어느덧 낯선 동네에 도착했을 때 문득 걱정 다람쥐는 뒤에는 곰 다람쥐의 수레도 보이지 않은지가 한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혼자라는 생각에 걱정이 되어서 그 자리에서 곰 다람쥐를 좀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모르는 다람쥐들로 가득한 마을가의 고속도로에서 혼자 심심하게 앉아 곰 다람쥐를 기다리려니 좀 화가 나기도 했어요. 뭐야, 왜 이렇게 느린 거야? 고속도로에서는 잘 달리는 다람쥐라며! 한 두어 시간이 지나 저 뒤쪽 언덕 꼭대기에 곰 다람쥐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나타났어요. 뒤에는 큰 수레를 끌고.
“야! 왜 이제와! 난 두 시간이나 기다렸잖아! 아니, 이제 세 시간이네.”
“아우.. 네 배낭 너무 무거워. 이 낫 하고 도토리 좀 버리면 안 돼?”
“안돼! 그건 내 목숨과도 같은 거라고! 소중한 거야!”
“헉헉.. 그러면 네가 이거 끄는 것 좀 도와줘.”
“뭐야 그 수레는 네꺼고, 그 수레는 다람쥐 한 마리 크기잖아. 내가 같이 끌고 갈 수도 없다고. 내가 네 수레를 다 끌어주기를 바라는 거야?”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네 수레를 새로 사면 될까?”
“뭐야 나 혼자 가라고? 같이 달리자고 온 거 아니었어?”
“응? 웅… 그럼 어쩌지?”
“바보냐? 두 다람쥐가 끌 수 있는 커플 수레를 사면 되잖아!”
“응? 그거? 그건 비싸고 무거운데, 네가 숲 속으로 돌아가버리면 난 어떻게 해?”
“야! 뭐 어쩌라는 거야. 숲 속으로 가지도 말라고 하고, 수레도, 텐트도 하나 짜리고, 나보고 어쩌라고!”
“웅… 이 수레랑 텐트 좋은 건데…”
“뭐야 다 네꺼잖아. 내 자리는 없잖아.”
“웅… 웅… 그러면 팔아서 두 개짜리 살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오자고 했잖아!”
“아… 웅… 그래 웅… 아까운데…”
“으이구, 이런 곰팅이를 믿고 내가 숲을 떠나는 게 아닌데…”
“그럼 숲에 안 돌아갈꺼야? 내가 이인용 사면?”
“넌 그걸 지금 프러포즈하고 하는 거니?”
“응? 아니 물어보는 거야… 사기 전에 확인하려고.”
“그럼 제대로 프러포즈를 하든가!”
문득 두 다람쥐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어요. 응? 프러포즈? 그 말을 내뱉은 걱정 다람쥐도, 그 말을 들은 곰 다람쥐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난 그냥 고속도로에 와본 것뿐인데. 난 그냥 고속도로에 데려와 봤을 뿐인데. 프러포즈? 응? 그건 뭐 하는 거지?
곰 다람쥐는 갑자기 수레를 내려놓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가 고속도로에서 잘 정착해서 더 이상 숲에 돌아가지 않고 걸어가기를 바랐어요. 그렇지만 곰 다람쥐는 한 번도 두 다람쥐를 위한 수레를 사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도 자기 수레를 사서 같이 끌고 갈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자기 수레를 같이 끌어야 한다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걱정 다람쥐는 곰 다람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요. 숲에서 데리고 나올 때는 하루면 다시 돌려보내 줄 것 같더니, 곰 다람쥐가 틈만 나면 돌아가지 말라고 하고, 도토리도 많이 많이 주었어요. 그러면 내 자리를 마련해 주든가. 숲 다람쥐로 살아온 걱정 다람쥐는 고속도로에 살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어요.
한참을 고민하다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에게 물었어요.
“나랑 그럼 같이 갈래?”
걱정 다람쥐는 또 어이가 없었어요. 자기가 같이 가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갈꺼냐니…
“같이 가자고 해서 왔잖아.”
