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가벼운 입

by 서희

휴직이 결정된 사람을 위해, 송별회라는 이름의 자리가 생겼다.
일을 잘하던 직원이었다.
그래서 다들 웃는 얼굴을 준비해 온 것 같았다.
고깃집 안이 시끄러웠다.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몇 번 났고, 웃음이 따라왔다.


나는 물을 마셨다.
술은 오래전에 끊었다.
잃은 인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먹는 약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회식 자리에 앉는다.
물을 마시지만, 술 취한 사람보다 더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
나는 회식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해내는 편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도 일을 한다.


송별 인사를 주고받던 중간,
오늘의 주인공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서희님 맞다… 전해 줄 말이 있는데요.
옆 부서 팀장님이, 서희님 입조심시키래요.
나는 “왜?”라고 묻지 않았다.
그 말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대충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이상한 전화가 하나 왔었다.
내용이 이상했고, 말투는 더 이상했다.
끊고 나서도 한동안 남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앞에서 자랑처럼 늘어놓던 ‘업적’이 떠올랐다.
나는 그걸 업적이라 부르고 싶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전리품처럼 말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 왜 그러셨어요.
그게 전부였다.
설명도, 설전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자리를 떴다.


그 문장이 멀리 간 모양이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들었다.
그리고 한 줄만 꺼냈다.


나 아니에요.
부서장에게 직접 들었고, 트리거는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에요.
분란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듣고 넘겼을 뿐이고.
저 그런 말 안 해요.

더 말하지 않았다.
송별회 자리였기 때문이다.


나는 직설적으로, 분명히 의사를 전달하는 편이다.
돌려 말하거나 은유적으로 말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정확하게 말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건 회사에서만 나타나는 습성이다.
업무에서는 뉘앙스가 아니라 결론이 필요하니까.
직설은 기록을 남긴다.
기록은 불편함을 남긴다.


어느 순간,
그 불편함이 ‘가벼운 입’으로 번역된 모양이다.
말은 전해진 순간부터 마음이 상했다.
내용보다 방식이 먼저 걸렸다.
그 팀장은 한때 내가 롤모델로 삼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적어도, 저 사람처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오늘도 업무 때문에 두어 번 마주쳤다.
그 자리에서는 잔소리가 충분히 직접적이었다.
할 말은 다 하면서,
정작 “입조심”은 남의 입을 빌렸다.


존경은 줄었고,
경계는 늘었다.


집으로 돌아와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
물을 한 컵 더 마셨다.
휴대폰을 뒤집어 두었다.
가라앉혀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잠깐 술이 떠올랐다.
곧 접었다.
실수는 늘리고 싶지 않았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나.
말 대신 무엇인가를 내뿜고 싶어서.


나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고
아무것도 피우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나는 가볍지 않다.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다가,
해결해야 할 포인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대로 결정해 버린 일에
내가 토를 달고 싶지 않았다.
묻어야지 뭐… 싶다.


가벼운 입이라는 말은
가벼운 방식으로 전달되었다.


내 기준에서 내린 사람은 다시 올려다보지 않겠다.


나는 닫히려 하는 문까지 잡고 있을 여유 따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