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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Jun 16. 2024

오해를 이해로 바꾸기 위해

나의 루틴의 맹점 바로잡기

거슬린다 거슬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분명 나를 무시하는 거야.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어쩜 저렇게 배려가 없지.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했을 거야. 이제까지 뭘 한 거야.


언제 말하지? 뭐라고 해야 하지. 아냐 말해도 소용이 없을 거야. 내 생각대로라면 아마 그랬을 거야. 그런데 말을 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인 건가? 내가 말했을 경우 대답을 안 해서 내가 무안상황이면? 내가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무례한 건가.


머릿속에 수가지 의심과 부정적인 생각이 날아다닌다. 스위치를 끄고 싶을 지경이다.


그래그래 얘랑은 아예 말을 말자. 그냥 포기. 포기하지 뭐.

결국 네 뜻대로 안돼서 화내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거든. 나 내 뜻대로만 하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 아니거든.

대화를 해 대화를. 대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그럼 좀 솔직해져. 솔직해지라고? 그럼 내가 너무 못나 보일 것 같은데...

.

.

.

횡설수설하지 말고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뭔데....?

.

.

.

아 원하는 거...

그래 원하는 거...

그냥 그걸 이야기하라고...

.

.

.

너랑 멀어지기 싫어. 나 버리지 마.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 궁금하게 하지 말고 너랑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줘.

나를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해줘. 표현에 서툴다는 이유로 쭈뼜대지 말고.

내가 힘들면 힘들다고도 말해줘. 귀찮다고 끌려다니지 말고. 네 표정과 숨소리로 다 느껴져.


내가 연락을 자주 하고 만나자고 이야기한다고 내가 너 좋아한다고 착각하지 마.

좋아하는 거랑 좋아해도 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랑은 다른 거니까.

누구나 단박에 누군가가 좋아지는 건 아니야. 알아지면서 더 좋아하는 거지. 그냥 그 알아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내 마음이고 스타일인 거야. 그 노력하는 모습이 너를 좋아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너는 하수인 거야. 마음이 아니고 노력이기 때문에 이 노력은 금세 안 할 수도 있거든.

그런데 이걸 또 쉽게 마음이 변한다고 생각하면 진짜 넌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는 하수 중의 하수.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알고 있어. 이 모든 내용이 순전히 나의 오해일 수 있다는 걸.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본 뒤에 또 오해하는 것이래.


나는 나의 오해의 루틴에 갇혔을 때 질문이라는 구세주를 끌어당기기로 했어. 나의 오해를 너에게 퍼붓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고, 나의 추측과 나의 어림 잡기와 어설프게 확신에 찬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꺼내어 내 말이 맞지 않냐고 아우성치고 싶을 때 말이야. 이 에너지를 모두 모아서 너에게 대화를 하자고 먼저 하고, 질문을 해 볼게.


그게 오해의 루틴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이 거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는 끝까지 서로를 오해할 수 있고, 여전히 오해할 거야.

하지만 나는 먼저 한 가지는 꼭 약속할게. 오해가 깊어지기 전 너에게 질문하겠다고.


그때 천천히 - 찬찬하고 - 진솔하게 - 대답해 줄래.? 나는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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