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입조심, 두 번째

by 서희

발걸음이 빨랐다. 반가웠기 때문이다. 커피숍은 내가 골랐다. 대기업이 만든 맛이라 실패가 없다. 자리를 잡고 앉았고, 오랜만이라는 말이 오갔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둘이 공통으로 관심 있는 사람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요즘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해 줬다. 자연스럽게. 별생각 없이.

바로 그때, 그 사람이 말했다.

이것 봐요, 지난 번에 내가 말 해줬잖아. 선생님은 입조심을 해야 해. 지금도 저한테 남의 이야기를 하잖아요.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충격이었다. 이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다. 이 사람이라면, 이 자리라면. 나는 그렇게 계산을 했거나, 혹은 계산을 아예 하지 않았거나. 돌이켜보면 후자에 가깝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나는 경계를 내려놓는다. 아니, 정확히는 — 경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적에게는 조심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장해제된다. 이게 내 구조였다.


나는 사내정치에 관심이 없다. 승진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 그게 전부다. 판을 읽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판을 안 보고 있었다. 관심 없는 판에서 가장 먼저 걸리는 건, 판 바깥에 서 있는 사람이다.


나였다.


자리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반추하며 거슬러 올라갔다. 어디서부터 무슨 말이 새어나갔는지. 어떤 경로로. 퍼즐 조각이 맞춰지자 요주의 인물이 특정되었다. 선명하게. 그 사람 이름은 적지 않겠다. 문장을 쓰고 싶지 않아서다.

반성했다. 당황했다. 사람이 더 무서워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요주의 인물에게서 전화가 왔다. 업무 때문이었다. 나는 친절하게 받았다. 용건을 처리했고, 안부를 물었고, 평소와 다름없이 대했다.

끊고 나서 생각했다. 나 또 그랬네.

조심해야지, 입 조심해야지, 사람 조심해야지 — 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움직였다.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아니면 이게 그냥 내 작동 방식인 건지. 한참 있다가 결론이 났다.

이게 내 작동 방식이다.


집에 돌아왔다. 코트를 벗었다. 물을 마셨다.


가벼운 입이라는 말은 이제 두 번 들었다. 한 번은 믿었던 사람에게서. 한 번은 반가움에 달려간 사람에게서. 두 번째가 더 아팠다는 건, 내가 아직 사람한테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바꿔야 할 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 입이다.


나는 오늘도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다만 말은 줄이는 쪽, 친절은 지키되 문장은 아끼는 쪽에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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