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린다 거슬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분명 나를 무시하는 거야.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어쩜 저렇게 배려가 없지.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했을 거야. 이제까지 뭘 한 거야.
언제 말하지? 뭐라고 해야 하지. 아냐 말해도 소용이 없을 거야. 내 생각대로라면 아마 그랬을 거야. 그런데 말을 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인 건가? 내가 말했을 경우 대답을 안 해서 내가 무안한 상황이면? 내가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무례한 건가.
머릿속에 수만가지 의심과 부정적인 생각이 날아다닌다. 스위치를 끄고 싶을 지경이다.
그래그래 얘랑은 아예 말을 말자. 그냥 포기. 포기하지 뭐.
결국 네 뜻대로 안돼서 화내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거든. 나 내 뜻대로만 하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 아니거든.
대화를 해 대화를. 대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그럼 좀 솔직해져. 솔직해지라고? 그럼 내가 너무 못나 보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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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지 말고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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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하는 거...
그래 원하는 거...
그냥 그걸 이야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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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멀어지기 싫어. 나 버리지 마.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 궁금하게 하지 말고 너랑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줘.
나를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해줘. 표현에 서툴다는 이유로 쭈뼜대지 말고.
내가 힘들면 힘들다고도 말해줘. 귀찮다고 끌려다니지 말고. 네 표정과 숨소리로 다 느껴져.
내가 연락을 자주 하고 만나자고 이야기한다고 내가 너 좋아한다고 착각하지 마.
좋아하는 거랑 좋아해도 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랑은 다른 거니까.
누구나 단박에 누군가가 좋아지는 건 아니야. 알아지면서 더 좋아하는 거지. 그냥 그 알아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내 마음이고 스타일인 거야. 그 노력하는 모습이 너를 좋아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너는 하수인 거야. 마음이 아니고 노력이기 때문에 이 노력은 금세 안 할 수도 있거든.
그런데 이걸 또 쉽게 마음이 변한다고 생각하면 진짜 넌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는 하수 중의 하수.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알고 있어. 이 모든 내용이 순전히 나의 오해일 수 있다는 걸.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본 뒤에 또 오해하는 것이래.
나는 나의 오해의 루틴에 갇혔을 때 질문이라는 구세주를 끌어당기기로 했어. 나의 오해를 너에게 퍼붓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고, 나의 추측과 나의 어림 잡기와 어설프게 확신에 찬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꺼내어 내 말이 맞지 않냐고 아우성치고 싶을 때 말이야. 이 에너지를 모두 모아서 너에게 대화를 하자고 먼저 하고, 질문을 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