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고 싶지가 않다. 반성을 거부하고 싶다. 반성할 점이 투성이인데. 반성을 떠올리면 잘못한 일과 개선해야 할 일들을 곱씹으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인 것 같다. "반성"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모른 체 하고 싶은 마음을 그만두고 반성 자체를 돌아봐야 할 때다. 반성의 올바른 결과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일어난 일을 후회하기보다 개선해야 할 일을 찾아내는 희망 일 것이다. 올 한 해 모든 템포가 빠른 편이었다. 반성마저도. 개선해야 할 일을 찾을 시간도 없이 반성할 일 앞에서 빠르게 사과하고 합리화를 할 수 있는 논리를 재빠르게 만들어냈던 것 같다.
반성을 반성한다.
충분히 반성하도록 여유를 주지 않은 스스로를 반성한다.
7년 동안 하루 중 2번은 눈을 감고 명상을 했다. 3분 남짓한 시간도 있었고 때론 20분을 넘기기도 했다. 제대로 명상을 하게 되면 두 가지 남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반성과 감사다. 2025년, 다시 반성에게 시간을 내어주어야겠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나는 올 한 해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를 줬을 수 있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개선해야 할 점도 많고 인지하지 못한 가운데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을 것이다. 나는 현재 큰 근심과 걱정 없이 우환 없이 지인들과 모여 "반성"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 사실 만으로 반성의 산을 넘어 감사의 바다에 이를 수밖에 없다.
2025년에는 반성의 산을 넘으며 더욱 여유를 가지고 싶다. 쓰러진 나무를 가까스로 일으키고 다음 고지를 향해가는 게 아니라 반성 후 개선이라는 묘목을 천천히 심고 자라나는 것까지 지켜보고 싶다. 반성이라는 산을 조금 더 푸르르게 가꾸고 싶다. 감동의 마음을 감사의 바다로 이르게 하겠다.
내일부터 매일 하루 두 번은 지그시 눈을 감겠다.
하루 끝에 반성과 감사만 남길 수 있도록.