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살았다. 거절을 못 해서.
약이 없었다. 손에 쥐어지는 게 없었다. 뛰어내릴 용기도 없었다.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내 심장을 뚫은 창을 뽑아서 옆 사람을 찌르면 안 됐다. 그게 내 규칙이었다. 예전에 배운 것들이 있었다.
그래도 결국 메시지를 보내버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살려내라가 아니었다. 이렇게 망가지고 무너져 있는 나를 너에게 보여줄게. 그냥 이게 내 지금이야. 그렇다고. 원하는 게 없었다.
썩어 들어가던 고름주머니가 드디어 녹아버려서 고름이 주르륵 흘러나온 거였다.
전화가 왔다. 나는 토하듯 울컥울컥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목구멍이 열리지 않아서 전화를 받지를 못했다.
그가 말했다. 2년만 버텨보자.
그는 나의 학교 선배이자 나의 직장 후임이다. 그가 나에게 부탁한 2년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를 위한 2년이다.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사람들을 거절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오늘 여기 있다.
아침에 눈을 떴다.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어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우울하다는 말을 못 하게 된 건 꽤 됐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네 우울이 나를 상처 준다고. 그게 무례하지 않냐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연락을 끊었다. 팔로우를 끊었다. 말을 줄였다. 얼마나 어떻게 힘든지를 꺼내지 않게 됐다.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또 어떤 사람은 말했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라고. 독고다이로 살라고.
나는 그것도 들었다. 움츠러들었다.
종현이 유서를 읽었다. 내 일기인 줄 알았다.
죽고 싶다와 더 이상 살 수가 없다는 다르다. 나는 그 차이를 안다.
그런 걸 섬세하게 구별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를 보면 이유를 묻는다. 나는 대답할 수가 없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깊이로 이야기하면 당신이 나를 이해할까.
그리고 그게 우울의 뿌리이고, 캐내면 없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당신은 알까.
내가 내 우울을 안다면, 나는 약을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혜야를 들었다. 라이브를 봤다. 유서를 봤다. 그러고 있었다.
그걸 듣거나 보지 않으면 너무 불안했다.
남편이 말했다. 먼저 간 사람의 이야기보다 자기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나는 한곡반복을 풀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나는 여전히 혜야를 연습할 것이다.
잘 부르게 되면, 또 부르고 싶은 노래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