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를 좋아하는 위고비 사용자
매일 아침, 풀지방 라테를 마신다.
양이 좀 과하다. 컵이 아니라 양동이에 가깝다.
빈 잔을 내려놓는 순간, 이상하게 정신이 돌아온다.
최고 용량의 위고비.
그 단어는 의학이라기보다 숫자다.
비싼 숫자.
주사는 한 번 사면 4주다.
결제는 한 번인데, 부담은 네 번이다.
바늘을 들 때마다.
가격을 알리는 숫자가 눈앞에서 촤르르륵 올라온다.
이미 산 건데도, 내 머릿속에서는 매번 새로 결제된다.
나는 그 비싼 걸맞으면서도
풀지방을 콸콸 붓는다.
살을 빼겠다는 의지와,
지방을 사랑하는 본능이
한 테이블에 앉아 서로를 못 본 척한다.
타협안을 찾기로 했다.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
오트 밀크.
리뷰는 늘 과장되지만, 사람들은 과장에 기대 산다.
“고르고 골라 정착했습니다.”
“라테로 만들어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고 맛이 훌륭합니다.”
그 말들이 내 등을 떠밀었다.
오늘 새벽, 문 앞에 도착했다.
박스는 몹시 무거웠다.
1.25L짜리 8팩.
가벼운 건 물건이 아니라, 내 결심 쪽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무겁게 샀다.
다짐은 가끔, 들고 들어야 공고해진다.
출근길, 나는 그중 한 팩을 비장하게 꺼내 들고 사무실로 갔다.
평소처럼 캡슐 커피를 내렸다.
나는 원래 투, 가끔은 쓰리샷을 넣는다.
하루 한 잔에 카페인을 몰아 마시는 편이다.
요즘 유행하는 더티 커피 같은 건 아니다.
그냥 귀찮았을 뿐이다.
오늘 달랐던 건 샷이 아니라 우유였다.
구석에서 방치해 둔 우유 거품기를 꺼냈다.
오트 밀크를 붓고, “거품 많이”를 눌렀다.
오늘의 유일한 성실함.
비주얼은 합격이었다.
한 모금.
…어라?
귀리는 왠지 나에게는 사료 같은 이미지였다.
어쩐지 입에 넣는 순간, 초식동물의 사료를 씹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깔끔했다.
텁텁한 잔여감이 없고, 뒷맛이 조용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풀지방이 남기던 묵직함이 덜하다는 점이었다.
묵직함은 맛이기도 하고,
죄책감이기도 하고,
이번 달 카드값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 칼로리를 줄였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다.
비싼 숫자로 내 몸을 바꾸려 하면서,
적어도 아침 한 잔만큼은
내가 나를 망치는 쪽으로는 덜 갔다는 것.
다음에 바늘을 들면
숫자는 또 한 번 촤르르륵 올라올 것이다.
그래도 오늘부터는
죄책감이 조금은 덜할 것 같다.
그걸로 됐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