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글자글자글
나는 집착하듯 식물을 모았다.
폐암 수술을 마치고, 고양이를 보내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확신하던 시기였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직장은 힘들었고, 가족은 버거웠고, 친구는 소원했다.
상처는 아팠고, 숨은 조금만 움직여도 턱끝까지 차올랐다.
나는 식물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물 주고, 햇빛 주고, 분갈이해 주면 살아주는 존재라고.
그래서 마음 가는 대로 모았다.
화분이 백 개는 거뜬히 넘었다.
병가 동안에는 그들을 돌보는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물 주는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괜찮은 척 복직하고 나서는, 화분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정말 길고 긴 방치가 이어졌다.
폐의 일부를 잘라내고 서둘러 돌아온 몸은 생각보다 빨리 축났다.
나를 돌볼 시간도 없었고, 초록이들을 돌볼 여력은 더 없었다.
그 계절은 긴 가뭄이었다.
몸은 느리지만 회복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고,
어느 날 문득 눈길이 화분에 걸렸다.
폐허가 이런 거구나 싶더라.
그래도 물을 줘봤다.
바싹 마른 화분에 물을 붓자 흙이 물을 먹는 소리가 났다.
자글자글자글.
그 소리를 한참 들었다.
그렇게 물을 주고 기다리니 살 애들은 살았다.
그리고 살 것 같지 않던 애들 중에서도 의외로 살아나는 것들이 있었다.
그 뒤로 물 주는 소리는 매일 조금씩 달라졌다.
자글자글자글.
살아 있는 쪽의 소리였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