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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May 05. 2020

성공이란 무엇인가

자주 꺼내 먹는 시 때문에... 나는 성공했다고

자주 꺼내 먹는 시가 있다.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시다. 시인은 말한다. 성공이란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어느덧 스타트업 3년 차가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할 때 나는 상사의 인정을 받는 것과 중산층으로 가기 위한 사다리 종잣돈 10억 원을 만든다는 목표 살았다.  마지막 조직생활을 인재들이 모인다는 외국계 회계펌에서 5년을 근무했다. 연봉을 최고로 받았을 때는 또래 직장인 여성들 사이에서 상위 1% 였다. 숫자가 주는 마약같은 달콤함... 나도모르게 샘솟는 허세와 자만... 지금 생각해보면 목표는 비현실적이었고 심신이 지치는 건 당연했다. 그때 나를 전율하게 만든 시였다.


누군가 승진하면 나의 고과는 바닥을 쳤다. 회사에서 제일 후덕해 보이는 상사는 실적이 미달되면서 개인룸이 없어졌고, 그다음엔 짐을 쌌다. 높은 직급의 상사들은 함께 일했던 조직원들을 모조리 끌고 나가기도 했다. 한 무더기의 배신이 자연스러웠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그곳에서 나는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체 분위기에 온전히 휩쓸리스지 못하면서 혼란스러워했다. 지혜가 낮아 내가 머무는 곳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스스로 경쟁과 치열함으로 내몰던 시절이었다. 슨ᆢ


그때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에머슨의 목소리를 들었다. 성공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내가 본 피라미드 위쪽 사람들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주말에도 늘 회사에 나와서 일하는 탓에 가족들과는 서먹서먹하고, 휘하에 있는 직원들에게 냉혈한으로 평가받는 이들도 있었다. 자녀가 둘인데 낳기 직전까지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출산휴가도 다 안 쓰고 업무에 복귀했다는 일화가 영웅담이 되는 세계였다.


순전히 시 때문었다. 내가 사는 우주에 대한 의심이 시작되었다. 트루먼쇼의 트루먼처럼. 내가 생각했던 성공의 정의와 종착역을 반문했다. 그때부터였다. 서로 욕심내는 프로젝트보다는 남들이 좋아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리고 창업한 것처럼 일했다. 나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내가 딛고 있는 세계에서 빠져나올 준비를 했다. 스스로 서고 싶었다. 트루먼처럼 힘차게 노를 저었다. 다행히 트루먼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도와주는 여자 친구가 있었던 것처럼 나의 의심을 깨뜨리도록 지원해주는 사람들을 행운처럼 만나기도 했다.


퇴사한 지 3년 반이 되었다. 나는 그 세계를 완벽히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나의 성공은 시스템 안에 있으면 직급과 상관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사람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사라진 뒤에 완성되었다. 늦은 새벽에도 여전히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빌딩을 멀게 느끼면서 완성되었다.



나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던 세계에서 의도적으로 빠져나오면서 무언가를 계획적으로 워야 했다. 마음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인문학을 공부했고, 다시 시를 읽었다. 명상을 시작했다. 감사 일기를 쓰고 반성 일기도 썼다.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와 멘토를 찾았다. 산책과 등산의 즐거움을  되찾았다.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자주 느끼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한강을 생활자전거로 달리며 시원한 풍경을 맘껏 누렸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살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다. 좋아하는 일로 창업을 했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약간의 창의성이 필요한 일이라 힘든 점도 있지만 창작물이 나오는 것과 같은 기쁨을 느끼며 일한다.


중앙일보에 혜민스님이 성공의 기준을 주제로 쓰신 '여러분의 성공 기준은 무엇입니까?' 칼럼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성공했다고.


174번째 글쓰기 모임에서 썼습니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랠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 :


에머슨은 19세기 미국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1803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산문 가이자 사상가, 시인인 그는 목사 집안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의 신학부를 졸업하고 1829년 유니 테리 언파의 목사가 되었으나, 종교의 형식과 교리와 부딪혀 1832년 사임하였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를 떠돌며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나다니엘 호손, 토마스 칼라일 등 당대의 문인들과 친분을 맺었다. 1834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정착하여 저술활동과 강연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생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전하면서, 정신적 자아가 물질적 존재보다 우월해야 하고, 자연과 신과 인간은 하나로 돌아간다는 초절주의(超絶主義) 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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