곰 다람쥐는 처음으로 걱정을 시작했어요. 내가 가진 꿀단지 다 팔고, 일을 좀 열심히 하면 이인용 수레랑 텐트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야. 그러면 걱정 다람쥐는 슈퍼 다람쥐니까 우리 수레를 엄청 잘 끌어주겠지? 그런데 내가 못 맞추면 어떻게 하지? 걱정 다람쥐한테 천천히 가자고 해야 할 텐데. 걱정 다람쥐가 천천히 가 줄까?
“나랑 속도 맞춰서 천천히 가 줄 거야?”
“야!!!! 고속도로에서 빨리 뛰게 해 준다며!!”
“응? 그건 혼자 뛸 때고… 같이 뛰려면… 내 발걸음이 못 따라갈 텐데…”
“야!! 네가 고속도로에서 빨리 뛰게 해 준다 그랬잖아.”
“그렇지만 그러면 너 혼자 가야 해.”
“나 숲에 갈래.”
“그건 안돼. 여기가 더 좋은 곳이야.”
“여기가 뭐가 좋아! 난 혼자 만들던 예쁜 길이 있다고! 난 그 길이 좋았어! 여기에는 왜 데리고 온 거야!”
“여기로 가야 큰 도토리나무에 빨리 쉽게 갈 수 있어. 거기 가면 도토리가 넘쳐나고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너도 거기에 가려고 숲길을 달려온 거잖아.”
“그렇지만 난 여기를 달릴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잖아. 너도 나랑 달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고.”
곰 다람쥐는 혼란스러웠어요.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해보고 혼자 잘 달려왔던 곰 다람쥐는 누군가와 내 수레를 같이 끈다는 것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어요. 워낙 수레를 혼자 잘 끄는 다람쥐라 다른 친구 다람쥐들은 곰 다람쥐의 속도에 맞춰 따라오지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슈퍼 다람쥐를 만난 지금 곰 다람쥐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럼 내가 수레를 바꿀게. 너도 조금만 천천히 달려줘. 넌 혼자는 잘 달리지만 수레를 같이 끌면서 달리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네가 숲에 돌아가지 못하게 하니까 이렇잖아. 나 돌아 갈래. 잘 있어.”
“아니야 아니야. 우리 둘이 며칠만 같이 끌어보자. 내일 아침이 밝은 대로 내가 수레랑 텐트 팔고, 꿀단지도 팔고 우리 둘이 같이 끌고, 잘 수 있도록 바꿀게. 어차피 네가 다시 숲으로 가도 수레랑 텐트 다시 팔면 나 혼자 끌 수 있는 수레랑 텐트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야. 꿀단지는 다시 못 사겠지만. 그래도 괜찮으니까. 내일부터 같이 끌어보자.”
“나 재미없으면 다시 돌아갈 거야.”
“응 그래 재밌게 달려보자.”
곰 다람쥐는 고속도로 온 이후로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는 걱정 다람쥐의 도토리와 낫을 내려놓고, 텐트를 꺼내 또 오늘 밤 잘 곳을 만들었어요. 오늘도 휴게소 가스버너에 불도 피워 따듯하게 잘 수 있도록 했어요. 걱정 다람쥐는 귀찮다는 듯이 텐트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어요. 숲에 있었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도대체 여기는 왜 오라고 한 거야? 걱정 다람쥐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았지만, 낮에 전속력으로 달렸을 때 느꼈던 스릴과 흥분감을 생각하면서 다리 근육의 노곤한 피로감에 젖어 잠이 들었어요.
밖의 버너 옆에서 곰 다람쥐는 누워서 패닉에 빠졌어요. 처음에 걱정 다람쥐를 데려오라고 보냈던 다람신님한테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어요.
“다람신님. 왜 저를 걱정 다람쥐한테 보내셨어요? 저는 이제 어떻게 달려요? 걱정 다람쥐는 슈퍼 다람쥐잖아요. 어떻게 같이 달려요? 제 수레에 지금까지 최소한의 짐만 담아서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이제 걱정 다람쥐랑 같이 달리려면 힘들지 않을까요? 어떻게 같이 달려요?”
