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몇 년 전엔 열지 못했던 파일

by 서희

항의가 하나 들어왔다.
예전 자료를 다 뒤져봐야 했다.
폴더를 열고, 날짜를 훑고, 파일명을 눌렀다.
업무는 늘 그렇듯 감정과 무관한 얼굴로 시작했다.


그중에 있었다.
떠나버린 직원의 능력이 축약된 파일.
단정한 표, 정확한 문장, 빠지지 말아야 할 것들이 빠지지 않게 묶여 있었다.


몇 년 전이라면, 나는 그 파일을 실수로라도 열지 못했을 것이다.
눈물이 먼저 차올라서 화면을 보지 못했고, 내용은 판단 대상이 아니라 금지 구역이었으니까.
그의 흔적은 업무가 아니라 기억이었다.
그 시절엔, 그의 이름조차 조심스러웠다.


한 번은 타 부서 사람이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우리 부서에 이래라저래라 한 적이 있었고,
나는 이성을 잃고 맞섰다.


그날 이후 우리는 서로를 유령처럼 지나쳤다.

그런 관계들이 늘어갔다.
그의 이름은 마치 공포영화 속 ‘캔디맨’ 같았다.
부르면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지금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볼드모트’였다.
이름을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무너지고 사람이 무너지는 명사.


그런데 그의 훌륭함은 파일에서만 빛나던 게 아니었다.
그가 맡았던 일들을 누군가에게 “이제 네가 해” 하고 넘기면, 결과는 늘 기대 이하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도, 같은 속도로 같은 결론을 들고 오는 사람을 나는 아직 못 만났다.


공식 행사가 있던 날이 떠오른다.
나는 그와 함께 움직일 때면 여기저기서 말을 꺼냈다.
소개라는 핑계로 자랑을 했다.
“같이 일한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내 쪽의 체면이 올라가는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의 성과를 칭찬한 게 아니라
그와 같은 팀이라는 사실을 꽤 오래 붙들고 있었다.
그게 자랑이었고, 동시에 안전망이었다.


중요하지만 성가신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내 모든 정보를 취합해야만 했던 이번은 달랐다.
나는 숨을 고르고, 그 파일을 끝까지 읽었다.
구석구석을 따라가며 감탄했다.
‘이 사람은 정말 훌륭했구나’가, 비로소 문장으로 내려앉았다.


슬픔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만 이제는 슬픔이 화면을 가리지 않았다.
나는 그리움을 피하지 않고, 그리움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일이 계속 굴러가는 곳에서
나는 조용히 한 가지를 배웠다.


시간은 사람을 지우지 않고, 다만 다루는 법을 바꾼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