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괜찮아지겠지를 버리기로 했다.

종합병동

by 서희

대기실 모니터에 내 번호가 뜬다.

진료실 문을 열기 전, 접수대에서 내 이름과 주민번호를 여러 번 확인한다.

“생년월일이요.”

“연락처 다시 한번 확인할게요.”

절차는 길다.

의사를 마주하는 시간은 짧다.

몇 문장, 몇 번의 고개 끄덕임.

그리고 검사는 이어진다.

피를 뽑고, 숨을 참고, 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하얀 천장과 기계 소음 속에서 나는 늘 생각했다.

여기까지 올 일은 아니었는데.


나는 내가 약점이 있는 걸 받아들이기 싫어서, 아픈 것을 외면했다.

아픈 사람으로 분류되는 게 싫었다.

관리해야 하는 사람, 정기적으로 병원을 들러야 하는 사람.

그 이름표를 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뤘다.

스트레스 탓, 나이 탓, 환절기 탓.

버티면 지나갈 거라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글씨를 쓸 수도,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들 수도 없었다.

식은 죽 먹기이던 일들이, 어느 날부터 불가능한 카테고리로 넘어갔다.

스트레칭을 하고, 쉬고, 파스를 붙였다.

“아, 진짜 병원에 가야 하는 건가….”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삐익. 오답입니다.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너무 늦게 왔어요.”

그 말 뒤에 바로 설명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그래도 해 보자고.

수술은 급히 결정됐다.

결과는 100점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

내 오른팔은 다시 ‘가능한 쪽’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내 몸은 소위 말하는 종합병원이 됐다.

천식, 갑상선 기능저하, 그리고 폐암.

이름이 붙는 순간부터는 ‘기분’으로 버틸 수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약봉지를 비워낸다.

복용 시간은 알람이 기억한다.

대신 사라진 것들이 있다.

피비린내가 나도록 그치지 않던 기침.

부들부들 떨려 아무것도 잡지 못하던 오른팔.

피로에 눌려 하루를 통째로 잃던 주말.

약은 늘었지만,

삶은 돌아왔다.

물론 병원비는 만만치 않다. 훗.

그래도 계산은 끝났다.

외면의 비용이 더 비쌌다.

이제는 안다.

“괜찮아지겠지”는 위로가 아니라 유예였다.

노로바이러스 장염도, 독감도, 나는 한때 ‘하루만 더 버티면’으로 키웠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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