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바꾸는 곳은 국회이다. 그리고 국회에는 스타트업계가 없다.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자고 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지만 그 규제를 바꿀 수 있는 국회에 스타트업계의 대표자는 한 명도 없다. 그것이 지금 스타트업계의 정치적 현실이다.
국회: 각 이념과 직업과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이해 갈등 해결의 규칙인 법을 제정
정부: 법을 해석하여 예산을 집행
사법: 사회에서 스스로 풀 수 없는 이해 갈등을 법을 적용하여 강제적으로 해결
정부는 스타트업을 도와서도 탄압해서도 안된다. 정부가 대기업과 유착하고 공생관계를 형성해서도 세무조사로 탄압해서도 안 되는 이유와 같다. 정부는 택시업계에도 편을 들어주거나 탄압하면 안 된다.
사법부의 경우 국회가 만든 법에 따라 공정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국회에서 불법이라고 하면 불법이 된다. 국회에서 합법이라고 하면 합법이 된다. 물론 요즘의 검찰과 사법부는 법을 자의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해석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사법부는 이념을 가져서도 안되고 정부의 이념과 정책 방향에 맞추어서 법을 집행해서도 안된다.
입법부는 법을 만든다. 그런데 국회에 스타트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다. 산업화 시대의 논리, 반공 논리, 민주화 논리는 있어도 스타트업계의 논리는 없다. 그중 선과 악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국민의 일부인, 그리고 미래 산업인 스타트업계의 대표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규제 혁파는 국회에서 해야 하는 일인데 대통령에게 읍소하는 이외의 어떤 일도 지금의 스타트업계는 할 수가 없다.
스타트업계도 국회에 진출하지 않으면 타다와 같은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불법으로 기소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법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고 사법기관이 법을 그렇게 적용하면 사법부와 행정부를 아무리 비판해도 소용이 없다.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사법기관에 힘을 쓸 수 없다. 물론 이전까지 우리 역사는 그렇지 않았지다. 2017년 이전까지는 무슨 잘못을 해도 대통령 한 마디면 구제가 되었었다. 그렇지만 대통령 한 마디에 사법과 입법이 흔들리는 일을 그만 하자고 촛불 혁명이 일어났다. 대통령이 국회와 법원을 좌지우지하고 심지어 그 대통령을 대기업과 비선 실세가 좌지우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경험을 통해 배워왔다.
결국 스타트업계가 국회 내 세력화를 이루어 규제를 바꾸고 최대한 스타트업에 유리하게 법을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물론 다른 이해관계 그룹들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법을 바꾸려 노력할 것이고 그 싸움 내지는 타협은 국회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스타트업계가 국회에 진출하는 데에는 두 가지 큰 걸림돌이 있다.
첫째로 국회가 법을 만드는 일보다는 이념 투쟁만 하느라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두 세력만 있다 보니 진보가 하려는 것은 보수가 다 못 하게 하고 보수가 하려는 것은 진보가 다 못하게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 일어나고 있다. 진보와 보수는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어야 한다. 국회는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협상하고 타협하는 곳이 되어야 하고 그래서 지역구 대표도 필요하고 비례대표로 불리는 직능 대표도 필요한 것이다. 스타트업계도 직능 대표로 다음 국회에는 진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 제조업 국가를 넘어서 혁신 국가가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둘째로 정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생각이 상식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국 사태를 통해 기존 세력에 도전하면 어떻게 되는지 검찰은 한번 더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검찰이 찍으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어서 감옥에 넣을 수 있다. 스타트업의 대표들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정치계에 나가서 누군가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소리를 하면 언론이 악마로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이 등을 돌릴 것이고 검찰이 범죄자로 만들어서 감옥에 넣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정치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기득권 세력이 원하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도 필요하다. 국민이 검찰을 내가 정치활동을 할 때 불법적인 공격이나 언론플레이로부터 나를 지켜줄 기관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하면 나를 찍어서 감옥에 보낼 기관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도 국가주의적 정치에서 다양성의 정치로 변모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내가 보낸 대표가 나를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해 협상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목소리도 과대 대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입장을 펴고,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 택시 기업 대표들의 목소리, 스타트업의 목소리 등이 정의로운 척 하지 않고 이익 관계를 솔직히 밝히고 토론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어떠한 이해관계이든 국가를 위한 정의인 척, 대의인 척 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그 반대 세력은 자연히 정의롭지 않고 대의가 없는 반민족적 집단으로 매도하게 된다. 모두다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물론 국가의 장기적 미래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역사의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스타트업계에서도 누군가 국회의원에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한다.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이 이익을 공유하는 시민에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거대 세력에 저항하는 전장에 나가는 것이 되어 있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그 권력 구조를 평화롭게 바꾸어내는 것이 선거의 역할이다. 2020년의 총선을 통해 우리나라가 산업화 시대를 지나, 민주화 항쟁을 지나, 혁신을 만들어가는 나라가 되는 원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자고 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지만 그것을 대신 해 줄 대표자는 그 규제를 바꿀 수 있는 국회에 한 명도 없다. 그것이 지금 스타트업계의 정치적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