다람신님은 다 알고 계셨다는 듯이 말씀하셨어요.
“내일 아침에 수레 새로 사고 달려봐. 내가 좋은 수레 하고 텐트 싸게 파는 수레 샵 소개해 줄게. 32번 출구 앞에 가면 좋은 가게가 있을 거야. 내가 내일 아침에 다람쥐 두 마리가 간다고 얘기해 놓으마. 너희는 뭐 그리 걱정이 많니?”
“네? 저 친구가 걱정 다람쥐고 저는 곰 다람쥐인데요?”
“어휴 미련 곰 다람쥐 같으니라고. 이만 자라.”
“네”
다음날 아침.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를 깨워서 32번 출구 앞에 있는 수레 샵에서 좋은 가격으로 새 2인용 수레와 텐트를 바꿔서 나왔어요. 이제는 야외 취침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문득 안도감이 들었어요. 짐을 옮겨 싣고 곰 다람쥐는 걱정 다람쥐에게 수레 끄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어요.
“자 이 수레는 여기 앞부분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브레이크야. 달리기 전에는 이 브레이크를…”
“이야아아앗~!!!! 뭐야 이거 안 움직이잖아! 이거 뭐 이래!”
“그러니까 이 브레이크를 풀고”
“응 이렇게? 앞으로 당겨? 이렇게?”
“아니 앞으로 밀어”
“이렇게? 꺄악~~~~ 쿵”
있는 힘껏 힘을 주고 있던 슈퍼 다람쥐 걱정 다람쥐는 브레이크가 풀리자마자 균형을 잃고 앞으로 튀어나가다 넘어지고 말았어요. 뒤에 있던 짐들은 와르르 쏟아지고 걱정 다람쥐는 무릎과 팔에 멍이 들고 말았어요.
“괜찮아? 아프지?”
“아 아파…… 흑…… 저거 왜 저래?”
“응, 시작하기 전에 브레이크를 먼저 풀고 힘을 주기 시작해야 하는 거야 천천히.”
“그럼 미리 말해줘야지!”
“응 말해주려고 했는데..”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걱정 다람쥐는 수레 안에 쏜살같이 달려가서 서 있었어요.
“브레이크를 이렇게 밀고, 천천히 앞으로, 이렇게.. 와 간다~!!”
곰 다람쥐는 고속도로에 사는 모든 다람쥐들이 5살 때부터 하는 수레 끌기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걱정 다람쥐를 보면서 웬일인지 마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 곰 다람쥐야! 이거 무거워 같이 끌어.”
“응?”
곰 다람쥐는 깜짝 놀랐어요. 슈퍼 다람쥐가 무겁다니. 같이 끌자니. 도토리 5개만 먹고도 200미터를 달리는 슈퍼 다람쥐인데.
“응? 어, 그 그래..”
곰 다람쥐는 쏟아진 짐들을 다시 싣고 왼쪽 운전석에 서서 걱정 다람쥐를 바라봤어요.
“뭐해? 빨리 끌어.”
“응.”
곰 다람쥐는 능숙하게 브레이크를 풀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어요. 걱정 다람쥐도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어요. 처음 해보는 수레 끌기이지만 슈퍼 다람쥐답게 금방 몸에 익혀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럼 이제 속도를 높인다.”
두 다람쥐들은 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어요. 꽤 빨라진 수레를 끌고 있는 두 다람쥐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배어나기 시작했어요.
“아 힘들다.”
놀랍게도 힘들다고 먼저 말한 쪽은 걱정 다람쥐였어요.
“잠깐 쉴까?”
“아냐, 더 달릴래.”
두 다람쥐들은 빠른 속도로 다른 수레들을 지나쳐갔어요. 둘이 같이 땀이 났고, 둘이 같이 숨이 차 올랐어요. 그제야 곰 다람쥐는 자신도 슈퍼 다람쥐라는 것을 깨달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