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먹먹해졌다.
막연히 같은 마음이라 여겼는데 아니라는 게 ㅡ 아니었다는 게 ㅡ 너무도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 ㅡ 기어이 오고 말았다.
절정 뒤에 오는 허무, 허무 뒤에 오는 자포자기
사느냐, 죽느냐 늘 그것이 문제 이긴 했다. 그 마음까지 차올라야 직성이 풀렸나 보다. 수많은 약속과 이야기들이 송곳이 되어 마음을 공격한다.
어쩜 ㅡ 마흔 잔치였을지도 모르겠다. 대단하게 치루지만 때가 돼서야 낫는 감기처럼 ㅡ 그렇게.
그리고 한동안 부산하겠지.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기묘한 메커니즘을 인생의 묘미라 하고, 우정이라 하고, 사랑이라 하고 그 마무리가 허무와 이별이라면 ㅡ 이 순환을 끊어 내는 게 나로선 성공이라 여길 수 있겠네 ㅡ
나는 모든 걸 걸었는데 너는 아니었다는 것을. 그래서 지질해질 수 있었다. 그날의 나를 아마 나는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결국 ㅡ 너에게 가는 길이 아니라, 너라는 세계를 건너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벌거벗은 나라는 우주에 당도하는 일이었음을 고백할게.
우울과 허무로 날숨과 들숨을 쉬기에 편안한 계절, 가을, 가을은 다크 한 나를 마음껏 드러내도 되는 유혹과 고혹이 넘처나는 계절이기에.
위스키의 여운은 막바지 여름빛에 걸어두고, 술 없이도 취기가 지속되는 가을에 ㅡ 나는 더욱더 스스로에게 맹렬해진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eVObXZjc3y8&si=b1HbbKuS36pfS68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